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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채식 급식 하냐구요? 기후위기에 대한 공포심 때문"

등록 2020.10.20 15:08:29수정 2020.10.20 18: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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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 선택 급식하는 울산여고 1학년 윤해영양

동물권으로 시작된 관심이 기후위기로 이어져

"많은 친구들이 기후 위기 인식에 동참해줬으면"

국회기후변화포럼, 울산시교육청·울산여고 방문

시교육청 내년부터 채식 관련 정책 확대 시행

[울산=뉴시스]구미현 기자 = "처음에는 동물권에 관심을 갖게 돼 채식을 시작했다면 지금은 기후위기에 대한 공포심 때문이에요."

20일 정오 울산여자고등학교 급식실 밖에서 만난 1학년 윤해영(16)양은 채식 급식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울산여고는 이달부터 채식 선택 급식을 시행하고 있다. 채식을 원하는 학생들에게 채식 식단을 제공한다. 윤 양은 이 학교 전교생 660명 가운데 유일하게 채식 급식을 선택한 학생이다.

그는 채식주의자 중에서도 가장 높은 단계인 비건이다. 비건은 우유, 달걀 등 '동물성 식품을 완전히 배제한 엄격한 채식'을 말한다.

이날 울산여고의 급식 메뉴는 닭죽, 찰흑미밥, 영양닭죽, 동그랑땡, 감자채복음, 깍두기, 떠먹는 요거트다. 그러나 윤 양은 닭죽 대신 야채죽, 동그랑땡 대신 콩으로 만든 비건용 동그랑땡, 베이컨을 제외한 감자채볶음, 요거트 대신 두유를 배식 받았다. 깍두기에도 젖갈이 함유돼 있어 메뉴에서 빠졌다.

윤 양은 4년전 중학교 1학년때 동물권 관련 책을 읽다가 채식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했다. 
 
"처음 채식을 시작할때에는 '채식권'이라는 말이 아예 없었어요. 중학교 3년 내내 도시락을 싸서 다녔어요. 고등학교에 입학하면 중식, 석식 두끼의 도시락을 챙겨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감이 컸어요. 그런데 교육청에서 채식 선택 급식을 추진한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정말 반가웠어요."

'청소년기후행동'의 활동가이기도 한 윤 양은 지난해 10월부터 울산대공원, 울산시청 앞에서 기후위기를 알리는 피켓시위를 벌여왔다. 지난 3월 정부를 상대로 헌법재판소에 낸 청소년 기후소송의 원고(총 19명)이기도 하다.

"지금과 같은 이산화탄소 배출이 이뤄진다면 기후 대응 가능한 시간이 5.5년 밖에 남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를 본 적이 있어요. 5.5년이면 제가 대학교 3학년일 때예요. 5.5년 후에는 탄소예산이 사라지고 기온은 빠르게 상승할 것이고, 우리들이 누려왔던 지금까지의 삶의 방식은 더이상 누릴수 없다는 생각에 공포감 마저 들었어요."

윤 양은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잠시 중단했지만 앞으로도 기후위기를 위한 행동을 꾸준히 할 계획이에요. 많은 친구들이 기후위기에 공감을 하고 채식에 많이 동참해줬으면 좋겠습니다"고 말했다.
[울산=뉴시스] 배병수 기자 = 울산여자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중인 윤혜영 양이 급식실에서 채식으로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비건 채식주의자인 윤 양은 "학교에서 채식 급식을 할 수 있게 돼 정말 좋다"고 말했다. 2020.10.20. bbs@newsis.com

[울산=뉴시스] 배병수 기자 = 울산여자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중인 윤혜영 양이 급식실에서 채식으로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비건 채식주의자인 윤 양은 "학교에서 채식 급식을 할 수 있게 돼 정말 좋다"고 말했다. 2020.10.20. [email protected]



한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장기화 속에서 기후위기에 대한 관심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울산시교육청이 선제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채식 선택 급식에 대해 전국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국회기후변화포럼 이성조 사무처장, 임혜진 간사, 대학생기자단 4명은 이날 울산시교육청을 방문해 채식급식의 필요성과 현황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채식선택급식을 실시하고 있는 울산여고를 방문했다.

시교육청이 추진하고 있는 채식 교육은 최근 전 세계에서 발생하고 있는 전염병, 폭우, 대형 태풍, 폭염으로 인한 대형 산불 등의 원인이 되고 있는 기후변화에 대응해 위기 극복을 위한 인식 변화 교육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 7월부터 학교에서 월 1회 ‘채식의 날’을 실시하도록 권장했고, 9월부터는 시범운영학교 두곳에서 주 1회 채식의 날을 운영하고 있다. 10월부터는 각 학교에서 개별상담을 통해 채식급식 희망자를 파악해 채식선택급식을 보장하고, ‘고기없는 월요일’을 격주로 운영하고 있다.

채식의 날을 월 1회 이상 운영하는 학교는 94곳, 고기없는 월요일(월 1회 이상)을 운영하는 곳은 231개교(94%)다. 채식선택 급식을 운영하는 학교는 228곳(92%)다. 채식급식을 희망하는 학생은 384명이다.

시교육청은 내년부터 ▲월1회 채식의 날 의무 시행 ▲고기없는 월요일 매주 시행 ▲채식 선택 급식 상시 운영 ▲연구학교 초·중·고 대상  3교 운영 ▲선도학교 10교 운영 ▲채식요리 축제 개최 ▲채식 학생 동아리 5개팀 운영 등 채식 관련 사업을 확대 시행할 계획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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