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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인도네시아 화력발전 사업 수익성 두고 '설왕설래'

등록 2020.06.18 14:4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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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예타 결과 한전에 708만달러 손실 예상

평점 0.549로 '회색 영역'에 해당한다는 주장

한전 "수익성 지수 0.99로 사업 타당성 충분"

[서울=뉴시스] 한국전력 나주 본사 사옥 전경. (사진=한국전력 제공)

[서울=뉴시스] 한국전력 나주 본사 사옥 전경. (사진=한국전력 제공)

[서울=뉴시스] 이승재 기자 = 한국전력이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추진하는 화력발전소 건설 사업의 수익성을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정치권과 환경단체는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실시한 예비타당성조사를 근거로 '돈이 안 되는 사업'이라고 주장한다. 반대로 한전은 이 사업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

18일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일부 공개한 '자바 9·10호기 석탄화력발전사업 예비타당성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KDI는 이 사업의 가치를 -4358만 달러(-530억원)로 보고 한전에 708만 달러(85억원) 손실을 입힐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사업 운영기간인 25년 동안 유입되는 수익과 유출되는 비용을 모두 현재 가치로 환산한 것이다.

이번 사업은 인도네시아 정부가 지정한 국가 전력 인프라 사업으로 총사업비만 약 32억 달러에 달한다. 이를 통해 자카르타 인근에 1GW 규모 석탄화력발전소 2기를 짓게 된다.

한전은 전력구매계약에서 보장한 평균 계획송전비율(86%) 전량 달성할 것으로 가정하고 사업을 추진했지만 이는 과도하게 낙관적인 분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KDI도 이런 가정을 실현시키는 것이 어렵다고 봤다. 그래서 실제 송전비율을 78.8% 수준으로 책정했고 이 때문에 적자를 낼 것이라는 평가 결과가 나왔다.

한전은 평균 계획송전비율은 전력판매계약상 발주처와 합의된 수치이기 때문에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수치라고 말한다.

한전 측은 이날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한·인도네시아 전력공기업뿐 아니라 사업주와 대주단이 각각 선임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자문사들이 독립적으로 검증한 수치"라며 "국내 석탄화력발전소의 발전가능상태 유지 비율은 87% 이상이고 인도네시아의 경우는 90% 이상"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KDI 예타보고서상 수익성 지수가 0.99이지만 일반적으로 수익성이 보수적으로 산정되는 경향을 고려해 0.95 이상이면 수익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태안=뉴시스]김선웅 기자 = 충남 태안군 석탄가스화복합화력발전소 일대. 2019.12.10. mangusta@newsis.com

[태안=뉴시스]김선웅 기자 =  충남 태안군 석탄가스화복합화력발전소 일대. 2019.12.10. [email protected]

공공성과 수익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KDI 예비타당성조사의 종합평점도 논쟁 대상 가운데 하나이다. 이번 인도네시아 화력발전 사업의 종합평점은 0.549이다.

환경단체인 기후솔루션은 KDI의 '공공기관 해외사업 예비타당성조사 수행을 위한 표준지침'을 근거로 종합평점이 0.45에서 0.55 사이에 있는 경우 결정에 신중을 요하는 '회색 영역'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기후솔루션의 윤세종 변호사는 "1차 예비타당성 조사와 마찬가지로 재심의에서도 '회색 영역에 속하는 점수를 받았다면 이 사업의 타당성이 입증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두 차례에 걸친 조사 모두 손실이 예상된다고 결론을 내린 상황에서 사업 추진을 강행하는 것은 신중한 결정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반면 한전은 종합 평점이 0.549로 '공기업·준정부기관 예비타당성조사 운용지침'상 사업 타당성 기준치인 0.5를 넘겼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또한 예비타당성조사 평가자 8명 모두 '사업타당성 있음, 사업시행'으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이 상태로 사업을 추진하면 시공사로 참여한 두산중공업에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저가 수주로 인해 파급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설계와 조달, 시공을 맡은 두산중공업의 수주액은 약 14억 달러이다.

이에 한전 측은 "두산중공업 수주액과 국제경쟁입찰 당시 2위 업체인 미쓰비시 컨소시엄과 가격 격차는 4%로 적정 수준으로 판단된다"며 "KDI는 이번 사업을 통해 기자재, 설계, 시공 등에서 약 7억 달러의 중소기업 부문 수출 및 파급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고 반박했다.

한전은 기존 계획대로 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오는 26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관련 논의가 이루어질 가능성도 있다.

한전 관계자는 "한전은 국내외에서 신재생사업 확대 등을 통해 환경친화적인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환경적인 측면에서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전했다.

한전은 1995년 첫 해외사업을 시작한 이후 전 세계 26개국에서 47개 프로젝트를 통해 화력·원자력·신재생에너지·송배전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업을 추진 중이다. 현재까지 해외사업을 통한 누적 매출액을 35조원가량이고 순이익은 약 3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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