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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금법 개정안, 금융위-한은 합의점 찾을까

등록 2021.03.07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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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에 관한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정순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양기진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 류영준 핀테크산업협회장, 류재수 금융경제원 상무이사. (공동취재사진) 2021.02.2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에 관한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정순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양기진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 류영준 핀테크산업협회장, 류재수 금융경제원 상무이사. (공동취재사진) 2021.02.2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정옥주 기자 =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전금법 개정안)'을 둘러싼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간 갈등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청와대가 중재에 나서면서 두 기관이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청와대는 이승헌 한은 부총재와 도규상 금융위 부위원장, 최영진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지난 3일 한 자리에 불러 전금법 개정안과 관련해 의견을 나눴다.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전금법 개정안을 둘러싼 금융위와 한은간 갈등이 금융노조까지 가세하며 점차 격화되자, 청와대가 서둘러 중재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전금법 개정안은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페이 등 핀테크·빅테크(BIgTech·금융산업에 진출하는 대형 ICT회사)의 자금거래 투명성 확보를 위해 '전자지급거래 청산업'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네이버나 카카오 등 빅테크가 이용자와 금융 거래를 할 때 외부 청산기관인 금융결제원(금결원)을 거치도록 하는 것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빅테크를 통해 이뤄진 간편결제·송금은 일 1400만건으로, 이 중 66%인 약 930만건이 내부거래(계정간 대체)에 해당한다.

이처럼 금융위는 빅테크 업체를 통한 금융거래가 급속도로 늘고 있는 만큼, 거래 투명성을 확보하고 이용자의 충전금 등이 내부자금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빅테크의 외부청산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지난해 6월 독일 대표적 핀테크기업 와이어카드가 19억 유로 규모의 분식회계로 파산신청을 해 그 피해가 이용자에게까지 전가된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앞서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지난 3일 출입기자단과 학계 등에 발송한 '금융현안 10문 10답' 공개서한에서 "라임, 옵티머스 사모펀드가 부실을 감추거나 투자처 허위 기재 등 상상도 못할 방법으로 투자자들을 속여 큰 피해를 야기한 바 있다"며 "최근 빅테크를 통해 매일 엄청난 규모의 송금 등이 이뤄지고 있어 이를 투명하게 하는 것은 소비자 보호에 매우 긴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한은 측은 이렇게 되면 금융위가 금결원에 대한 감독 권한을 갖게 돼, 결과적으로 중앙은행의 지급결제 관리 영역을 침범하게 된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에 금융위는 전금법 개정안 부칙에서 한은의 결제관련 업무는 전금법 적용에서 제외, 일부 절충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은은 "지급결제제도를 관리하는 것 자체가 한은의 고유 업무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며 여전히 금융위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에 더해 한은은 빅테크 업체들이 금결원에 의무적으로 제공하는 고객의 모든 전자지급거래 정보를 금융위가 별다른 제한 없이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은 '빅브라더'라고 공세를 퍼부어, 두 기관간 갈등이 다시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가 나서 기관간 원활한 합의를 주문한 만큼, 금융위와 한은이 서로의 입장에서 한 발씩 물러나 합의점을 찾지 않겠느냐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또 그간 한은의 '빅브라더' 주장에 대해 "지나치게 과장한 것 같고 조금 화가 난다"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던 은 위원장도 최근 "기관 간 밥그릇 싸움을 할 생각도 전혀 없으며, 열린 자세로 논의하겠다"는 유화적 태도로 선회한 것도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싣는다.

하지만 한은 측이 빅테크의 외부청산을 의무화한 빅브라더 관련 조항은 반드시 삭제돼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금융위가 한은 측의 주장을 얼마큼 받아들일 수 있을 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 역시 국내에 '와이어카드'와 같은 사태가 일어나지 않으려면 빅테크 내부거래에 대한 통제장치가 필요하다는 기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금융위 관계자는 "한은과 그간 8차례를 만나 협의를 했고 지금도 정부 측의 입장을 한은에 설명하고 설득하고 있는 단계"라며 "합의점을 찾아나가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국회 입법 과정에서 정리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도 "청와대 회동에서 논의한 것은 맞지만 아직 합의를 언급할 단계까진 아니다"며 "구체적 사항들을 조율하고 있는 상황이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국무총리실 산하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전금법 개정안의 일부 조항은 개인정보보호 법체계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포괄위임금지 원칙에 위배될 가능성이 있고 사생활의 비밀,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침해 등이 우려된다"고 지적한 것도 풀어야 할 숙제다.

빅테크가 금결원에 보내야 하는 정보에 대해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는데, 구체적인 내용이 정해지지 않아 과도한 개인의 사생활 정보까지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금융위가 한은과 개보위 측의 의견을 받아들여 이 정보의 범위를 최소한으로 제한하거나, 내부거래 정보 중 수취인과 지급인 등 일부 정보를 가명처리하는 등의 방안 등을 거론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위 측은 금결원에 제공되는 정보는 물품거래 정보와 같은 전자상거래정보를 전체 수집하는 것이 아니기 떄문에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갖는다는 주장은 맞지 않다고 맞서고 있다. 또 일부 정보의 가명처리 역시 법안의 취지와 맞지 않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집중한 정보를 가명처리하면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소비자들에 돈을 찾아줄 수 있는 방법이 없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며 "프라이버시 침해 등 개인정보 이슈와 관련해 개보위의 전문적인 의견을 듣고 있으며 추후 국회 법안소위에서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은 위원장도 "소비자보호가 중요해도 개인정보를 침해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에 동의한다"며 "소비자 보호와 개인정보 보호가 잘 조화돼야 하는 만큼, 학계의 우려를 충분히 고려하고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의 전문적인 조언을 받아 법안소위심사에서 합리적으로 반영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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