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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연락 끊자 화가 났다"…세모녀 살해동기 진술

등록 2021.04.09 12:00:00수정 2021.04.09 15:3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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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범행 치밀한 계획…일주일 전부터 준비"

안쓰는 게임 ID 바꿔 큰딸 접근해 근무일정 파악

경찰, '스토킹'으로 판단…휴대폰 증거인멸 혐의도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노원 세모녀 살인사건 피의자 김태현이 9일 오전 서울 도봉구 도봉경찰서에서 검찰 송치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1.04.09.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노원 세모녀 살인사건 피의자 김태현이 9일 오전 서울 도봉구 도봉경찰서에서 검찰 송치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1.04.0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홍지은 정유선 기자 = 서울 노원구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피의자 김태현(25)이 경찰 조사에서 큰딸뿐만 아니라 다른 가족들도 죽일 수 있다는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 동안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진 김태현이 "큰딸 외에 다른 가족들 살인은 우발적이었다"고 주장했다는 것과는 다른 내용이다.

경찰은 9일 서울 노원경찰서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김태현이 조사에서 "피해자(큰딸)를 살해하는데 필요하다면 가족들도 죽일 수 있었다고 생각하고 피해자 주거지로 향했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25일 밤 9시8분께 서울 노원구 중계동 한 아파트에서는 숨진 채 발견된 세 모녀를 살해한 김태현은 범행을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태현은 사건 발생 당일 집에 여동생이 있었다는 것을 인지하고 피해자들 집에 들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또 김태현은 당시 퀵서비스 기사로 가장해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사전에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고의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태현은 사건 발생 일주일 전부터 범행을 결심하고 준비했다.

김태현은 평소 사용하지 않던 게임 아이디(ID)의 이름을 바꿔 큰딸 A씨에게 접근해 대화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통해 A씨의 근무 일정을 파악한 뒤  A씨 퇴근 전에 미리 집에 잠입했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김태현은 피해자가 집에 없다는 걸 알면서 들어갔다"고 전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스토킹 범죄'로 판단하고 있다. 김태현은 실제 사건 발생 전인 지난 1월24일 A씨 집을 한 차례 더 찾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연락처를 변경한 시점까지 (김태현이 A씨에게) 찾아가거나 연락을 시도한 정황이 다수 보였다"고 전했다.

이어 "피해자가 명시적으로 '더 이상 찾아오거나 연락하지 말아 달라'는 명시적 의사를 표한 이후에도 그런 정황이 보였다"고 했다.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노원 세모녀 살인사건 피의자 김태현이 9일 오전 서울 도봉구 도봉경찰서에서 검찰 송치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며 무릎을 꿇고 있다. 2021.04.09.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노원 세모녀 살인사건 피의자 김태현이 9일 오전 서울 도봉구 도봉경찰서에서 검찰 송치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며 무릎을 꿇고 있다. 2021.04.09. [email protected]

다만 최대 징역 5년까지 가능한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이 올해 10월부터 시행되기 때문에 김태현에게는 적용하지 못했다.

김태현은 지난해 온라인 게임을 통해 알게 된 A씨가 자신의 연락을 거부하자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김태현의 연락을 차단하고 받지 않고 만나지도 않으려고 하는 것에 화가 나기도 하고 배신감을 느껴서 살해를 결심하게 됐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김태현은 A씨와 게임상에서 이뤄지는 채팅방을 통해 수시로 대화를 주고받으며 연락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같은 해 11월부터는 게임 채팅창 외에 카카오톡과 보이스톡 등을 이용해 A씨와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김태현이 A씨와 오프라인 상에서 처음 만난 시기는 지난 1월 초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김태현은 A씨에 대한 호감이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태현과 A씨는 서울 강북구 소재 PC방에서 만나 같이 게임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 이후로도 이 둘은 세 번 만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월23일 김태현과 A씨는 온라인 게임에서 만난 지인 등과 총 4명이 함께 식사를 했는데, 이 자리에서 말다툼이 생기면서 김태현과 A씨 관계가 틀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다음 날인 24일 김태현에게 찾아오지 말라는 명확한 의사 표시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노원 세모녀 살인사건 피의자 김태현이 9일 오전 서울 도봉구 도봉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2021.04.09.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노원 세모녀 살인사건 피의자 김태현이 9일 오전 서울 도봉구 도봉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2021.04.09. [email protected]

경찰은 김태현이 범행 직후 A씨 휴대전화에서 증거를 인멸하려 한 혐의도 찾아냈다.

경찰 관계자는 "김태현은 A씨 휴대전화를 검색해 자신과 A씨가 공통으로 아는 지인과의 카카오톡을 검색해 내용을 확인한 후 그 친구들 수신을 차단했다"며 "다른 SNS에 있는 친구 목록에서도 확인해 내용을 삭제했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김태현은 온라인 게임을 통해 A씨와 공통적으로 알게 된 지인들의 명단을 검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중 김태현이 휴대전화에서 확인한 지인은 2명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김태현은 지난달 25일 밤 9시8분께 서울 노원구 중계동의 한 아파트에서는 숨진 채 발견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김태현은 범행 당일 근처 슈퍼에 들러 흉기를 훔친 뒤 세 모녀 주거지에 침입한 혐의를 받는다. 이 가운데 큰 딸 A씨를 스토킹하고 범행 직후엔 A씨 휴대전화에서 증거를 인멸하려 한 혐의도 있다.

김태현에게는 살인 혐의 외에 절도·주거침입·경범죄처벌법(지속적 괴롭힘)·정보통신망법(정보통신망 침해) 위반 혐의가 적용돼 서울 북부지방검찰청으로 송치됐다.

경찰은 지난 3일 김태현의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법원은 4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 관계자는 "프로파일러 면담을 통해 얻어낸 자료를 토대로 김태현에 대해 분석할 것"이라며 "사이코패스 검사도 오늘(9일)부터 진행해 재판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협조할 것"이라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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