조원태, 한진칼 주총 완승…조현아연합, 이사회 진입 불발(종합3보)
한진칼, 27일 제7기 정기 주주총회 개최
조원태 사내이사 연임 성공…분쟁 일단락
한진 내 '조현아 흔적 지우기'도 속도낼듯
주주연합 "한진그룹 정상화 계속 노력할 것"
[서울=뉴시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서울=뉴시스] 고은결 기자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한진칼 사내이사 연임에 성공하며 '3자 주주연합'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 이에 따라 조 회장과 주주연합 간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되며 한진그룹은 '조원태 중심 경영체제'를 유지하게 됐다. 반면 주주연합 측은 제시했던 이사 후보 전원이 이사회에 진입이 불발되며 완패했다.
한진칼은 27일 서울시 중구 한진빌딩에서 제7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주총은 중복 위임장 확인 절차, 주요주주 간 사전 합의 등으로 지연되며 당초 개최 예정 시간인 오전 9시보다 3시간 이상 늦어진 낮12시5분쯤에서야 시작됐다. 주총에는 의결권 행사 주식 총수 5727만6944주 중 주식 수 4864만5640주에 해당하는 3619명(위임장 제출 포함)이 참석했다.
이날 주총에서 가장 관심을 모은 조원태 회장 사내이사 연임안은 찬성 56.67%, 반대 43.27%로 통과됐다. 한진칼 이사회가 추천한 또 다른 후보인 하은용 대한항공 부사장 사내이사 신규 선임안도 찬성 56.95%, 반대 42.99%로 통과했다.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한진칼 제7기 정기주주총회가 열린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진빌딩으로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2020.03.27. [email protected]
반면 주주연합이 추천한 사내이사 후보인 김신배 전 SK그룹 부회장 사내이사 신규 선임안은 찬성 47.88%, 반대 51.91%로 부결됐다. 배경태 전 삼성전자 부사장의 사내이사 신규 선임안도 찬성 43.26%, 반대 56.52%로 부결됐다. 주주연합이 추천한 기타비상무이사 후보인 함철호 전 티웨이항공 대표 선임안도 찬성 43.87%, 반대 55.84%로 부결됐다.
사외이사 선임안과 관련해 한진칼 이사회가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한 김석동, 박영석, 임춘수, 최윤희, 이동명 후보에 대한 선임안은 모두 가결됐다. 그러나 주주연합 측이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한 서윤석, 여은정, 이형석, 구본주 후보에 대한 선임안은 모두 부결됐다. 이에 따라 주주연합 측이 추천한 이사 후보는 단 1명도 이사회 진입에 하지 못하게 됐다.
정관 일부 변경의 건과 관련해 ▲이사회의 구성과 소집 관련 ▲위원회 관련 ▲개정 정관 시행일 관련 안건은 출석 의결권 수의 2/3 찬성, 발행주식 총수의 1/3 이상 찬성해야 한다는 요건을 불충족해 부결됐다. 주주연합에서 제안했던 ▲전자적 방법에 의한 의결권 행사 관련 ▲이사의 선임 관련 ▲이사의 자격, 사외이사 후보의 추천 관련 등 정관 일부 변경의 건도 특별 결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모두 부결됐다.
주총이 상당 시간 지연되면서 주주들의 불만도 적지 않았다. 주총 시작부터 3시간 이상 지연된데 이어, 총 29개 의안에 대해 표결을 부치고 집계하며 주총은 오후 5시30분께 종료됐다.이날 주총 중 발언권을 얻은 한 주주는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이 좁은 공간에 3~4시간 동안 주주들이 있었다"고 토로하며 "차기에는 이러한 문제를 개선해 주총이 지연되지 않게 해달라"고 했다.
[서울=뉴시스]한진칼은 27일 서울시 중구 소공동 소재 한진빌딩 본관에서 제7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사진은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가 주주총회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한진그룹 제공) 2020.03.27. [email protected]
◇'남매의 난' 일단락됐지만…경영권 분쟁 장기전 불가피
주총 결과에 따라 조원태 회장과 누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간 '남매의 난'도 일단락된 모양새다. 조원태 회장은 주총 승리에 따라 한숨을 돌리게 되면서, 업황 악화에 신음하는 주력 계열사 대한항공 등의 위기 극복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전체 산업계가 침체된 가운데 경영권 분쟁에 따른 부담이나마 덜어냈기 때문이다.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최근 사내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현재까지 회사의 자구노력과 자발적인 휴가 소진 등으로 위기상황에 대처했으나 상황이 더 장기화하면 회사의 생존을 담보 받기도 어려운 지경으로 내몰릴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를 드러낸 바 있다.
이에 한진그룹이 조 회장을 중심으로 위기 경영에 속도낼 것으로 보이는 한편, 조 전 부사장은 그룹 내 입지가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가족과의 반목으로 경영 복귀 가능성도 낮은 가운데, 한진그룹은 조 전 부사장이 관심을 가졌던 호텔사업을 축소 중이기 때문이다.
이와 별개로 한진그룹에 대한 주주연합의 견제는 주총 이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주주연합 측은 지난 24일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 향후 본안소송 등에 나선다고 밝히며, 법정 공방에 따른 신경전이 이어질 것이란 예상을 낳았다.
앞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조 회장과 경영권 분쟁 중인 3자 연합 측이 제기한 가처분 소송 2건을 모두 기각했다. 이에 따라 반도건설의 의결권이 제한되며 조 회장 측과의 지분율 격차가 커졌다.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한진칼 제7기 정기주주총회가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진빌딩 대강당에서 열렸다. 오늘 주총에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이 논의된다. 2020.03.27. [email protected]
또한 양측은 경쟁적으로 한진칼 지분을 추가 매입하며 장기전 국면을 대비 중이다. KCGI 산하 그레이스홀딩스는 한진칼 주식 3만5000주(0.06%)를 추가 매입했다고 27일 공시했다. 이에 따라 주주연합의 한진칼 지분율은 42.19%까지 늘어났다. 조 회장 측 지분율은 현재까지 41.4%로 추산된다.
주주연합이 지분을 지속 확대하는 것은 임시주총소집 요구에 나서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많다. 한진칼 측에서 임시주총 개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시, 주주연합이 소송에 나설 가능성까지 점쳐진다.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3자 연합의 지분 확보 속도를 볼 때 정기 주주총회 결과 이후 주총 재대결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며 "의결권 확보 경쟁 구도가 유지되는 한 한진칼의 주가 변동성은 높게 유지된다"고 했다.
한편 주주연합은 주총이 종료된 이후 보도자료를 통해 "주주연합의 제안이 통과되지는 못했지만, 주총 과정을 통해 기존 오너 중심의 경영체제를 바꿔야 한다는 많은 주주 분들의 열망과 한진그룹의 변화를 국민 여러분들의 바람을 느꼈다"며 "한진그룹이 위기에서 벗어나 정상화 궤도에 올라설 수 있도록 계속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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