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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면 어쩌나"…의대교수들 '주1회 휴진' 내일 본격화

등록 2024.04.29 05:01:00수정 2024.04.29 05: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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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연세대·고려대교수 등 30일 휴진 예고

서울아산·성모병원 내달 3일부터 주1회 휴진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의정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6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4.04.26.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의정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6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4.04.2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정부가 의대가 있는 전국 40개 대학에 내년도 의대 정원을 제출해 달라고 요청한 시한인 오는 30일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주요 의대 교수들의 휴진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29일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의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후 두 달 넘게 빈 자리를 채워오며 물리적·체력적 한계에 직면한 의대 교수들의 외래진료·수술 중단(응급·중증환자 진료는 제외)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빅5' 병원인 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은 30일 하루 외래진료와 수술을 중단하겠다고 예고했다. 고려대 안암·구로·안산병원 등 고려대의료원 산하 교수들도 이날부터 주 1회 휴진하기로 뜻을 모았다.

다른 '빅5' 병원인 서울아산병원·서울성모병원은 내달 3일부터 매주 금요일마다 외래 진료와 수술을 중단하기로 했다. 서울성모병원 등 8개 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가톨릭대 의대는 내부 설문 조사를 통해 서울성모병원 외에 다른 병원 교수들의 휴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빅5' 중 한 곳인 삼성서울병원을 비롯해 강북삼성병원·삼성창원병원이 참여하는 성균관대 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도 주 52시간 근무를 준수하되, 근무시간 초과로 피로가 누적된 경우 주 1회 외래·시술·수술 등 진료 없는 날을 휴진일로 정해 휴식을 가져 달라는 권고안을 교수들에게 배포했다.

의대 증원으로 촉발된 의정 갈등이 두 달 넘게 이어지면서 의대 교수들이 의료 공백 장기화에 대비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대병원 교수들은 내달 출범하는 3기 비대위에서 매주 1회 휴진을 정례화할 지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세브란스병원 등 연세대 의대 교수들은 내달 말까지 매주 하루 휴진 하기로 결정했다. 고려대의료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내달 말까지 사태가 지속되면 교수들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진료 형태를 변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도 지난 26일 온라인 총회를 갖고 장기적으로 진료를 유지하기 위해 이번주부터 매주 1회 휴진을 결정했다. 전국 19개 의대 산하 병원 51곳이 주 1회 외래 진료와 비응급 수술을 중단하기로 했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정부의 의료개혁에 반대하는 의대 교수들이 사직을 시작한 25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2024.04.25.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정부의 의료개혁에 반대하는 의대 교수들이 사직을 시작한 25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2024.04.25. [email protected]

전의비는 "교수들은 의료 공백 장기화로 환자들을 지키기 위해 주당 70~100시간의 근무를 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근거없는 의대 증원을 고집해 전공의의 복귀를 막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5월이면 전공의와 학생이 돌아올 마지막 기회마저 없어질 것"이라면서 "현재의 진료 공백이 계속 지속될 것이 분명해 진료를 유지하기 위해서 진료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또 "정부가 교수들의 간절한 목소리를 무시하고 의대증원을 발표할 경우 비대위 참여 병원의 휴진 참여 여부와 기간에 대해 논의해 결정하기로 했다"고 알렸다.

의대 교수들이 지난달 25일부터 개별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해 사직 효력 발생 시점이 각기 다르고 개인별 진료·수술 일정 등을 감안해야 해 시간이 흐르면서 연쇄 사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교육부가 향후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확정해 증원이 사실상 확정되면 병원을 떠나가는 교수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사태가 내달로 넘어가면 의대생들은 의대 학칙상 수업 일수를 고려했을 때 대량 유급을 피하기 어려워진다. 정부는 내년도에 한해 증원 규모를 최대 절반까지 줄이기로 해 현재로선 내년도 의대 증원이 1000~2000명 내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내년 한 해 4000~5000명의 신입생이 생기는데, 유급 됐거나 휴학했던 의대생까지 복학하면 총 8000명 가량이 함께 1학년 수업을 듣게 돼 의대 교육의 질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

내달로 넘어가면 전공의들은 복귀한다 하더라도 올해 수련 일수를 채울 수 없게 돼 돌아올 이유가 없어진다. 추가 수련을 받아야 하는 기간이 3개월을 초과하면 전문의 자격 취득 시기가 1년 지연될 수 있어서다. 만성화된 낮은 수가(건강보험공단이 병원 진료과별로 의료 행위 건당 지급하는 돈) 속에서 전공의들이 병원으로 돌아오지 않으면 구조적 적자를 벗어날 방법이 없어 병원은 구조조정과 도산에 직면할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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