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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이터 써보니…"잦은 오류와 너무 긴 인증"

등록 2022.01.05 16:31:46수정 2022.01.05 17:5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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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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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정옥주 기자 = "또래 손님에 비해 투자상품 비율이 39% 낮습니다."

최근 몇 년간 금융권의 '뜨거운 감자'였던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5일 오후 4시부터 전면 시행됐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총 33개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방식을 통해 금융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달 1일부터 시범서비스를 거친 뒤 드디어 본격적으로 닻을 올린 것이다.

시범서비스 기간 동안 발견된 오류 등을 개선했다는 금융당국의 말을 믿고 가장 자주 거래하는 하나은행(하나합)과 신한카드(신한플레이) 앱으로 들어가 마이데이터 서비스에 가입을 해봤다.

마이데이터란 여러 곳에 흩어져 있던 개인 정보를 한 곳에 모아 관리하는 서비스다. 즉 여러 금융회사의 앱 대신 주로 거래하는 한 금융사의 마이데이터 앱으로 자신의 모든 금융정보를 관리할 수 있다. 은행 대출잔액·금리와 상환정보는 물론, 주식 매입금액·보유수량·평가금액, 펀드 투자원금·잔액, 통신사 납부·청구내역까지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내 손 안의 금융비서'를 만나기까지, 그 여정은 그리 간단치 않았다.

공통적으로 일단 내 자산 정보가 연동되는 금융사들을 선택하는 것 자체가 일이었다. 이용하는 금융사들을 모두 기억하기가 힘들었다. 어차피 한 곳에서 모든 정보를 관리할 수 있는 것이 마이데이터의 장점이라 하니 앱에서 알아서 내 자산이 있는 기관을 모아서 추천해 주는 '추천기관'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내 자산이 있는 금융기관은 총 7곳으로 22개의 자산정보 연결이 가능하다고 떴다.

이 기관들 간 자산정보 연결을 하려면 1차 통합인증을 한 뒤 길고 긴 이용약관을 읽은 후 동의 절차를 거쳐 정기전송 여부, 전송기간 선택, 가맹점 및 사업자등록번호 정보 제공 동의, 적요정보 또는 거래메모 정보 제공 동의를 한 뒤, 또 다시 통합인증을 하는 10여개의 절차를 거쳐야 했다.

이 가운데 어느 정보를 제공할 것인지 선택하는 것이 가장 큰 난관이었다. 내가 물건을 구입한 가맹점이나 사업자등록번호 정보를 제공할지, 수취·송금인의 이름 등 적용정보까지 제공할지 등을 스스로 선택해야 했다. 민감한 사생활 정보를 금융기관들에 넘겨야 한다는 불안한 마음은 들었지만, 제대로 된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경험하려면 동의가 필요하다는 문구에 일단 동의 버튼을 눌렀다.

여기까지 한 앱당 20분 정도가 소요됐지만 마이데이터가 다루는 정보가 민감한 개인정보이니 만큼, 소비자가 충분히 이해하고 동의하기 위해선 이 정도 번거로운 가입 절차는 감수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동의서의 갯수와 분량이 너무 많아 오히려 내용을 명확하게 이해하기가 더 힘든 부분은 있었다.

하지만 더 힘들었던 것은 이 길고 긴 과정을 모두 거쳤음에도 일부 정보가 누락되거니 연결이 실패하는 오류가 지속적으로 발생했단 점이다. 10여 단계의 과정을 거쳐 기관들을 모두 연결했음에도 일부 보험사, 카드사 정보가 포함되지 않아 다시 처음부터 이 과정을 반복해야만 했다.

마이데이터 써보니…"잦은 오류와 너무 긴 인증"  



다시 여러 단계의 인증과 수십 번의 동의 버튼 등을 반복한 끝에 드디어 앱 화면에 나의 금융정보들이 뜨기 시작했다. 잔체 자산 총액, 투자 평가금액과 수익금, 페이머니, 보험료 납부, 카드 사용 내역 등이 한 눈에 펼쳐졌다.

특히 하나은행에서 유용했던 점은 또래와의 자산 비교 서비스였다. 내가 보유한 자산, 부채 항목을 소득수준, 가족구성 등이 비슷한 내 또래와 비교 분석, 또래에 비해 부족한 금융자산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다. 예상대로 또래에 비해 투자상품 비율이 39%나 낮다는 진단이 나왔고, 그에 맞는 진단 솔루션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출 부분은 보다 충격적이었다. 하나은행과 신한카드 모두 월별 수입과 지출 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데, 끝없는 마이너스 행렬에 계획적인 소비를 해야겠다는 반성이 들었다. 카테고리별로도 지출 내역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어 불필요한 지출을 점검해 봐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 번 하게 됐다. 내가 가장 많이 가는 매장이나,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결제 수단 등도 자세하게 정리돼 있어 내 지출 패턴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었다.

단 아직 서비스 초기이다 보니 개선해야 할 점들도 더러 눈에 띄었다. 일단 드디어 다 했나 싶었는데 정보를 불러오는 과정에서 응답이 지연되거나 정보를 불러오는데 실패해 처음부터 다시 반복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가장 컸다.

하나은행 앱은 수 차례 시도에도 통신사 정보를 계속해서 연결하지 못했고, 신한카드 앱은 타 카드사들의 정보를 불러오는데 계속해서 실패했다. 한 시간여가 걸려 겨우 일부 정보는 불러왔지만, 일부 카드사 정보는 끝내 확인할 수 없었다.

이는 금융사 앱마다 내 금융정보가 다소 다르게 나타나는 결과로 이어졌다. 내가 소지한 카드 지출 내역이 온전히 뜨지 않다 보니, 사실상 제대로 된 마이데이터 서비스 이용이 불가능했다.

이와 관련, 한 은행 관계자는 "API에 대해 제공기관별 이해가 달라 오류가 발생하거나 데이터 정합성을 맞추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내가 준비를 마쳤다고 할지라도 정보를 제공하는 상대 기관의 데이터가 부실한 경우 완벽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테스트 환경이 마땅치 않아 개별 기관과 1대1로 소통하며 기술 규격을 맞춰가는 상황이라 최종 정리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일시적 오류 뿐 아니라 실제 마이데이터 사업자별로 확인할 수 있는 기관 정보가 차이도 컸다. 금융위에 따르면 이날부터 정보 제공이 가능한 기관 수는 총 417곳인데, 연결된 정보제공자가 가장 많은 곳인 BC카드(196곳)과 가장 적은 곳인 SC제일은행(18곳)의 차이가 무려 178곳에 달했다. 예컨데 신한은행 앱에서는 카카오뱅크 정보를 불러올 수 있지만, SC제일은행서는 확인할 수 없는 식이다.

또 맞춤형 상품 추천도 자사 금융상품으로만 구성돼 있어 '각 금융사의 앱이 일일이 들어갈 필요가 없다'는 마이데이터 서비스의 강점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따라서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서비스에 대한 정확도를 높이고 차별화하는 것이 필요해 보였다.

사실 정보제공에 동의 버튼을 누르면서도, 내가 체험기를 쓰지 않는다면 과연 이 서비스에 가입했을까 하는 의문이 머릿속을 내내 떠나지 않았다. 내 사생활이, 내 민감한 금융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을 감수하면서까지, 그런 위험비용을 모두 상쇄할 만큼의 가치가 있는 서비스 경험을 과연 할 수 있을까 하는 근본적인 물음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아직까진 서비스 내용이 제한적일 뿐 아니라, 앞서 오픈뱅킹 서비스에서 경험해봤던 연결성을 조금 더 확장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느낌이 더 컸다.

무엇보다 마이데이터가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은 보안에 대한 우려다. 금융당국은 보안 우려 해소를 위해 이날부터 각 사이트에서 개인정보를 긁어오는 스크래핑(scraping) 방식의 수집을 금지하고, 표준화된 규격으로 정보를 수집하는 API 방식을 통한 서비스를 전면 시행했지만,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실제 지난달 28일 네이버파이낸셜의 고객정보 노출 사고의 경우도 API 방식에서 발생한 것이었다. 시스템 오류로 회원 100여명의 계좌번호, 송금·이체내역 등 자산정보가 다른 회원에게 노출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마이데이터 특별대응반을 통해 특이사항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되, 특별대응반을 확대개편할 계획"이라며 "또 소비자 편의제고 등을 위해 퇴직연금(DB·DC), 계약자-피보험자가 다른 보험정보, 카드 청구예정정보 등 일부 미반영된 금융권 정보와 빅테크 정보 등을 관련 업권 협의 등을 거쳐 연내 지속적·적극적으로 개방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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