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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확보 위한 '투트랙 전략'…"안전성·가격·우선순위 고려해야"

등록 2020.07.31 19: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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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헬스케어 미래포럼'서 백신 개발동향 논의

백신 175개…모더나·화이자·아스트라제네카 선두

백신 안전성·가격·설비 등 걸림돌…"투트랙 당연"

코박스로 백신 20% 확보…"백신 확보 협력해야"

"접종 우선순위·확보방안·위험성·효과검증 남아"

[서울=뉴시스] 정성원 기자 =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호텔에서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주최로 열린 '제7회 헬스케어 미래포럼'에서 묵현상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장이 주제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2020.07.3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정성원 기자 =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호텔에서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주최로 열린 '제7회 헬스케어 미래포럼'에서 묵현상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장이 주제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2020.07.3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정성원 기자 = 현재 전 세계에서 개발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은 현재까지 총 175개로, 이 중 모더나(Moderna), 화이자(Pfizer),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 백신이 선두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도 백신 개발에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우수한 백신을 신속하게 확보하려면 국내 자체 개발에 집중하면서도 해외 백신을 함께 확보하는 '투트랙 전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백신의 안전성, 접종 우선순위 등도 심도 있게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주최로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호텔에서 열린 '제 7회 건강관리(헬스케어) 미래포럼'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백신 확보를 위한 투트랙 전략과 백신 확보 시 고려해야 할 과제로 이같이 밝혔다.

이날 포럼은 '코로나19 백신, 글로벌 개발 동향 및 확보전략'을 주제로 전문가들의 주제발표와 정책 토론 등이 진행됐다.

◇개발 중 백신 175개…모더나·화이자·아스트라제네카 선두

지난 27일 기준 전 세계적으로 678개의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 중이다. 이 가운데 백신은 175개, 항생물질은 204개, 치료제는 299개다. 백신 후보물질 175개 중 임상시험 3상에 돌입하는 선두는 모더나,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3곳이다.

현재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건 합성단백질 백신(43%)이다. 합성단백질 백신은 외막 단백질을 모방한 단백질이나 단백질 외막의 파편 등을 이용한 백신으로, 대표적으로 노바백스(Novavax)가 합성단백질 백신이다. 우리나라에서도 SK바이오사이언스와 G플러스 생명과학, LG화학 등에서 합성단백질 백신을 개발 중이다.

다음으로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백신은 핵산 백신(23%)이다. 인체 내에 항원을 만들고, 이 항원으로부터 항체를 만드는 '항원항체' 방식의 백신이다. 지금까지 많은 개발 노력이 있었지만, 인간에게 사용할 수 있는 핵산 백신은 개발되지 못했다. 현재 모더나, 화이자가 mRNA 백신을, 이노비오가 DNA 백신을 개발 중이다. 국내에서도 제넥신(DNA), 진원생명과학(DNA)가 개발 중이다.

이어 개발 중인 바이러스 벡터 백신은 12% 정도다. 바이러스 벡터 백신은 바이러스 껍질에 새로운 유전물질을 넣는 방식으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웨스트나일 바이러스, 지카 바이러스, 에볼라 바이러스 백신이 개발됐지만, 현재까지 허가받은 백신은 에볼라 백신이 유일하다. 아스트라제네카가 바이러스 벡터 백신의 선두주자다.

가장 오래된 형태의 불활화 백신도 12% 정도가 개발 중이다. 바이러스의 독성을 약화시키거나 죽은 바이러스로 만드는 백신이다. 국내에선 현재 개발 중인 불활화 백신은 없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28일까지 조사한 백신 중 임상시험 3상에 접어든 백신 5가지 중 선두 백신은 모더나,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세 가지다. 이 가운데 모더나 백신은 3만명을 대상으로 임상 3상에 돌입했다.

◇백신 안전성·가격·설비 걸림돌…"투트랙 전략 당연"

안전성, 가격, 생산설비 등 3가지가 백신 출시 시기를 불확실하게 만드는 요소로 거론됐다.

전문가들은 우선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선 임상시험 기간을 단축한다고 하더라도, 백신 허가와 생산까지 통상 5~6년이 소요됐던 만큼 백신 개발 시엔 안전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묵현상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장은 "일부에선 임상 3상 6개월 이후 피접종자의 안전성이 결국엔 승부처가 될 것이라 말하지만, 6개월일지, 1년일지 아무도 말할 수 없다"며 "임상 3상을 진행하면서 피접종자의 데이터를 확인하고, 어느 시점에서 안전성을 살펴볼 수 있는지 유심히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백신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가격도 중요 요소다. 현재 개발 중인 백신 중 가장 저렴한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로, 1인당 8달러 수준이다. 모더나의 경우 공식적으로 가격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50달러~60달러 선으로 예상된다.

생산 설비도 고려해야 할 요소다. 전 세계 80억 인구에게 필요한 백신을 모두 생산하기엔 설비가 매우 부족하다. 이 때문에 영국 정부에서는 127만달러를 투입해 생산 설비를 갖추겠다고 발표했고, 제약사들도 생산 업체와 계약을 맺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아스트로제네카 제약사와 글로벌 공급 협력 협약을 체결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자체 백신을 개발하면서 해외에서 백신이 개발될 경우 이를 신속하게 도입하겠다는 정부의 투트랙 전략이 합당한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묵 단장은 "우리나라는 진단검사 부분과 제조 생산 부분에 강점이 있는 만큼 이 부분에 집중 지원하면서 2021년 이후 연구·개발(R&D)을 차근차근 지원하겠다는 전략은 타당하다"며 "생각은 글로벌하게 하고, 행동은 국내에 집중하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백신 개발 기술이 부족하다는 주장에 대해 이준행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2009년 신종플루 당시 자체 개발한 백신을 만들고 이를 접종한 경험을 세계에서도 집중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 백신 생산에 지원을 주저하는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임상시험 경험이 없기 때문에 한국 기업에 투자할 수 없었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우리나라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면서 우리나라 백신을 전 세계 시장으로 진출시킬 수 있도록 길을 잘 정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정성원 기자 =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호텔에서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주최로 열린 '제7회 헬스케어 미래포럼'에서 '글로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 동향 및 확보 전략'을 주제로 전문가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2020.07.3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정성원 기자 =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호텔에서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주최로 열린 '제7회 헬스케어 미래포럼'에서 '글로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 동향 및 확보 전략'을 주제로 전문가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2020.07.31. [email protected]

◇안정적인 확보 위해 협력…"우선순위·위험성 등 고려해야"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세계보건기구(WHO)를 중심으로 코로나19 분배와 접근성 보장을 위한 세계적인 연대 논의가 진행 중이다. 대표적으로 '코박스'(COVAX)는 감염병혁신연합(CEPI), WHO, 세계백신면역연합(GAVI)의 합의 하에 출범했다. CEPI는 백신 개발과 생산, WHO는 백신 관련 정책과 할당, GAVI는 백신 공급을 담당한다.

코박스는 백신을 누구에게나 신속하면서도 평등하게 보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단기적으로는 최소 마진에 최대한의 공급 물량을 확보하되, 국제적으로 백신 확보를 위한 연대와 공동 소유를 목표로 우리나라를 포함한 75개국이 가입했다.

현재 CEPI의 지원을 받고 있는 백신 후보물질은 총 9가지로, 모더나, 큐어백, 이노비오, 아스트라제네카, 노바백스 백신이 여기에 포함돼 있다. 향후 백신 배분 및 선택에 있어 문제가 되겠지만, 일단 코박스는 전 세계 인구의 20%를 접종할 수 있는 백신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즉, 코박스에 가입국 인구의 20%가 코박스의 백신을 접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송만기 국제백신연구소(IVI) 사무차장은 "국가에서 코박스를 통해 확보하는 백신 20% 정도와 개별 기업을 통해 구매한 백신으로 접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백신 접종 우선순위, 구체적인 확보 방안, 백신의 효과와 위험성 등은 향후 계속 논의해야 하는 과제다.

최원석 고려대학교 감염내과 교수는 "독감 백신의 경우 기존 플랫폼을 이용하면 됐지만, 코로나19 백신은 새로운 플랫폼에서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백신 우선순위에 당연히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백신은 불확실성이 많기 때문에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만들면서 접종 우선순위와 백신 임상결과에 따른 시나리오별 세부 전략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정희진 고려대학교 감염내과 교수도 "접종에 있어 사회적 안전망을 유지하는 부분, 취약계층에 우선순위를 둘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어떤 백신을 구해야 할지도 중요한 부분"이라며 "임상시험 결과를 계속 모니터링하면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대학원대학교 예방의학과 교수는 "현재 상황에선 임상 3상을 진행한 백신을 접종하더라도 실제 접종하면서 품질과 다양한 기저질환자의 향후 증상 진행도, 예방 효과 등을 살펴보고 평가해야 하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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