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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열병 전문가들 "북한서 최소 3번 이상 전파…접경지 빠른 확산 원인"

등록 2020.04.27 20:3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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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멧돼지 ASF 종합대책 위한 전문가 토론회'

"과도한 총기사용 자제…멧돼지 활동범위 확산"

"한국은 산지 多…평지인 유럽사례 적용 힘들어"

"한국형 지침 필요…야생동물질병관리원 개원"

[서울=뉴시스] 정성원 기자 = 홍정기 환경부 차관(왼쪽)이 27일 오후 3시 서울 용산구 KDB생명센터에서 진행된 '야생멧돼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종합대책 마련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0.04.27. jungsw@newsis.com

[서울=뉴시스] 정성원 기자 = 홍정기 환경부 차관(왼쪽)이 27일 오후 3시 서울 용산구 KDB생명센터에서 진행된 '야생멧돼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종합대책 마련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0.04.2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정성원 기자 = 지난해 10월 초 경기 연천 지역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감염된 야생멧돼지가 발견된 후 7개월 넘게 경기·강원 북부 7개 시·도에서 양성개체가 발견된 원인에 대해 "북한에서 최소 3번 이상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넘어 왔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왔다.

환경부가 27일 오후 3~6시 서울 용산구 KDB생명센터에서 개최한 '야생멧돼지 아프리카돼지열병 종합대책 마련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에 참석한 돼지열병 전문가들은 이 같이 지적했다.

조호성 전북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는 "지난 11일 강원 고성 지역에서 발견된 사례 3건을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면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광범위하게 퍼진 서쪽에서 동쪽으로 전파된 게 아니라 북한에서 최소 3번 정도 넘어왔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현규 도드람 양돈연구소 박사도 "아프리카돼지열병과 관련해 매개체를 생각해봐야 한다"면서 "울타리가 돼지열병을 100% 완벽하게 차단할 수 없기 때문에 북한에서 돼지열병이 어떻게 넘어왔는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험준한 산지가 많은 한국의 지형적 특성을 고려해 중·장기적인 '한국형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과도한 총기 사용으로 이동이 힘든 접경지역, 지뢰지대 등으로 멧돼지가 이동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북한에서 최소 3번 이상 전파…과도한 총기 사용으로 전파 빨라

전문가들은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북한을 통해 넘어왔다고 분석하면서, 향후 남쪽으로 재확산시킬 수 있는 위험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호성 전북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는 "지난 11일 강원 고성 지역에서 발견된 사례 3건을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면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광범위하게 퍼진 서쪽에서 동쪽으로 전파된 게 아니라 북한에서 최소 3번 정도 넘어왔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양성 폐사체가 발견된 고성 지역 발견지점은 비무장지대(DMZ)와 남방한계선 사이로, 감염 폐사체가 다수 발견된 화천군과 70㎞ 이상 떨어진 지역이다.

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관리연구실 실장은 "보통 1년 동안 20㎞ 이상 전염이 확산되기 어려운데, 우리나라에선 3개월 만에 최대 92㎞까지 이동했다"면서 "(고성) 사례는 자연전파가 아니라, 북한에서 전파됐다고 보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조호성 교수도 "지난해 북한 노동신문에서도 아프리카돼지열병을 언급했는데, 문제는 노동신문은 정치사회적인 영향이 있는 기사가 아니면 안 낸다는 것"이라면서 "노동신문에서 이를 언급했다는 건 북한 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항만이나 수입 물품을 통한 유입 가능성뿐만 아니라 북한에서의 유입 가능성을 중점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 지형에서 과도한 총기포획이 오히려 아프리카돼지열병을 확산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관리연구실 실장은 "멧돼지 포획에 있어 몰이사냥을 통한 총기포획이 전통적인 방법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산이 높아서 몰이사냥을 하면 포획이 더 힘들어진다"면서도 "우리나라는 또 지뢰지대, 접근이 힘든 지형 등이 많아 총기포획 시 이런 지역으로 더 넓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김영준 실장에 따르면 멧돼지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 우수사례로 꼽히는 벨기에의 경우 대부분 평지이고, 지뢰지대와 같은 제한 요소가 없기 때문에 울타리 설치 작업이 원활하게 진행됐다. 김 실장은 몰이수렵으로 돼지열병 확산 면적이 7~8배 증가했다는 독일 연구진의 연구결과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정원화 국립환경과학원 생물안전연구팀장은 "지형이나 토지 이용 차이, 민간인 통제선과 군사지역, 지뢰지대 등 출입제한지역, 험한 산지 등으로 외국 사례를 적용하기엔 한계가 있다"면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초기에 외국 사례들을 참고하면서 우리나라 형편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울타리 너머 멧돼지. (사진=국립생태원 제공). 2020.04.0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울타리 너머 멧돼지. (사진=국립생태원 제공). 2020.04.09. [email protected]

◇한국형 돼지열병 방역지침 필요…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 조기 개원해야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지형적 특성을 고려한 '한국형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후승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박사는 "유럽 사례는 유일하게 참고할 만 사례라 참고했을 뿐, 우리나라와 맞지 않는 사례"라면서 "우리나라 상황에 맞는 대응법을 마련할 때"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아프리카돼지열병뿐만 아니라 다양한 동물 질병을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이 조기에 개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호성 교수도 "과학적 자료를 기반으로 역학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면서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을 중심으로 멧돼지 개체 관리, 질병 진단과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준 실장도 "아프리카돼지열병뿐만 아니라 다양한 야생생물 질병에 대해서도 체계적으로, 계절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후승 박사는 "유럽 각국은 발생현황을 수시로 보고하면서 대응체계를 갖춰나갔다"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이 질병관리본부로 일원화됐듯 현재 기관별로, 지자체별로 제각각인 보고 및 대응체계가 일원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황주선 서울대학교 야생동물유전자은행 박사는 "현장에 대한 감독이 철저하게 이뤄지고 중앙과 소통할 수 있는 지원체계가 필요하다"라면서 "현장과 중앙을 이어줄 수 있는 중간다리 조직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백신 개발의 중요성도 거론됐다.

조 교수는 "집돼지에게 적용하기 어렵지만, 멧돼지를 대상으로 병원성이 남아 있는 백신을 광범위하게 살포하는 방법이 있다"면서 "멧돼지가 이를 견디면 생존하고, 견디지 못한다면 울타리가 멧돼지 이동을 차단해 멧돼지 개체 수를 감소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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