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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이래 순탄한 적 없던 文대통령 여름 휴가…올해는?

등록 2020.07.25 0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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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첫 해 휴가, 북한 ICBM 발사…NSC 소집 후 '지각 출발'

휴가지로 밀려온 현안 보고…조기 복귀해야 했던 2018년

日 수출 규제에 통째 반납…주말 활용 제주도 방문이 전부

'활자 중독' 文대통령, 휴가 기간 몰아치기 독서 가능성도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휴가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일 오전 충남 대전 장태산휴양림에서 산책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부터 3일까지 닷새간 취임 두번째 여름 휴가를 보내고 있다. 2018.08.03. (사진=청와대 제공)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휴가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일 오전 충남 대전 장태산휴양림에서 산책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부터 3일까지 닷새간 취임 두번째 여름 휴가를 보내고 있다.  2018.08.03. (사진=청와대 제공)[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태규 기자 = 본격적인 휴가철이 다가오면서 청와대에서 네 번째 맞게될 문재인 대통령의 여름 휴가에 자연스레 눈길이 쏠린다. 산적한 국정 현안 탓에 마음 편히 쉴 수 없었던 앞선 휴가의 전철을 밟게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관측도 나온다.

통상 '7말8초(7월말 8월초)'라는 극성수기에 맞춰진 역대 대통령의 여름 휴가 시간표를 따랐던 문 대통령이지만 7월 마지막 주를 앞두고도 아직 대통령의 휴가 소식은 구체적으로 전해지지 않고 있다.

이제 막 청문회를 마친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과 오는 27일 청문회를 앞둔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 임명까지는 매듭지어야 비로소 본격적인 여름 휴가 논의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수석 비서관·보좌관 회의까지 공식 일정이 통보 됐다는 점, 제75주년 광복절과 그에 따른 임시 공휴일(8월17일) 지정 등 예고된 일정들을 종합적으로 감안하면 선택지는 많지 않아 보인다. 예년보다 다소 늦은 8월2주차(3~7일) 동안 휴가를 보낼 확률이 높다.

청와대 관계자는 "작년에는 예상치 못한 일본 수출규제에 대응하느라 휴가를 반납할 수 밖에 없었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면서 "아주 큰 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8월 중에는 여름 휴가를 다녀올 예정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험난(?)한 여름 휴가는 취임 첫 해부터 시작됐다. 휴가 기간을 활용해 평창동계올림픽을 홍보한다는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했다. 북한이 휴가 출발 하루 전날인 7월28일 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화성 14호'를 발사했다.

휴가를 보류한 문 대통령은 29일 새벽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해 ▲대북 경계태세 강화 ▲강력한 무력시위 전개 ▲경북 성주의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잔여 발사대 추가 배치 ▲유엔 안보리 소집 요청 등을 지시한 채 예정보다 12시간 늦게 휴가를 떠났다.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휴가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일 충남 계룡대에서 독서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부터 3일까지 닷새간 취임 두번째 여름 휴가를 보내고 있다. 2018.08.03. (사진=청와대 제공)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휴가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일 충남 계룡대에서 독서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부터 3일까지 닷새간 취임 두번째 여름 휴가를 보내고 있다. 2018.08.03. (사진=청와대 제공)[email protected]

이듬해인 2018년 여름 휴가도 순탄치 만은 않았다.

'휴가(休暇)' 본연의 의미를 살려 업무에서 떠나있겠다던 문 대통령이었지만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다. 휴가지로 택했던 계룡대는 청와대 집무실을 방불케 했다. 예정 했던 일정은 소화했지만 휴가 도중 당시 청와대 조직개편, 협치 내각 구상, 계엄령 문건 파문과 기무사 개혁 등 굵직한 이슈들이 휴가지로 보고됐다.

우리 국민이 리비아 무장민병대에 피랍 됐다는 보고를 받은 문 대통령은 계룡대 벙커에서 구출작전에 총력을 다하라는 특별지시까지 내렸다. 휴가 마지막 날은 청와대로 조기 복귀해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게 하극상을 보였던 이석구 기무사령관을 경질하고, 후임으로 남영신 사령관을 임명했다.

쉬고 있는 건지, 일감을 짊어지고 내려온 건지 모를 그나마의 휴가 마저도 지난해는 건너 뛰었다. 주말을 활용해 가족들과 함께 제주도를 다녀온 것이 전부였다. 7월29일부터 8월2일까지 여름 휴가를 떠날 계획이었지만 일본의 수출규제 탓에 취소했다.

따라서 올해는 '휴가인 듯, 휴가 아닌, 휴가 같은' 휴식을 위해서라도 예년과 달리 조용히 보낼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휴가 중 하루는 10년 넘도록 직접 꾸미면서 애착이 생겼다던 경남 양산 매곡동 자택에서 보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퇴임 후 지낼 사저 매입을 끝낸 상황에서 어쩌면 재임 중 휴가 기간 머무는 것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서울=뉴시스】 홍지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여름휴가 이틀째인 31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오대산에서 등산 중 시민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7.07.31. (사진=독자 이경미씨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홍지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여름휴가 이틀째인 31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오대산에서 등산 중 시민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7.07.31. (사진=독자 이경미씨 제공) [email protected]

문 대통령은 2015년 9월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 편백나무숲, 산책로, 홍시와 밤송이 등으로 어우러진 자연환경 속 양산 자택을 그리워 하는 심정을 트윗에 표현하기도 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이것들을 모두 버리고 나는 무엇을 얻고 있는 것일까요"라고 반문하며, 현실 정치의 한 가운데에서의 갈등과 고민, 괴로움의 심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스스로가 '활자 중독'처럼 느껴진다던 문 대통령이 평소 마음껏 하지 못했던 독서를 이번 휴가 기간에 몰아서 하는 모습도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2018년 여름 휴가에 소설가 한강이 쓴 '소년이 온다', 소설가 김성동이 펴낸 장편소설 '국수(國手)', 진천규 통일전문 기자의 방북취재기 '평양의 시간은 서울의 시간과 함께 흐른다' 등 3권을 읽었다. 2017년에는 KBS 강연 프로그램을 엮은 '명견만리(明見萬理)'를 읽고 추천한 바 있다. 권구훈 북방경제협력위원장을 위촉한 것도 휴가 때 읽은 '명견만리' 속 권 위원장의 강연 내용에 감명 받아서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휴가 때 읽을 책 선정을 이미 해 놨을 수도 있다"며 "주변 참모들의 추천을 받기도 하지만 대통령이 직접 고르는 경우가 더 많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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