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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페이크' 재미들린 청소년들…"얘들아, 그거 범죄야"

등록 2021.05.03 16: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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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본, 딥페이크 집중단속 결과 발표해

70%가 10대…"범죄라고 인식 못할 수도"

청소년 피의자 비율 높아…10대 피해자도

경찰 "딥페이크 엄연한 범죄, 주의 필요"

'딥페이크' 재미들린 청소년들…"얘들아, 그거 범죄야"

[서울=뉴시스]신재현 기자 = 개인 사진에 성적 콘텐츠를 합성하는 불법합성물, 일명 '딥페이크'에 대한 경찰의 집중단속 결과 10대 청소년들의 범행 비율이 높아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국가수사본부(국수본)는 딥페이크 불법영상물을 만들어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검거된 94명 중 10대가 65명으로 전체의 69.1%에 달한다고 지난 2일 밝혔다. 피해자 114명 가운데 대부분은 여성이었으며 66명(57.9%)는 19세 미만에 몰려 있었다.

3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청소년들이 만든 딥페이크 영상으로 인한 피해 사례가 최근 잇따르고 있다.

중학생인 A(15)씨도 또래 청소년이 저지른 딥페이크 범죄의 피해자다.

지난달 A씨는 친구가 보내준 사진 한 장을 받았다. 음란물에 A씨 얼굴 사진을 합성한 딥페이크 영상을 캡처한 사진이었다. 친구의 지인인 B씨가 고등학교 2학년생인데 A씨 사진을 이용해 합성한 것이라며 이를 A씨 친구에게 보냈던 것이다.

알고 보니 B씨는 과거 A씨가 SNS 트위터에 올린 얼굴 사진 두 장을 이용해 딥페이크를 만들었다. 이어 딥페이크를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올리며 "A씨와 관계를 맺었다"는 글을 올렸다. A씨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합성 사진이 돌아다니는 걸 보니 무섭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더라"고 말했다.

연예인들도 청소년 딥페이크 범죄 대상이 된다.

부산경찰청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검거한 연예인 합성 음란물 유포 사범 6명 중 4명이 10대라고 밝혔다. 부산청은 지난 2월 딥페이크 기술로 연예인 허위 음란물을 만들어 유포한 10대 2명을 구속했다. 이들은 K팝 가수 150여명의 얼굴을 합성한 음란물 사진 3000여장 등을 90차례에 걸쳐 유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식으로 피의자 가운데 청소년이 많은 이유로는 높은 접근성이 꼽힌다. 휴대전화 어플리케이션(어플) 등으로도 딥페이크 영상을 쉽게 만들 수 있는 만큼 새로운 기술에 익숙한 청소년들이 영상을 직접 만들거나 제작을 의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트위터 등 SNS에 '딥페이크'를 검색하면 "어플로 딥페이크를 쉽게 제작할 수 있고 이를 판매하니 따로 연락 달라", "문화상품권으로 딥페이크 거래한다", "아이돌 딥페이크 영상을 따로 만들어준다"는 게시물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누구나 딥페이크 영상을 만들고 이를 사고파는 거래까지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딥페이크를 접하는 빈도가 많아질수록 딥페이크로 음란물을 만드는 일이 범죄라는 인식은 약해질 수 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보통 범죄라는 인식에서 죄의식을 느끼고 이후 행동을 중단하게 되는 것인데 딥페이크 등에 많이 노출되다 보면 감정이 둔화돼 범죄라고 인식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생긴다"고 말했다.

딥페이크 기술을 악용해 성착취물을 만드는 건 엄연한 범죄다.

지난해 국회는 'n번방' 사건이 논란이 된 후 성폭력처벌특별법에 허위영상물 조항을 추가하는 법 조항을 신설해 딥페이크 제작·유포자를 처벌하고 있다.

이에 경찰도 청소년의 딥페이크 범죄를 엄격히 제재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도 청소년들이 불법합성물 범죄를 장난으로 생각하거나 처벌받지 않는다고 잘못 인식해 범행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불법합성물은 명백한 불법행위로 촉법소년이라도 경찰 수사 대상이고, 소년부 송치를 통해 보호처분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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