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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보건노조…김부겸 총리의 '보이지 않는 조정력'

등록 2021.09.04 05:00:00수정 2021.09.04 08:4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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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원 SK부회장에 "가습기 참사 해결 나서달라" 직접 요청

참사 10주기에 피해자-제조사 '피해조정위원회' 구성 결실

주례회동서 "보건노조 주장 일리"…文 "총리가 책임지고 해결"

총파업 예고 전날 직접 협상장 찾아 핵심 쟁점 놓고 노조 설득

취임사서 "갈등해결 위해 정부 책임 다 하겠다"…조정역 매진

[성남=뉴시스] 김명원 기자 = 김부겸 국무총리(왼쪽 여섯번째)가 코로나19 백신개발 관련 현장점검을 하기 위해 23일 경기 성남시 SK바이오사이언스에 방문한 가운데 현장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8.23. photo@newsis.com

[성남=뉴시스] 김명원 기자 = 김부겸 국무총리(왼쪽 여섯번째)가 코로나19 백신개발 관련 현장점검을 하기 위해 23일 경기 성남시 SK바이오사이언스에 방문한 가운데 현장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8.2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안채원 기자 = 김부겸 국무총리가 지난달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을 만나 가습기살균제 참사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1일 참사 10주년을 맞아 피해자 단체와 옥시RB 등 제조사 일부가 피해 조정을 위한 조정위원회 구성에 합의한 배경에 이같은 김 총리의 보이지 않는 역할이 있었다는 평가다.

김 총리는 지난달 23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SK바이오사이언스 본사를 방문했다.

당시 국무조정실은 김 총리가 국산 코로나19 백신 개발 상황을 점검하러 가서 관계자들을 격려했다는 취지의 보도자료를 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10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GBP510'의 임상 3상 시험계획 승인을 받았다.

이 자리에서 김 총리는 최창원 부회장에게 가습기살균제 참사 10주기를 앞두고 SK 측의 협조를 구했다고 한다.

SK케미칼은 문제가 된 가습기살균제 제조회사 중 한 곳으로, SK바이오사이언스는 SK케미칼이 백신 사업 부문을 분할해 설립한 곳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최대 주주도 SK케미칼이다. 최창원 부회장은 최대 주주인 SK디스커버리는 SK케미칼 지분을 통해 SK바이오사이언스를 지배하고 있다.

김 총리는 당시 최 부회장에게 "SK가 백신 개발 등 국익을 위해서 고생을 하는데, 걸림돌이 가습기 문제 아니냐"면서 "적극적으로 의지를 갖고 해결에 나섰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에 최 부회장은 "모든 걸 하겠다. 걱정하지 마시라"고 화답했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성남=뉴시스] 김명원 기자 =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23일 경기 성남시 SK바이오사이언스에 열린 김부겸 국무총리와의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8.23. photo@newsis.com

[성남=뉴시스] 김명원 기자 =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23일 경기 성남시 SK바이오사이언스에 열린 김부겸 국무총리와의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8.23. [email protected]

SK케미칼은 옥시RB 등 가습기살균제 제조사 5곳과 함께 정부에 피해 조정 의사를 전달했다.

아울러 김 총리는 일선에 오랜 기간 정부의 조정 능력에 불신이 쌓여온 피해자 단체 등이 조정위원회 구성에 참여하도록 설득하라는 지시도 해왔다.

결국 지난달 31일 참사 공론화 10주년을 맞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단체 13곳과 옥시RB 등 제조사 6곳이 피해 조정을 위한 조정위원회가 구성되는 결실을 맺었다.

정부 관계자는 "환경부가 주도해 이 문제를 끌고 가기로 했다"면서도 "김 총리의 지속적인 관심이 있었기에 참사 10주년을 맞아 뜻깊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지난 2일 새벽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총파업을 전격 철회한 데도 김 총리의 조정 역할이 컸다고 한다.

김 총리는 3개월 전 보건의료노조와 정부 간 협상이 시작된 때부터 해당 사안에 관심을 가져왔다고 한다. 그러나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보건노조가 총파업을 예고하고 나섰다.

관련 사항을 보고 받던 김 총리는 지난달 22일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모두발언을 통해 "정부도 공공의료 확충과 처우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총파업 철회를 요청하고 나섰다.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보건의료노동조합이 예고한 총파업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1일 김부겸 총리가 서울 영등포구 의료기관평가인증원에서 열린 보건복지부와 보건의료노조 제13차 노정 실무교섭 현장을 방문해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9.0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보건의료노동조합이 예고한 총파업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1일 김부겸 총리가 서울 영등포구 의료기관평가인증원에서 열린 보건복지부와 보건의료노조 제13차 노정 실무교섭 현장을 방문해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9.01. [email protected]

지난달 30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의 주례회동에서는 '처우 개선과 공공의료 확충을 이야기하는 보건노조 측의 요구가 일리가 있다. 재정당국의 염려가 있더라도 노조 측의 의견을 들어주는 방향이 맞다'는 취지로 이야기했다고 한다. 이에 문 대통령은 '총리가 책임지고 해결해달라'고 힘을 실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총리는 총파업을 하루 앞둔 지난 1일 협상이 열리는 장소를 직접 찾아 의견이 좁혀지지 않은 핵심 쟁점들을 놓고 보건노조 지도부에 대승적인 협조를 요청했고, 날을 넘긴 2일 새벽 노정 협상이 타결됐다.

창사 이래 첫 파업 위기를 맞았던 HMM이 2일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상을 타결 건에도 김 총리가 나섰다고 한다.

총리실 관계자는 "김 총리가 해수부 장관에게 특별히 '적극적으로 협상해서 물류가 멈추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라고 주문했다"며 "그래서 정부가 여러가지 안을 갖고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섰을 것"이라고 했다.

김 총리는 지난 5월 취임식에서 "우리 사회의 갈등 해결을 위해 정부는 책임을 다 하겠다"며 "제가 직접 갈등현장을 찾아 각계각층과 소통하고, 상생과 연대를 통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사회적 대화기구 구성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여권 관계자는 "김 총리가 문재인 정부 임기 말인 만큼 갈등이 있어 차일피일 미뤄졌던 현안을 직접 나서 매듭짓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며 "추후에도 물밑에서 여러 갈등 현안들을 조정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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