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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신장·뇌·폐손상 응급환자, 에크모 달고 간이식 성공

등록 2021.05.21 09:2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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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크모 활용, 의식없던 환자 3개월 만에 퇴원

"에크모 부착 뇌사자 간이식, 국내 흔치 않아"

[서울=뉴시스]에크모를 달고 간이식에 성공한 환자 이복례씨가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장기이식센터 이재근 이식외과 교수, 간센터 소화기내과 이혜원 교수와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세브란스병원 제공) 2021.05.21

[서울=뉴시스]에크모를 달고 간이식에 성공한 환자 이복례씨가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장기이식센터 이재근 이식외과 교수, 간센터 소화기내과 이혜원 교수와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세브란스병원 제공) 2021.05.21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간부전, 신장 기능 저하, 뇌부종, 호흡 부전이 동반됐던 응급 환자가 인공심폐장치(에크모·ECMO)를 활용한 간이식에 성공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장기이식센터 이재근 이식외과 교수와 간센터 소화기내과 이혜원 교수는 지난 2월 간이식 대기자 응급도 평가(MELD)에서 40점이 나와 ‘최고 응급’ 단계에 놓여있던 이복례(57)씨가 에크모를 활용한 간이식 수술 후 3개월 만에 휠체어를 타고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건강이 회복됐다고 21일 밝혔다.

전남 여수에 거주하는 이씨는 유전적으로 B형 간염이 있었고, 지난 2017년 간경화 초기 판정을 받았다. 이씨는 지난 1월 중순 배가 부풀어 오르고, 황달이 심해져 여수의 한 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2월1일 세브란스병원 응급진료센터를 급히 찾아 긴급 처치를 받았다.

다음날 이 교수가 이씨의 간이식 대기자 응급도를 평가한 결과 최고 응급 단계에 속하는 40점이 나왔다. 이씨는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KONOS)에 대기자로 등록돼 공여자를 기다렸고, 자녀가 부모에게 간을 떼어줄 경우를 대비해 자녀 생체 간이식 검사도 진행됐다.

다행스럽게도 KONOS로부터 뇌사자가 생겨 간이식이 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고, 응급실을 찾은 지 이틀 만에 장기이식센터는 이씨에게 뇌사자 간을 이식하기 위한 수술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식 수술 전날 이씨의 의식과 신장 기능이 저하되고, 뇌부종, 폐부종이 발생해 응급 투석을 시행됐다. 뇌부종은 뇌세포 내외에 수분이 축적돼 뇌 부피가 커진 상태를 말한다. 폐부종은 폐에 지나친 양의 체액이 쌓여 호흡이 곤란해지는 상태를 뜻한다.

의료진은 상황이 더욱 나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이씨에게 기도삽관을 시행한 후 산소 100%로 인공호흡기를 세팅했지만 환자의 산소포화도는 80% 정도로만 유지됐다. 의료진은 논의 끝에 에크모를 환자에게 달고, 지난 2월3일 밤 11시30분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7시간30분에 걸쳐 수술했다. 에크모는 환자의 혈액을 몸 밖으로 빼내 인공적으로 이산화탄소를 제거한 후 산소를 포함시켜 다시 몸 속으로 넣어줘 심장의 역할을 대신한다.

수술은 성공했다. 수술 후 5일이 지난 2월8일에는 에크모가, 일주일이 지난 10일에는 인공호흡기와 투석기가 제거됐다. 수술 2주 후 이씨는 일반 병실로 옮겨졌다. 수술 3주 후부터는 관절 근육이나 힘줄이 수축돼 운동 능력이 저하되는 것을 막기 위해 침상 옆에서 재활을 시작했고, 수술 2달 후부터는 침대 밖에서 휠체어 타는 연습, 보조기를 잡고 서는 운동 등이 가능해졌다. 건강이 회복된 이씨는 지난 18일 퇴원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딸 문혜영 씨는 “2월부터 퇴원하는 이 순간까지 현실이 아닌 것 같다"며 "평범하지만 정말 소중한 ‘일상’을 되찾아 준 의료진께 정말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수술을 이끈 이재근 교수는 “에크모를 달고 진행하는 뇌사자 간이식은 국내에서도 흔치 않은 사례로, 이씨는 거의 사지 마비 상태였다가 건강하게 퇴원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통 말기 간부전이 심하면 하루 이틀도 못 견디고, 특히 신장 뿐 아니라 폐까지 손상되면 이식을 받아보지도 못하고 돌아가시는 경우가 많다"며 "이씨는 수술 전 관리, 환자와 보호자의 강한 삶의 의지, 의료진에 대한 믿음, 많은 의료진의 협력을 통해 기적적으로 살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재근 교수와 이혜원 교수는 “희망이 없다고 생각될 때도 길이 있을 수 있다"며 "세브란스병원은 환자가 기적적으로 회복할 수 있도록 밤낮을 가리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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