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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115년 전 이한응 열사가 이루지 못한 꿈, 한반도 중립화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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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8-12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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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올해는 구한말 외교관 이한응(李漢應, 1874~1905) 열사가 순국한 지 115년이 되는 해다. 영국에서 외교관으로 일하던 이 열사는 러일 전쟁이 한창이던 1905년 당시 국제 정세를 감안할 때 일본이 전쟁에서 승리하면 대한제국의 독립이 유지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그는 주재국인 영국에 중재를 요청하며 외교 활동을 전개했다.

이 과정에서 이 열사는 '한반도 중립화 방안'을 제시했다. 한반도 평화가 유럽의 세력 균형과 연관된다는 견해였다. 이 열사는 동북아에서 러시아와 일본 간 세력 균형이 깨지면 유럽에서도 분란이 생길 것이라 주장했다. 그러면서 영국과 프랑스, 러시아, 일본 등 주변국들이 한반도 중립화를 보장하고 동북아 평화 유지에 힘써야한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영국은 그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오히려 영국은 러시아의 세력 확장을 막아야 한다며 일본과 영일 동맹을 맺어 일본의 한반도 점령을 사실상 용인했다. 대한제국의 외교관으로서 국권 상실을 막지 못했다는 한계를 절감한 이 열사는 비통한 심정에서 1905년 5월12일 자결 순국했다. 이 열사가 자결한 뒤 대한제국은 국권 침탈의 길로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들었다.

이 열사가 한반도 중립화를 외치던 당시 상황과 115년이 지난 현재의 동북아 정세는 크게 다르지 않다. 당시 러시아와 일본이 한반도를 놓고 쟁탈전을 벌였던 것처럼 미국과 중국이라는 초강대국이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사사건건 으르렁대고 있다. 미국은 한국을, 중국은 북한을 전초 기지로 삼아 서로를 경계하고 있다. 세계 각국은 미국과 중국 두 나라 중 어느 나라 편에 서야 유리할지 손익을 계산하느라 여념이 없다. 전 세계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를 주창하지만 속으로는 어떻게 하면 동북아와 한반도에서 더 많은 이득을 취할지 궁리하고 있다.

때문에 이한응 열사의 한반도 중립화 방안은 현 시점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당시 이 열사의 주장을 '미국과 중국의 군사적 이익이 충돌하는 최전방인 한반도의 평화는 양국의 세력 균형과 연관된다'는 식으로 변형해도 크게 무리가 없어 보인다. 한반도에서 평화가 깨질 경우 미국과 중국, 나아가 전 세계가 분란에 휩싸일 것이란 전망 역시 개연성이 충분하다. 이를 바탕으로 한반도 중립화와 군사적 긴장 완화를 통해 미국과 중국 간 세력 균형을 유도한다는 논리 전개가 가능해진다.

문제는 이 열사의 한반도 중립화 방안을 오늘날에 구현할 역량이 지금의 남북한에 있느냐는 점이다.

남북한은 구한말 당시 고종이 구사하던 '자기파괴적 이이제이' 외교 전략에서 한 발짝도 발전하지 못했다. 때로는 청나라, 때로는 일본, 때로는 러시아에 기대며 우왕좌왕했던 고종처럼 남북한은 미국과 중국 뒤에 숨은 채 서로를 향해 총칼을 겨누며 민족적 역량을 스스로 약화시키고 있다.

북한은 초대형 방사포 등 한국을 겨냥한 신형 전술무기들을 잇따라 시험하는가 하면 남북 간 통신선을 끊고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시켰다. 한국은 북한의 재래식 공격으로부터 수도권을 방어하겠다며 한국판 아이언돔을 설계하고, 세계 최대 탄두 중량을 자랑하는 현무-4 탄도미사일을 자체 개발했다. 이제는 북한 전역을 속속들이 감시하겠다며 고체연료 우주발사체로 정찰 위성을 다수 띄울 태세다.

이처럼 스스로 한반도의 평화를 깨뜨리고 있는 남북한이 미국과 중국, 그리고 세계 각국 앞에서 한반도 중립화를 운운할 자격이 있을지 의문이다. 남북한이 대립하는 모습은 미국과 중국, 그리고 남북 간 갈등을 최대한 유지 또는 조장하려는 일본에게만 좋은 일이다. 주변국들의 검은 속내를 애써 무시하면서 대립만 일삼는 후손들을 본다면 지하에 계신 이한응 열사는 또 한 번 깊은 절망감을 느낄 것이 분명하다.


◎공감언론 뉴시스 da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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