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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그래도 희망②]'최전방 방역투사' 조현아 광주 북구보건소 주무관

등록 2021.01.04 09:00:00수정 2021.01.04 09: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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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시스] 광주 북구보건소 감염병관리팀에서 코로나19 방역대응 실무 총괄을 맡고 있는 조현아 주무관이 레벨 D 방호복과 보안경을 착용하고 선별진료소 업무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2021.01.04. photo@newsis.com

[광주=뉴시스] 광주 북구보건소 감염병관리팀에서 코로나19 방역대응 실무 총괄을 맡고 있는 조현아 주무관이 레벨 D 방호복과 보안경을 착용하고 선별진료소 업무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2021.01.04. [email protected]


"확진자 완치된 뒤 감사전화 했을 때 가장 기억에 남아"
"코로나19 종식돼 아이들과 '가족 캠핑 갈 수 있었으면"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끝이 보이지 않는 절망에 눈물 지을 때도 있었죠. 올해는 두 아들 소원대로 온 가족이 캠핑을 갈 수 있을 겁니다."

지난해 땀과 눈물로 맺힌 시간을 보낸 광주 북구보건소 감염병관리팀 조현아 주무관(6급)이 4일 밝힌 새해 소망은 소박했다.

조 주무관은 지난 한 해 동안 보건소 선별진료소 내 인력·물품·시설 등 운영 전반을 도맡았다. 의심 환자 선별검사, 확진자·자가격리자 통보, 기초·심층역학 조사 등 코로나19 대응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빈틈없는 지역 방역을 위해 한해를 꼬박 코로나와 함께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구 지역 교회를 중심으로 집단 감염이 잇따랐던 지난 여름에는 48시간 이상 잠들지 못했고, 새벽 2시에 잠들어 4~5시간 눈 붙이고 선별진료소로 향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조 주무관은 정신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순간으로 교회발 집단 감염이 현실화된 지난해 8월말을 꼽았다.

그는 "아직도 생생하다. 확진자가 나온 교회를 대상으로 전수 검사는 했지만 예상을 크게 웃돌았다"며 "진단 검사를 한 보건환경연구원 담당자가 '쓰나미가 온다'며 확진자 이름을 불러줬다. 한명, 한명 이름을 받아 적는 종이에 눈물이 떨어졌다"라고 회상했다.

확진자 명단을 보고할 때에는 맥없이 수차례 자리에 주저 앉기도 했다.

조 주무관은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에 절망감이 컸다. 당시 반 년 가까이 누적된 정신적 스트레스와 육체적 피로에 지칠 대로 지쳐 있었던 것 같다"면서 "그래도 이겨낼 수 있었던 버팀목은 동료다. 코로나19와의 전쟁을 치른다는 각오로 꿋꿋이 버티며 서로를 독려하는 '전우애'가 싹텄던 것 같다"고 웃음지었다. 

업무 공간 곳곳에는 '음성 음성 음성 가득한 하루' 등 재치있는 응원 구호가 붙어 눈길을 끌었다.
[광주=뉴시스] 광주 북구보건소 감염병관리팀에서 코로나19 방역대응 실무 총괄을 맡고 있는 조현아 주무관. 그의 업무 공간 주변에 걸린 '음성 음성 음성 가득한 하루'라는 손글씨가 눈에 띈다. (사진=뉴시스DB) 2021.01.04. photo@newsis.com

[광주=뉴시스] 광주 북구보건소 감염병관리팀에서 코로나19 방역대응 실무 총괄을 맡고 있는 조현아 주무관. 그의 업무 공간 주변에 걸린 '음성 음성 음성 가득한 하루'라는 손글씨가 눈에 띈다. (사진=뉴시스DB) 2021.01.04. [email protected]


매일 최소 300여 명에서 많을 땐 1800여 명까지 찾아오는 선별진료소는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조 주무관은 매 순간이 쉽지 않다고 했다. 검사 대상자에게 확진 또는 자가 격리를 통보할 때에도, 집단 감염원에 대한 현장 위험도 평가를 할 때에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그러면서 "지금 내린 결정이 추가 감염 확산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에 늘 고민하고 뒤돌아보게 된다"며 "예측할 수 없고 대비하기도 어려운 코로나19의 파도가 밀려오면 매 순간 힘겹게 넘기는 느낌이다. 진정 국면에 접어들면 비로소 '급한 불을 끄고 왔다'는 안도감이 든다"고 밝혔다.

가뜩이나 지친 선별진료소 '방역 투사'들에게 힘이 빠지는 순간은 민원인과의 마찰이다.

조 주무관은 "자가격리 대상자 통보를 할 때 상당수 시민들은 화부터 낸다"고 토로했다. 

'부동산 계약이 있는데 외출을 전혀 못하느냐',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어떻게 하느냐', '2주는 너무길다. 며칠로 줄여달라', '사업이 잘못되면 책임질 수 있느냐' 등의 울분 섞인 하소연을 듣는 일도 이젠 일상의 한 부분이 됐다.

북구 지역 확진자가 폭증할 때면 다른 지역에서까지 전화가 와 '북구보건소는 뭐하고 있느냐', '코로나19 다 퍼질 때까지 기다릴 작정이냐' 등의 항의도 빗발친다.

조 주무관은 "민원인들의 항의를 받을 때마다 허무함과 회의감에 서글플 때도 있다"며 "노고를 알아달라는 것이 아니다. 인간적인 대우를 바랄 뿐이다"라고 했다.
[광주=뉴시스] 레벨D 방호복을 입은 광주 북구보건소 감염병예방관리팀 조현아 주무관. (사진=뉴시스DB) 2021.01.04. photo@newsis.com

[광주=뉴시스] 레벨D 방호복을 입은 광주 북구보건소 감염병예방관리팀 조현아 주무관. (사진=뉴시스DB) 2021.01.04. [email protected]

방역 최전선에서 보람과 긍지를 느끼는 순간도 있었다.

조 주무관은 "선별 진료소를 다녀간 주민들이 뒤늦게 감사 인사를 전해올 때면 힘을 얻는다. 또박또박 손편지를 써준 유치원생부터 손팻말을 들고 직접 응원가까지 불러준 고등학생들까지 의료진을 격려한 한명 한명의 주민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들이 '코로나 영웅'이라며 추켜세워줄 때마다 '이 사회에 필요한 일을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더욱 힘을 낸다"며 "특히 확진자가 완치된 뒤 '감사하다. 덕분에 치료를 잘 받았다' 전화를 했던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방역 업무 때문에 그동안 소홀했던 가족 이야기가 나오자 눈물 지었다.

조 주무관은 "올해로 9세, 6세 된 두 아들이 있다. 지난해 아이와 함께 한 시간이 거의 없다"며 "코로나19가 하루빨리 종식돼 아이들이 그토록 바라던 '가족 캠핑'을 함께 갈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염원했다.

또 "전례없는 감염병 재난 사태에서 의료진들은 묵묵히 제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와 국민이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며 "특히 감염병에 대응할 전담 조직과 인력을 보강해 코로나19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이제 조금씩 끝이 보이는 것 같다.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면 감염병 위기가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며 "(코로나19가) 끝날 때까지 한 치의 방심 없이 방역 수칙을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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