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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렌도 가족 '공항 숙식'…인권위 "법무부, 제도 바꿔야"

등록 2020.04.21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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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앙골라서 한국행...입국 불허

난민인정심사 불회부에 반발해 소송 제기

이후 승소 때까지 약 10개월 공항서 숙식

10세 미만 자녀 4명도 함께 이곳에서 생활

인권위에 진정 제기…"건강권·교육권 침해"

인권위 "관련 제도 개선해야" 의견 표명해

[인천공항=뉴시스] 홍찬선 기자 = 지난해 4월25일 인천공항 1터미널에서 만난 루렌도씨가 난민 심사 소송 1심 패소 소식을 듣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9.04.25. mania@newsis.com

[인천공항=뉴시스] 홍찬선 기자 = 지난해 4월25일 인천공항 1터미널에서 만난 루렌도씨가 난민 심사 소송 1심 패소 소식을 듣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9.04.2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기상 기자 = 난민인정 심사가 불허되면서 약 10개월간 인천국제공항에 체류했던 앙골라 국적 루렌도 은쿠카씨 가족이 10세 미만 자녀들의 인권이 침해됐다며 제기한 진정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관련 제도를 개선하라는 의견을 법무부장관에게 전달했다.
 
19일 인권위는 "난민인정심사에 회부하지 않기로 한 법무부 결정에 불복해 소송 등으로 그 처분의 정당성을 다투는 사람이 아동인 경우에는 '아동 최선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면서, "(이들이) 입국이 가능하도록 관련 법령 및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며 법무부장관에게 의견표명을 했다고 전했다.
 
인권위의 이번 의견 표명은 지난해 8월5일 루렌도씨의 자녀 4명이 유엔 아동권리협약상 보장받아야 하는 권리들을 침해받고 있어 입국 허가를 권고해야 한다는 취지로 낸 진정서에 대한 결정이다.
 
루렌도씨 가족은 앙골라 정부가 콩고 이주민을 추방하는 과정에서 받는 차별을 견디지 못해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들은 2018년 12월28일 입국이 불허되면서 항공사에 여권을 반납한 채 인청공항 환승구역에서 체류했다. 난민인정심사 자체가 불허된 것이다. 이에 대해 루렌도씨 가족은 이듬해 2월 심사 불회부 결정에 대해 '사유조차 제대로 듣지 못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난민인정심사가 불허되면 송환대상자가 된다. 송환대상자는 출국해야 하지만, 법원에 취소소송을 제기할 경우 출국이 유예된다. 그런데 현 제도상 송환대상자는 소송 중이라도 입국할 수 없어 공항 터미널 또는 출국대기실에 있어야 한다.
 
이런 사유로 공항 체류를 시작한 루렌도씨 가족은 지난해 7월 공항 터미널에서의 생활이 아동의 권리를 심각하게 훼손한다며 법무부장관에 입국허가를 요청했으나 거부당했고, 이에 한국 정부가 아동권리협약 비준 당사국으로서 책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한 것이다.
 
인권위는 이 진정에 대해 "입국이 거부된 난민신청아동이 소송 등의 사유로 그 송환이 유예됐을 때, 아동의 인권보호 차원에서 입국을 검토하지 않는 행위는 인간의 존엄성과 기본적 인권보장을 규정한 헌법과 유엔 아동권리협약 등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루렌도씨 가족이 머문 공항 터미널에 대해 인권위는 구체적으로 ▲외부와 차단돼 햇볕을 쬘 수 없고, 바깥 공기를 마실 수 없음 ▲적절한 영양섭취의 어려움 ▲학교 등 교육기관이 없음 ▲24시간 외부에 노출돼 수면의 질 저하와 스트레스 등으로 건강에 위협이 돼 아동에게 나쁜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이는 유엔 아동권리협약에서 규정한 아동으로서 마땅히 보장받아야 할 교육 및 건강권을 포함한 발달권이 보장되기 어려운 환경"이라면서, "해당 협약에 동의한 우리 정부가 난민 신청 아동의 입국을 검토하지 않는 것은 규정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난민협약상 난민신청자의 특수한 상황을 반영해 기본적 보장을 제공해야 하는 의무에도 위반된다"고 덧붙였다. 
 
인권위는 이런 내용들을 종합해 법무부장관에게 "난민신청이 명백히 남용적인 것이 아닌 한 해당 기간 중 기본적 처우가 보장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아동 최선의 이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입국이 가능하도록 관련 법령 및 제도를 개선해 달라"고 전했다.
 
이와는 별개로 루렌도씨 가족의 진정은 지난해 10월 입국이 허가되면서 권리가 침해되는 상황이 종료돼 취하됐다.

루렌도씨 가족을 대리하는 사단법인 두루의 이상현 변호사는 "루렌도씨 가족은 현재 국내 입국해 지내고 있다"면서 "난민심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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