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표출된 신현수-박범계 갈등…文 임기말 검찰개혁 진통
靑 "檢 인사 이견으로 신현수 사의…文대통령 만류"
추미애-윤석열 갈등 → 신현수-박범계 새 갈등 양상
신현수 사의 뜻 계속 유지…文대통령, 고심 커질 듯
고려 요소 산적…공수처, 수사청 출범, 尹 임기만료 등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신임 신현수 민정수석이 31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 룸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0.12.31. [email protected]
비(非) 검찰 출신 민정수석 기조를 깨면서까지 신 수석을 청와대로 불러들인 문재인 대통령의 구상이 40여일 만에 민정수석과 법무부 장관의 갈등이라는 의도치 않은 결과로 이어지면서 자칫 검찰개혁이라는 본질이 흐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극한의 갈등으로 국론 분열을 불러온 '추미애-윤석열' 대립 구도가 '신현수-박범계' 갈등 구도로 옮겨진 양상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임기말 검찰과의 관계 개선을 염두에 두고 발탁한 문 대통령의 '신현수 카드'가 애초부터 성립이 어려운 이상에 가까웠던 것 아니냐는 근본적인 회의감도 감지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6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근 4명의 검찰 인사와 관련해 법무부와 검찰 사이에 견해가 달랐고, 조율하는 과정에서 이견이 있었다"며 "민정수석이 몇 차례 사의를 표했고, 그 때마다 문 대통령이 만류를 했다"고 말했다.
이 고위 관계자는 "민정수석이 보는 (바람직한) 검찰 인사 방향, 법무부의 (실제) 인사, 검찰쪽에서 원했던 사항이 다를 수 있다"면서 "거기서 신 수석은 중재를 의도한 것 같고, 그것이 진행되는 중에 (검찰 인사가) 발표되자 신 수석의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7일 검사장급 검찰 고위 간부 4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추 전 장관의 복심으로 분류되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유임됐고, 윤 총장 징계 추진 과정에 깊이 관여한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을 서울남부지검장으로 전보시킨 것이 이번 검찰 인사의 골자였다.
윤 총장이 비토(veto)했던 '추미애 라인'이 그대로 살아 남았고, 거꾸로 희망했던 한동훈 법무부 연구위원의 일선 검찰청 복귀 의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영상으로 열린 2021년 제1회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1.01.05. [email protected]
비록 소규모이기는 하지만 이번 검찰 간부 인사에서 기존 '추미애 라인'을 살려두는 안에 박 장관과 문 대통령이 공감대를 이뤘다는 뜻이다. 박 장관과 문 대통령의 의사결정 과정에 이견이 있었던 신 수석이 자신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사의를 표명했다는 것이다.
신 수석은 검찰 인사 단행 직후 한 차례 사의를 표명한 데 이어 설연휴 복귀 후 문 대통령에게 재차 사의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매번 만류했고, 신 수석은 사의를 거두지 않은 채로 근무를 계속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신 수석의 거취 문제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왕 수석'이라 불리는 민정수석의 자리는 다른 수석들과 달리 쉽게 후임자를 물색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에서 문 대통령의 고민도 더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윤 총장의 임기가 만료되는 7월, 그 사이 추진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 검사의 구성 완료, 하반기를 목표로 추진 중인 여당 주도의 '수사청' 출범 등 향후 검찰개혁 과제를 차질없이 추진해야 하는 등 복잡한 상황이 맞물려 있어 쉽사리 민정수석을 교체할 수 없다는 게 문 대통령의 고민의 지점으로 보인다.
누적된 갈등으로 발생한 검찰에 대한 불신과 당장의 관계 개선도 중요한 과제로 평가되지만, 검찰개혁 완수라는 더 큰 목표의 차질없는 추진을 쉽게 포기할 수 없다는 점에서 신 수석의 역할론도 다시 조명되고 있다. 단순히 윤 총장과의 친분으로 갈등 표출을 막는 제한적 역할에는 신 수석이 동의하지 않는다는 게 이번 검찰 인사 과정에서 확인됐기 때문이다.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박범계(왼쪽)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1일 경기도 과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만나 환담하고 있다. (사진=법무부 제공) 2021.02.01. [email protected]
실제로 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신 수석의 발탁과 법무부-검찰의 갈등 청산과 관련해 "이제는 서로의 입장을 잘 알게 됐기 때문에 국민들을 염려시키는 그런 갈등은 다시는 없으리라고 기대한다"고 말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검찰 인사 과정에서 확인된 신 수석과 박 장관의 새 갈등 관계에 대한 해법이 향후 신 수석의 거취는 물론, 검찰개혁 과제 완수에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대통령은 결부시켜주지 말아달라"고 한 것에서 문 대통령의 남은 고민의 크기를 엿볼 수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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