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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지 말라" 女중사 요구에 함구한 상관, 수사 대상 포함

등록 2021.08.13 13: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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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선택 중사, 주임 상사에 비공개 요청

상사, 가해자에 경고했지만 구체 언급 無

성추행 즉시보고·피해자 보호 사이 논란

[서울=뉴시스]해군 상징. 2021.08.12. (자료=해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해군 상징. 2021.08.12. (자료=해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해군 여군 중사가 성추행 피해 후 극단적 선택을 한 가운데 피해사실을 처음 들은 상관이 해당 중사의 요청에 따라 함구했다. 이후 해당 중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이 상관이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사대상이 됐다.

13일 해군에 따르면 숨진 A중사는 지난 5월27일 성추행 피해를 당한 뒤 주임 상사에게 피해 사실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A중사는 주임 상사에게 일절 외부로 노출되지 않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5월24일 해당 부대로 전입 온 A중사는 해당 주임 상사와 같은 부대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어서 안면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새 부대에 전입해 낯선 이들이 많은 상황에서 A중사가 아는 사이인 주임 상사에게 속내를 털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주임 상사는 가해자를 불러서 "행동거지를 조심하라"고 경고했다. 다만 주임 상사는 이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피해사실을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A중사 사망 후 주임 상사는 수사기관에 "(A중사가) 진급을 목표로 섬에 2번째 자원할 정도로 열심히 했는데 (성추행 피해 사실이) 오픈되면 (A중사 진급에) 영향이 있을까봐 지휘부에 보고 안 했다"고 밝혔다.

주임 상사의 이 판단은 결과적으로 오판이 됐다. 그동안 A중사는 심리적으로 고통을 받았고 결국 이달 12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번 성추행 피해 사실이 공론화되지 않은 것은 법령과 군 내 부대관리훈령의 충돌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해군 관계자는 "법령상으로는 성추행 사고가 일어나면 바로 보고하게 돼있지만 부대관리훈령 상에는 피해자 의사에 의하면 (보고를) 안 하게 된다. 상호 충돌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즉각 보고하게 돼있는) 군인복무기본법을 성폭력 사건에 적용하니 피해자 최우선적으로 보호하는 원칙과 상충되는 측면이 있었다"며 "민간에서 적용되는 성폭력 법률에도 피해자를 보호하고 신고하지 않아도 되도록 돼있다"고 설명했다.

주임 상사는 수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주임 상사가 다른 부대원들에게 A중사 피해 사실을 알려 2차 가해가 발생했는지 여부가 관건이다.

또 A중사가 2개월여 동안 어떤 일을 겪었는지, 주임 상사를 제외한 다른 사람에게 피해사실을 이야기하지 않았는지 여부 등도 수사과정에서 다뤄질 전망이다.

해군 관계자는 "기지장이나 지휘관에 따르면 A중사는 대인관계도 좋고 상하관계가 좋은 부사관으로 인정받고 있었다"며 "심리적 타격은 인지된 게 없는 것 같다. 추가적으로 수사로 점검해봐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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