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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천 빠진 '통합물관리'에 예견된 인재 홍수…"환경부로 일원화해야"

등록 2020.11.14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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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물학술단체연합회 "환경부 물관리 전담해야"

국토부서 하천 관리…"이원화로 홍수 대응 한계"

"하천·농업용수 관리 안돼…댐만으로 대응 못해"

2019년 홍수피해 하천 53개 중 지방하천 51개

지방하천·소하천 하천기본계획 수립률 50%↓

"기후위기…일원화 후 전체 물 순환체계 구축"

[남원=뉴시스] 윤난슬 기자 = 지난 8월8일 오후 1시께 전북 남원시 금지면 지석리 금곡교 인근 섬진강 제방 100여m가 붕괴해 주변이 물로 가득 차 있다.2020.08.08.(사진=전북소방본부 제공) photo@newsis.com

[남원=뉴시스] 윤난슬 기자 = 지난 8월8일 오후 1시께 전북 남원시 금지면 지석리 금곡교 인근 섬진강 제방 100여m가 붕괴해 주변이 물로 가득 차 있다.2020.08.08.(사진=전북소방본부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정성원 기자 = 올해 집중호우 시기 홍수피해는 근본적으로 하천을 포함한 물관리 일원화가 이뤄지지 않아 벌어진 '인재'(人災)라는 주장이 나와 주목된다.

이 같은 주장을 내놓은 전문가들은 환경부와 국토교통부(국토부)로 이원화된 '불완전한 통합물관리' 대신 환경부가 물관리를 전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4일 학계 등에 따르면 국내 수자원·환경 관련 전문 학술단체가 모인 한국물학술단체연합회는 최근 성명을 통해 "하천 관리를 환경부로 일원화하라"고 촉구했다.

한국물학술단체연합회는 "'물관리기본법'에서 제시하고 있는 유역 중심의 통합물관리를 추진해야 하지만, 양 부처가 하천을 이원화해 관리하면서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며 "적기 홍수 대응에 취약하다"고 지적다.

지난 2018년 6월 '물관리기본법'에 따라 하천 관리를 제외한 수량, 수질, 재해예방 등 물관리 기능 상당수가 국토부에서 환경부로 이관됐다. 그러나 '하천법'을 비롯해 하천 유지·관리 업무는 여전히 국토부 소관이다. 하천법 제3조는 국토부 장관이 국가하천을, 시·도지사가 관할 구역 지방하천을 관리하도록 명시했다.

하천은 물이 흐르는 통로인 하천 구역과 그 속에 흐르는 물을 모두 합친 것을 말한다. 이 같은 정의에 따라 환경부와 물 관리 전문가들은 2년 넘게 하천 이·치수, 환경 개선을 위해서 통합물관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댐과 하천 관리가 분절돼 있어 사전 홍수 대응, 홍수 발생 시 적기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환경부가 하천과 농업용수 등을 포함해 모든 수자원을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경석 한국물학술단체연합회 회장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지자체는 지방하천 관리 능력이 부족하다"며 "홍수 대응을 위해 댐, 하천뿐 아니라 농업용 저수지를 포함해 모든 물관리 시설을 활용해야 하지만, 환경부가 하천 계획에 손을 댈 수 없어 통합물관리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민 회장에 따르면 전국에 있는 농업용 저수지는 1만8000여개다. 이 중 농어촌공사가 관리 중인 3000여개 외 1만5000여개는 관리가 부실하다. 지자체가 담당하는 지방하천도 상황이 열악하긴 마찬가지다. 민 회장은 올해 집중호우 시기 섬진강 유역 홍수피해와 제방 붕괴를 예시로 들었다.

그는 "섬진강은 비가 갑작스럽게 내렸을 때 홍수가 날 수밖에 없다. 갑자기 쏟아지는 비를 담는 물그릇(댐 용량, 저수지 등)이 부족하다"며 "소하천과 농업용 저수지 등을 활용할 수 있는 총괄적인 계획이 필요한데, 이런 계획이 애초에 없다는 문제점을 보지 않고 댐 방류량 문제만 지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댐 방류량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그는 "환경부는 하천 및 농업용수 관리 권한이 없기 때문에 유역별 물관리 계획을 만들기 어려운 구조"라며 "이미 예견된 인재"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남부 지방에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섬진강 일부 구간 제방이 붕괴됐다. 지난 8월8일 오후 전북 남원시 금지면 금곡교 인근 섬진강 제방이 무너지면서 주변 마을과 도로가 물에 잠겨 있다. (사진=전북소방본부 제공) 2020.08.0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남부 지방에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섬진강 일부 구간 제방이 붕괴됐다. 지난 8월8일 오후 전북 남원시 금지면 금곡교 인근 섬진강 제방이 무너지면서 주변 마을과 도로가 물에 잠겨 있다. (사진=전북소방본부 제공) 2020.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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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장마는 역대 최장 기간인 54일(6월24일~8월16일)간 이어졌고, 강수량도 역대 두 번째로 많은 686.9㎜를 기록했다. 섬진강 유역의 전국 면적 강수량은 예년보다 2배 가까이 증가한 1069㎜를 기록했다. 누적 강수량은 500년만에 한 번 내릴 만한 수준이다.

그러나 소하천일수록 홍수피해가 잦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하천의 하천기본계획 수립률도 국가하천보다 낮았다.

환경부가 올해 5월 발간한 '2019년 홍수피해상황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홍수피해가 발생한 국가 및 지방하천 53개 중 지방하천은 51개다. 전년도인 2018년에는 피해 발생 하천 137개 중 국가하천은 임진강 하나뿐이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2020년 홍수 현황과 항구적 대책 방향'에 따르면 하천기본계획 수립률은 국가하천의 경우 100%에 육박하지만, 지방하천은 60% 수준에 그쳤다. 또 하천정비사업 완료율은 국가하천의 경우 80.75%지만, 지방하천과 소하천은 각각 48.57%, 45.42%에 불과하다.

올해와 같은 이상기후 현상은 앞으로 자주 나타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환경부는 앞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할 경우 21세기 후반 우리나라 강수량은 17% 이상, 2050년 홍수량은 11%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기후위기 상황에서 하천과 농업용수를 포함한 진정한 통합물관리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 회장은 "기후위기로 인한 이상기후 현상은 내년에도 올 가능성이 크다. 유역별 홍수 예방을 위한 전체적인 물 순환 체계를 분석해야 한다"며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 지금부터라도 물관리 일원화를 이룬 뒤 유역별로 홍수 예방, 가뭄 대비 수자원 확보, 오염원 통합 관리 계획 등이 담긴 전체적인 물 순환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물학술단체연합회 회원은 "국토부 일부 수자원 전문가들은 환경부 이관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도 환경부에 농업용수를 쉽게 넘기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물관리를 둘러싼 기득권을 깨는 것도 하나의 숙제"라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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