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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MB와 윤석열을 향한 문 대통령의 분노

등록 2022.02.11 10: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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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MB와 윤석열을 향한 문 대통령의 분노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직접 거론하며 정치 보복 운운한 데 대해 분노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청와대가 정치 보복을 위해 검찰을 움직이는 것처럼 표현을 한 것은 우리 정부에 대한 모욕이며,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역임하신 분으로서 말해서는 안 될 사법질서에 대한 부정이고, 정치금도를 벗어나는 일이다."(2018년 1월18일)

"중앙지검장, 검찰총장 재직 때에는 이 정부의 적폐를 있는 데도 못 본 척했다는 말인가. 아니면 없는 적폐를 기획사정으로 만들어 내겠다는 것인가? 대답해야 한다. 그리고 현 정부를 근거 없이 적폐 수사의 대상·불법으로 몬 것에 대해 강력한 분노를 표하며 사과를 요구한다."(2022년 2월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여과없이 분노를 표출한 것은 4년 만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집권 시 적폐 청산 수사' 발언이 묻어뒀던 문 대통령의 분노를 재소환했다. 4년 전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했던 분노와 윤 후보를 향한 분노에서 적잖은 기시감(旣視感)이 읽힌다. 구체적 상황은 다를지라도 궁극적인 분노의 동기는 4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두 번째 분노의 직접적 발단은 윤 후보의 중앙일보 인터뷰였다. 윤 후보는 해당 인터뷰에서 민주당 정권에서 이뤄진 검찰을 이용한 범죄와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주장했다. 나아가 자신의 집권 시 적폐수사를 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이러한 발언은 사실상 집권 후 정치보복 선언으로 읽혔고, 문 대통령은 '강력한 분노'와 함께 사과를 공개 요구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집권 6개월 차인 2018년 1월18일 이 전 대통령을 향한 첫 분노를 밝혔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적폐청산의 일환으로 검찰개혁 작업에 주력하던 때였다. 이 전 대통령은 자신 측근들에 대한 검찰 수사를 자신을 타깃으로 한 기획수사로 규정하며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 보복"을 주장했다. 문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이 자신이 '운명적 동지'라 여기는 노 전 대통령의 '퇴임 후 트라우마'를 직접 거론하자 "정치 금도를 벗어나는 일"이라며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윤 후보와 이 전 대통령을 향한 문 대통령의 각각의 분노 이면에는 '검찰을 활용한 정치 보복'이라는 상대방의 주장이 공통적으로 깔려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전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를 향해 명시적으로 정치 보복을 주장했고, 윤 후보는 집권 후 정치 보복 가능성을 시사한 정황상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문 대통령이 "정부의 적폐를 있는 데도 못 본 척했다는 말인지, 적폐를 기획사정으로 만들어내겠다는 것인지 대답하라"고 요구한 것은 윤 후보가 검찰총장직을 버린 시점에 이뤄지지 못한 '지연된 질문'으로 평가된다. 그토록 주문했던 '검찰의 탈(脫) 정치화'를 검찰총장직과 함께 버리고 정반대 길을 걷고 있는 윤 후보를 향해 드러낸 공개적 문제 인식이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윤 후보가 대통령을 겨냥해서 한 발언에 대해서 대통령이 반론권을 행사한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문 대통령이 윤 후보를 향한 분노의 심경을 드러낸 현 상황과 맞물려 윤 후보의 과거 검찰총장 재직 시절 국정감사 답변(2019년 10월17일)이 새삼 환기된다. 당시 윤 총장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에 대한 검찰 중립성 보장을 물은 이철희 의원(현 청와대 정무수석) 질문에 "이명박 정부 때 상당히 쿨하게 처리했던 기억이 난다"고 답한 바 있다. 이 전 대통령과 윤 후보에 대한 문 대통령의 두 번의 분노가 '우연'인지 '필연'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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