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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절세매물' 셋 중 하나 외지인 차지…'뒷북 대책' 논란

등록 2020.06.23 16:4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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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원 부동산거래현황 통계 분석 결과

매매거래 271건 중 89호…전체의 32.8%

중랑·용산·동작·금천구 등도 평균 이상

양도세 중과 유예, 정책 효과 '무용지물'

'공급 확대' 효과 못 본 채 유예시한 임박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서울 송파구 롯데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의 모습. 2019.06.21.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서울 송파구 롯데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의 모습.  2019.06.2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인준 기자 = 강남 아파트 매매시장에 최근 몇 달간 보유세 부과일을 앞두고 나온 수억원 저렴한, 이른바 '절세용 매물'의 셋 중 하나는 서울에 살고 있지 않은 사람이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서울 아파트 수급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이달까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등 규제 완화를 시행했지만 정작 정책의 수혜는 외지인 현금부자에게 돌아간 셈이다.

23일 한국감정원 부동산거래현황 통계에 따르면 5월 강남 아파트 매매거래 271건 중 관할시·도외 거주자가 산 아파트는 89호로 전체의 32.8%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기간 서울 외지인 매입 비중(23.7%)을 웃도는 수준이며, 지난해 평균(21.9%)과 비교해도 10%포인트(p) 이상 높다. 지난 4월에도 강남 아파트 매매시장의 외지인 매입 비중은 36.2%로 높게 나타났다.

최근 과세기준일(6월1일)을 앞두고 보유세 강화와 이달 말 양도세 중과 유예의 영향으로 시장에 나온 절세용 매물의 상당수를 서울에 거주하지 않는 사람이 매입한 셈이다.

강남구 외에도 중랑구(37.3%), 용산구(30.7%), 동작구(30.0%), 금천구(29.4%) 등에서 외지인 매입 비중이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으며, 서초구(26.5%)도 평균을 소폭 웃돌았다.

외지인의 아파트 거래는 실거주가 아닌 투자 목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최근 서울 지역의 아파트 매매거래의 상당수는 전세보증금을 끼고 매입하는 '갭투자'로 파악됐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5월 강남구를 포함한 강남4구(서초·송파·강동구) 아파트 거래 중 이전 집주인으로부터 세입자의 보증금을 승계하는 방식으로 매입한 비율이 72.7%로 집계됐다.

거래시장이 거주 목적이 아닌 투자 시장으로 변질되자, 외지인 투자가 기승을 부리면서 실수요층의 주택 구입 기회를 제한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상 정부가 최근 6·17대책에 토지거래허가제 등 실수요 목적이 아닌 투자 수요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지만 '뒷북 규제'라는 볼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의 양도세 중과 유예가 어설픈 규제 완화로 패착을 둔 것이 아니냐는 문제 제기도 나온다.

정부가 애초에 이달 말까지 다주택자의 퇴로를 열어준 이유는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의 매물 잠김 현상이 다소 심각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현재 개인이 주택을 매입했을 때 적용하는 양도소득세 기본세율은 6~42%인데,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에 보유한 주택에 대해서는 10~20%p 가산돼 최대 62%까지 세금이 무겁게 매겨진다.

이로 인한 부작용으로 주택 매각에 따른 세금 부담이 큰 데다, 최근 집값 급등의 영향으로 집주인의 주택 보유 성향이 강해지면서 강남3구 등 거주 선호 지역의 아파트 매물 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수급 불안으로 이어져 집값 급등으로 이어지고, 수요자들의 불안감을 자극해 집값이 다시 뛰는 악순환이 되풀이됐다. 국토부는 이에 따라 시중에 매물 증가를 유도하기 위해, 다주택자가 서울과 수도권 일부지역 등 조정대상지역에서 10년 이상 보유한 아파트 매물에 대해 양도세 중과를 한시적으로 유예하고, 양도세 중과 배제로 장기보유특별공제(20~30%)도 적용키로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서울의 높은 집값과 초고가 주택에 대한 대출 규제 등으로 인해 주택 매입이 쉽지 않은 데다 외지인의 투자 수요까지 기승을 부리면서 실수요층에게 주택 매입 기회가 돌아가기 전에 사라져 버린 것이다.

더구나 다주택자들은 주택을 매매하기보다는 가족 등에 증여하면서 정부가 기대했던 정책 효과와는 엇나가고 있다. 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증여 건수는 1566건으로, 4월(1386건)보다 많았다.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증여 건수(522건)의 3배다. 특히 최근 가족 간 지분 쪼개기가 절세 수단으로 각광받으면서 전세보증금이나 대출을 끼고 증여하는 부담부 증여가 활성화되자 매매보다 증여를 부추겼다

양도세 중과 유예 시한이 불과 일주일여 남은 상황에서 정부가 당초 기대했던 '주택 매물 증가'라는 정책 효과를 기대하기는 불가능한 상태다. 국토부는 양도세 중과 유예를 추가로 연장할 뜻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히려 이번 정부의 6·17대책 이후 거래 위축이 더욱 심화돼 서울 주택 수급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규제를 기회로 삼는 투자수요로 '풍선효과'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외지인 투자는 서울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올해 1~5월 외지인 전국 아파트 매매는 8만4761호로, 전년 같은 기간 3만2855호 대비 158.0% 불어났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의 영향으로 부동산 투자에 대한 관심은 여느 때보다도 높은 상황이다.

반면 정부는 실거주 목적이 아닌 주택 구입에 대해서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투자자들과 반목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최근 수도권 비규제 지역인 김포, 파주 등도 최근 급등세를 나타냄에 따라 조정대상지역 지정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 6·17대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번에 마련한 대책에도 불구하고 이상 징후 또는 과열이 재현된다면 정부는 다양한 대책들을 준비해서 즉각적으로 후속조치로 대응할 계획"이라며 추가 부동산 대책을 시사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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