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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트로 푸드]전골도 떡갈비도 아닌, 숯향 가득 '언양 불고기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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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5-12 05:01:00  |  수정 2020-05-12 15:52:22
국물 없는 떡갈비 스타일, 특유의 육질·고소함으로 승부
울주에서 기른 신선한 미나리, 버섯 곁들이면 금상첨화
태화강 상류 맑은 물, 초지 많아 한우 사육 최적지로 꼽혀
언양읍 봉계리 한우 불고기특구 지정...16개 전문점 성업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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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뉴시스] 배병수 기자 = 언양불고기는 전골처럼 익혀먹기보다, 떡갈비처럼 석쇠에 구워먹는 음식이다. 2020.05.11.   bbs@newsis.com

[울산=뉴시스]박수지 기자 = 행정구역이 울산에 속하지만 타지 사람은 울산인지는 잘 모르는 동네가 바로 언양이다. 울주군에 속한 언양은 울산의 관문, KTX역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울산을 찾는 관광객들은 역에 내리자마자 필수코스처럼 언양 불고기 맛집부터 찾는다.

부산 어묵, 전주 비빔밥, 춘천 닭갈비, 충무 김밥처럼 지명과 어우러진 음식들은 그 지역 명물이 된다.

언양 불고기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맛과 정갈한 상차림으로 울산에 여행왔다하면 '필수 먹거리'로 꼽히는 음식이다.
  
◇드셔보셨나요? 숯향·육즙 가득한 깊은 맛을
 
"이게 불고기라고요?" 언양불고기를 처음 접한 사람들의 의례적인 반응이다.

일반적인 불고기는 국물이 약간 자작한 전골처럼 익혀 먹는 것이 보통이지만, 언양불고기는 떡갈비에 가까운 스타일로 먹는 것이 특징이다.

구울 때는 석쇠에 얹어 달군 다음 고기를 펴 놓고 센 불에서 겉만 재빨리 익힌 후 중불에서 천천히 속까지 익혀 낸다.

고기가 익기 시작하면 육즙이 뚝뚝 떨어지는데, 이때 올라오는 숯불향이 불고기에 가득 베인다.

이렇게 구워 낸 불고기는 울주에서 생산된 배, 버섯, 마늘 등과 함께 어우러져 한 상차림에 오른다. 특히 제철 맞은 '언양 미나리'까지 곁들이면 그 맛은 일품이다.

언양불고기는 양념 맛이 적은 반면 특유의 육질과 고소함이 느껴진다.

고기를 칼로 저미는 대신 얇게 썬 뒤, 칼다짐으로 육질을 부드럽게 만든다.

 그리고 최소의 양념만을 사용해 고기 자체의 맛도 잘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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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뉴시스] 배병수 기자 = 언양불고기는 센 불에 겉만 익힌 후 중불에서 천천히 속까지 익혀내야 하는데, 이때 고기에서 육즙이 떨어지면서 숯향이 베이게 된다. 2020.05.11.  bbs@newsis.com
◇맛의 비법은 바로 '봉계 한우 암소' 아입니까
 
언양불고기 맛의 비법이라고 하면 싱싱한 원재료다.

보통 암소 고기만을 사용하는 언양불고기는 도축한 지 24시간 된 싱싱한 고기를 사용해 본연의 맛을 최상으로 끌어 올린다.

이렇게 질 좋은 고기를 사용할 수 있는 이유는 언양의 지리적 요인과 연관된다.

언양은 예로부터 태화강 상류의 깨끗한 물과 풍부하고 드넓은 초지가 많아 소를 키우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비옥한 토양과 온난한 기후조건으로 농업이 발달하면서 농업에 필요한 소가 많기도 했다.

이런 영향으로 언양에는 큰 우시장이 생겨났고, 특히 소를 이용한 음식이 발달될 수 있었다.

울주군 서부권의 중심이자 영남알프스의 관문인 언양은 불고기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특구로 지정될 정도로 불고기와 함께 성장했고, 지금도 전국적인 명소로 인기가 높다.

현재 언양읍 봉계리 불고기특구(불고기단지)에는 16개의 전문 음식점이 성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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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뉴시스] 배병수 기자 = 석쇠에서 구워낸 언양불고기는 제철 맞은 언양 미나리와 함께 곁드려 먹으면 한층 깔끔한 맛을 자랑한다. 2020.05.11. bbs@newsis.com

◇60년대 고속도로 건설 노동자들 힘든 노동 후 즐겨 먹어
 
그렇다면 언양불고기는 언제부터 어떻게 해서 널리 알려졌을까. 산업도시답게 언양불고기는 고속도로와 인연이 깊다.
 
1960년대 경부고속도로가 건설되면서 현장근로자들은 힘든 노동 후 언양 불고기를 즐겨 먹곤 했다.

술 한잔 기울이며 안주 삼아 먹었던 음식이 고속도로 개통과 함께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채굴이 한창이던 자수정 광산 개발도 한 몫 했다.

노다지를 캐던 업자들과 서울 등지에서 몰려든 상인까지 불고기를 즐겨 찾게 되면서 성업을 이룰 수 있었다.

당시 자수정 값이 꽤나 비싼 덕에 언양은 부귀를 누렸다. 광산의 개발 업자들도 고된 노동 후에는 자수정 한개씩 주워와 불고기로 바꿔먹기도 했다.

지난 2003년부터는 언양에 KTX울산역이 들어서면서 수도권에서 언양불고기의 맛을 보러온 사람도 늘었다.
 
특히 언양불고기 맛이 입소문 타면서 젊은층도 즐겨찾는 음식이 됐다.
 
이곳에서 약 30년동안 언양불고기 전문점을 운영하는 유순열(63·여)씨는 "타지에서 언양불고기를 맛보러 오는 손님들이 대부분이다"며 "KTX울산역이 개통한 이후 손님층이 더 다양해졌고, 원조 언양불고기를 맛보러 온 젊은 손님도 늘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편의점 업계에서 '언양식 불고기 도시락'을 내놓기도 했다.
 
전문점에서만 참맛을 느낄 수 있던 음식이 간편식으로 출시되면서 주머니가 가벼운 젊은층에게도 익숙한 음식이 됐다. 

유씨는 "코로나19 여파로 불고기특구에는 손님이 뚝 끊겼지만, 언양불고기를 접한 젊은층에서 택배 배달을 많이 시키고 있다"며 "울산에 오지 않더라도 택배로 언양불고기를 맛볼 수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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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뉴시스] 박수지 기자 = 언양불고기와 암소구이를 즐길 수 있는 봉계한우 불고기단지 전경. 2020.05.11.(사진=울산시 제공) photo@newsis.com

◇우시장 자리는 옮겼지만 수십년째 우수 품종 한우 거래
 
울주 산길을 걷다보면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축산농가다.
 
울주를 둘러쌓고 있는 영남알프스가 북풍을 막아줘 한우를 사육하기 최적의 장소이기 때문이다.
 
농부의 자부심으로 키운 소들은 언양의 우시장에서 거래된다.
 
언양 5일장이 열리는날 함께 개장하는 언양 우시장은 현재 상북면에 있다.
 
원래 우시장은 언양읍 남부리에 위치해 있다가 1979년 옛 언양농업고등학교 근처로 옮겨졌다.
 
이후 울산 KTX역 뒤편으로 한차례 더 옮겼지만, 울산을 찾는 관광객에게 부정적 이미지를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또다시 이전이 논의됐다. 
 
결국 2011년 11월 상북면 지내리에 자리를 잡았고, 명칭도 언양 우시장에서 울산가축시장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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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뉴시스] 박수지 기자 = 2000년 3월 언양우시장 전경. 2020.05.11.(사진=울산시 제공)photo@newsis.com
이곳에서는 매달 끝자리 2일에는 비육우와 번식우, 7일에는 송아지가 거래된다.
 
소가 마음에 들면 흥정해서 바로 사고파는 직거래 방식인데, 옛날에는 흥정하는 소리로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상북면으로 이전한 이후 전자경매 방식으로 바뀌면서 옛날 풍경은 사라졌지만, 긴장감 만큼은 여전하다.
 
가축시장에 유입되는 소들은 울주군을 비롯해 울산, 부산, 경주 등 인근 지역에서 모여든 축산인에게 거래된다.
 
그만큼 언양 한우의 우수성은 인정받아 수십년 째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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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뉴시스] 박수지 기자 = 상북면으로 이전한 울산가축시장에서 축산인들이 언양 한우를 거래하고 있다. 2020.05.11.(사진=울산시 제공)   photo@newsis.com

◇2년간 중단된 한우불고기 축제...올해 10월 개최 예고
 
언양 불고기는 지난 2006년 봉계지역과 함께 불고기 특구로 지정되면서 이름을 더욱 알리게 됐다.

당시 재정경제부는 오랜 역사와 맛으로 유명했던 울주군 언양읍의 한우암소 불고기와 울주군 두동면 봉계리의 한우암소 생고기 소금구이를 하나로 묶어 '언양·봉계 한우불고기 특구'로 지정했다.

이후 그해 10월부터 언양과 봉계에서 1년씩 번갈아 가며 한우불고기 축제를 개최해왔다.

넓은 광장에 수많은 관광객들이 불을 피우며 고기를 먹는 모습에 볼거리와 먹거리를 두루 갖춘 축제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축제가 열릴 때면 전국에서 몰려든 미식가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국 곳곳에 유사한 축제가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울주군의 한우불고기 축제는 점점 경쟁력을 잃기 시작했다.

실제 언양, 봉계의 한우불고기축제는 지난 2014년까지만 해도 도축 한우가 120마리에 달했다. 이듬해는 100마리, 2016년 55마리까지 떨어져 축제참가 업소들은 적자를 떠안을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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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뉴시스] 박수지 기자 = 언양불고기 축제 현장에 가면 볼 수 있는 암소 동상. 2020.05.11.(사진=울주군 제공) photo@newsis.com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2018년에는 축제를 주최하던 한우불고기식당 번영회가 프로그래 운영 등 문제로 내홍을 겪었다.

결국, 언양과 봉계가 먹거리특구로 지정된지 12년 만에 처음으로 축제가 중단됐다.

지난해에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확산되면서 2년 연속 축제를 개최하지 못했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줄줄이 봄축제가 피지도 못하고 시들었지만 한우불고기 축제만은 성공적으로 열겠다는 게 축제위원회의 입장이다.

2년간 중단으로 명맥이 끊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관할 지자체인 울주군은 올해 정상적인 축제 개최를 계획 중이다.

울주군 축수산과 담당자는 "한우불고기 축제의 명맥에 흠이 가지 않도록 올해 축제는 문제없이 진행할 예정이다"며 "코로나19 여파로 축제 준비 일정이 조금씩 미뤄지고 있지만, 향후 축제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올해 10월 성공적인 축제를 개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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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뉴시스] 박수지 기자 = 영남알프스의 산봉우리 중 '신불산'과 '간월산' 사이에 위치한 간월재 전경. 2020.05.11.(사진=울주군청 제공) photo@newsis.com

◇가을이면 영남알프스 황금색 억새평원 즐길 수 있어 
 
한우불고기축제가 특별한 이유는 울주의 풍성한 볼거리와 함께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영남알프스에는 사시사철 산행하기 좋은 코스다.
 
영남알프스는 울산을 비롯 양산, 밀양, 청도, 경주 접경지에 형성된 가지산을 중심으로 해발 1000m 이상 7개의 산이 수려한 산세를 자랑하며 유럽의 알프스와 견줄만하다 해 붙여졌다.
 
영남알프스의 산봉우리 중 '신불산'과 '간월산' 사이에 위치한 간월재에서는 불고기축제가 열리는 가을철이면 황금색 억새평원이 펼쳐진다.
 
이곳에서는 억새밭을 무대로 마련된 음악회 '울주 오디세이'도 열려 가을낭만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다.
 
억새 절정 시기는 단풍보다 1주일 정도 빠르지만, 시기만 잘 맞추면 억새와 단풍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진다.
 
이밖에도 울주에는 반구대암각화와 천전리 각석, 자수정 동굴 등 지역 문화유산을 간직하고 있어 축제의 볼거리를 더한다.
 
울주군청 관계자는 "울산의 볼거리와 먹을거리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은 울주만한 곳이 없다"며 "요즘엔 생활 속 거리두기로 방문객이 줄었지만,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울주 관광명소를 꼭 방문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뉴트로는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로,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경향을 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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