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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주한미군 사령관, 軍역외투입 시사…미중 충돌 휘말릴라

등록 2021.05.21 12: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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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라카메라, 청문회 답변서 민감한 발언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강화 우려 반응

"주한미군 주둔 목적은 북한 위협 대응"

[바그다드=AP/뉴시스]폴 라카메라 주한미군사령관 지명자가 지난 2019년 9월14일 이라크 바그다드 유니온Ⅲ 기지에서 열린 이관식에 참석한 모습. 2021.05.18.

[바그다드=AP/뉴시스]폴 라카메라 주한미군사령관 지명자가 지난 2019년 9월14일 이라크 바그다드 유니온Ⅲ 기지에서 열린 이관식에 참석한 모습. 2021.05.18.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폴 라카메라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 지명자가 주한미군의 역외 투입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이에 따라 향후 주한미군이 중국 견제에 활용되고 이 과정에서 우리 군이 미국과 중국 간 군사적 충돌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라카메라 지명자는 지난 18일(미국 현지시간) 청문회를 앞두고 제출한 서면 답변 자료에서 "주한미군은 인도·태평양사령관에게 역외 우발 사태나 지역적 위협에 대응하는 데 여러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는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며 "인도·태평양사령부의 우발계획과 작전계획에 주한미군의 능력을 포함시키는 것을 옹호하겠다"고 말했다.

라카메라 지명자가 언급한 역외 우발 사태나 지역적 위협은 중국과의 무력 충돌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과 우발적 충돌이 있을 경우 주한미군을 투입할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과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마찰을 빚으며 군사적 위협 행위를 주고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차기 주한미군 사령관이 주한미군 병력 활용 가능성을 언급하자, 우려가 현실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은 이미 수년 전부터 주한미군을 자유롭게 활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2000년 해외주둔 미군을 유연하게 배치해 세계 어디에서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트럼프 정부에서 이 개념이 재등장했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지난해 7월 "역동적 병력 전개와 같은 새로운 개념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계속해서 더 많은 부대들의 역내 순환배치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주한미군 사령관으로 부임할 인물이 주한미군 병력을 한반도 밖으로 투입할 수 있다고 발언하며 전략적 유연성 정책의 실행을 시사한 것이다.

미국이 전략적 유연성 정책을 실행하기 시작하면 2만8500명으로 정해진 주한미군 규모가 의미 없어질 수 있다. 미국의 전략에 따라 주한미군 병력이 급감할 수도, 급증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우리 정부로선 불확실성이 커지는 측면이 있다. 고정된 규모의 주한미군이 주둔하지 않고 미군 병력이 급변할 경우 북한의 위협에 제 때 대응하지 못할 수 있다.

국내 전문가들 역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강화를 주목하고 있다.

아산정책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한미동맹의 현황과 도전-지난 4년의 교훈과 바이든 시대의 협력 방향'이라는 보고서에서 "중국의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략에 따라 가장 중시하는 지역인 제1도련선 내에 한국이 위치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 내 미군기지와 사전 배치된 전력·병력은 중국군의 일차적 주 타격대상으로 취약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지난 수년간 미군은 합동 공해역 접근기동작전(JAM-GC), 다영역 작전(MDO), 합동 통합전투(JCIC), 모자이크전(Mosaic Warfare), 통합 방공미사일방어(IAMD) 등 다양한 교리와 작전술을 개발해 해외 주둔미군과 투사전력의 기민성, 유연성, 통합성, 치명성 등을 강화하는 데 힘을 쏟아오고 있으며 주한미군의 규모나 운용방식 역시 그런 노력의 연장선상에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연구원은 그러면서 "높아지는 미국의 요구에 대비해서 설득력 있는 명분과 대응논리를 개발함은 물론 동맹에 대한 재정적 기여를 높이거나 대북 방위 역할을 대폭 증대하는 등 좀 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정책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동맹의 지역적 역할확대를 둘러싼 한미 간 이해 재조정의 묘안을 찾지 못한다면 향후 동맹관리에 적신호가 켜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우리 정부가 주한미군의 외부 투입에 반대 의사를 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지난달 '바이든 행정부하 한미관계 전망과 우리의 대응방향' 보고서에서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를 두고 한미 간 논란이 있었던 바를 고려할 때 우리 정부는 한미동맹과 주한미군 주둔의 주요 목적이 북한 위협 대응과 감소에 있다는 점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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