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유발 '유전자 돌연변이' 찾으면 생존율 높아진다
유전자 검사로 암 유발 유전자 돌연변이 찾으면
효과적인 치료제 찾고 조기 예방·관리에도 도움
[서울=뉴시스]컴퓨터 그래픽으로 구현한 인체 유전자.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2021.05.27
A씨처럼 암을 일으키는 유전자 돌연변이를 찾아 치료하는 '맞춤형 항암치료' 시대가 열렸다.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세포는 자체 조절 기능에 의해 분열, 성장, 사멸하면서 세포 수의 균형을 유지한다. 하지만 다양한 이유로 세포의 유전자에 비정상적인 변화가 생기면 세포가 불완전하게 성숙하거나 과다 증식하게 돼 암이 발생하게 된다.
심선진 가천대 길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암은 일종의 유전자 질환"이라면서 "유전자 검사를 통해 암을 일으키는 유전자 돌연변이를 찾아내면 효과적인 치료제를 찾을 수 있는 일종의 '지표'로 활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암 조기 예측과 환자별 맞춤 치료도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DNA 짧거나 길어진 유전자 변이, 면역항암제로 맞춤치료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따르면 MSI-H/dMMR 유전자 변이 암은 전체 암종에서 다양하게 나타나지만, 특히 소화기암에서 발견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위암 환자에서 약 8%, 직결장암에서 약 6%, 소장암에서 약 8%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 교수는 “MSI-H/dMMR 암은 해당 유전자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가 없었기 때문에 치료 반응이나 생존기간 등이 만족스럽지 못했다"면서 "하지만 최근 MSI-H/dMMR와 같은 유전자 변이만 있다면 암종에 상관없이 면역항암제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치료 전략도 획기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는 MSI-H/dMMR 유전자 변이가 있는 7개 고형암(자궁내막암·위암·소장암·난소암·췌장암·담도암·직결장암) 치료에 사용할 수 있다. 지난해 8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MSI-H/dMMR' 유전자 변이암 2차 치료제로 허가받았다.
심 교수는 “MSI-H/dMMR 암에서 면역항암제는 기존 치료 대비 반응률과 반응 지속 기간이 월등히 높게 나타난다"며 "MSI-H/dMMR이 있는 전이성 위암의 경우 무려 2명 중 1명이 면역항암제 치료에 반응할 정도로 효과가 좋다"고 설명했다.
암 유발 유전자 돌연변이를 찾아내면 암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암을 조기에 예방·관리할 수 있다. 한 예로 전체 대장암 중 약 1~6%에서 나타나는 유전성 린치증후군(유전성 비용종증 대장암)의 경우 환자의 90%가 MSI-H/dMMR 유전자를 갖고 있다. 대장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 유전자 검사를 통해 고위험군 여부를 예측할 수 있고, 조기에 관리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두 유전자 비정상적인 융합 원인 희귀암도 희망 생겨
NTRK 유전자 융합 종양은 전체 종양 중 1% 미만으로 극히 드물다. 하지만 소아에서 영아섬유육종과 분비성 유방암, 성인에서 분비성 침샘암과 분비성 유방암 등 희귀 암종에서는 75% 이상의 높은 발생율을 보이고 있다. NTRK 유전자 융합 양성 종양은 유전자 표적 항암치료제인 ‘비트락비’(성분명 라로트렉티닙)로 암종에 상관없이 치료가 가능하다.
다음달 초 '2021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발표될 연구 내용에 따르면 비트락비는 생후 1개월 이상 소아부터 성인까지 전 연령에서 암종에 관계 없이 NTRK 유전자 융합 양성 종양을 가진 환자의 75%에서 반응했다. 반응지속기간도 4년 이상으로 확인됐다. 생후 1개월 소아 환자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전성도 입증됐다.
심 교수는 “정밀의료 시대, 유전자 변이는 암 치료제 선택의 중요한 지표로 활용되고 있다"면서 "유전자 기반 맞춤형 치료는 향후 암 생존율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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