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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대금리 논란③]규제 강화 과연 필요한가

등록 2022.05.02 07:00:00수정 2022.05.02 07: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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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은행권 최초 공동점포가 개설된 25일 오후 경기 용인시 수지구 하나은행 우리은행 공동점포 신봉점에서 고객들이 은행업무를 보고 있다. 2022.04.25. scchoo@newsis.com

[용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은행권 최초 공동점포가 개설된 25일 오후 경기 용인시 수지구 하나은행 우리은행 공동점포 신봉점에서 고객들이 은행업무를 보고 있다. 2022.04.2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정옥주 기자 =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고공행진을 지속하는 가운데, 은행들이 지난 1분기에도 역대급 실적잔치를 이어가면서 예대금리차 공시 제도 도입에 대한 논의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은행들의 과도한 '이자장사'로부터 금융소비자들을 보호하겠다는 취지인데, 한편으론 이러한 정부의 개입은 시장원리를 거스르는 행위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일 정치권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는 예대금리차 공시 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예대금리차 공시 제도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출금리 상승이 본격화돼 서민 등 금융소비자들은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은행들은 오히려 벌어진 예대마진을 통해 손쉽게 수익을 늘리고 있다는 비판에서 출발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잔액기준 예대금리차는 2.32%포인트로 전월보다 0.05%포인트 확대됐다. 이는 2019년 3월(2.32%포인트) 이후 3년 만에 가장 크게 격차가 벌어진 것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주요 금융그룹은 지난 1분기에도 사상 최대 당기순이익을 달성하며 '실적 파티'를 이어갔다.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4조6399억원으로 전년 동기 3조9734억원보다 6665억원 증가했다.

이처럼 끝없이 제기되는 예대마진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인수위는 예대금리차 주기적 공시제도를 도입하고, 필요하다면 가산금리 적절성 검토와 담합요소 점검까지 추진하겠단 방침이다.

금융권 등에 따르면 인수위는 은행들이 은행연합회 홈페이지에 예대금리차 현황을 월별로 공시하는 방안 등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들은 현재 사업보고서를 통해 예대금리차를 공개하고 있지만 분기별로 공개되고 있어 최신 정보 반영이 느릴 뿐 아니라, 은행연합회 공시엔 대출금리와 수신상품 금리가 따로 올라와 예대금리차를 한 눈에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또 은행들은 지금도 전월 취급한 대출의 평균금리, 기준금리, 가산금리 등을 공시하고 있는데, 인수위는 여기서 더 나아가 가산금리의 기준이 되는 리스크 관리 비용이나 업무 원가 등 세부 항목까지 공개토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직접적으로 예대금리차를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최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주최하고 금융경제연구소가 주관한 '차기 정부에 바라는 노동·금융정책' 포럼에서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금융당국이 시장자율을 이유로 예대금리차 폭등을 방관하고 있으나 과거 금융당국은 지속적으로 적정한 예대금리차를 유지하기 위한 관리를 해왔다"며 "금융당국이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은행들이 1.5~1.8%포인트의 적정한 예대금리를 유지토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은행권 등은 이러한 정부의 개입은 오히려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제한하는 등 부작용만 낳을 것이란 우려를 내놓고 있다. 은행별 예대금리 정보가 공개돼 비교될 경우, 은행들이 예대금리차를 축소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금리 수준이 높은 중금리대출을 축소해 서민 등의 금융접근성이 제한될 수 있단 지적이다.

김은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예대금리차와 가산금리에 대한 개입이 매우 강해지면 은행 간 대출금리 차이가 거의 없어지는 상황을 예상해 볼 수 있다"며 "이 경우 은행들은 리스크 회피 태도가 커질 수 밖에 없고, 기존 은행 대출자들 중 대출불가나 대출한도 축소의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외 주요국들은 어떻게 하나

전문가들은 정부가 시장 가격에 인위적으로 개입해 조정하기 보다는 근본적으로 국내 은행들의 수익 구조를 바꾸고, 은행간 경쟁을 활성화시키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해외 주요국 은행들은 이자이익 보다는 수수료 등 비이자이익 중심의 수익 구조를 갖추고 있어, 예대마진에 대한 의존도가 크지 않다. 또 미국, EU, 영국 등은 과잉대출을 막기 위해 정책적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원칙을 위반하는 금융회사에는 배상명령과 적정 수준의 계약조건 변경, 차압 금지 등의 징계 조항을 구체화하고 있다.

실제 우리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JP모건 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 씨티(Citi), 웰스파고(Wells Fargo) 등 미국 4대 금융그룹 당기순이익은 비이자이익 증가와 대손비용 환입 영향으로 전년대비 102% 급증했다. 이자이익은 예대율 감소 등에 따라 순이자마진(NIM)이 하락하며 4.4% 감소했으나, 비이자이익이 9.5% 늘어 총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2.2% 증가했다.

반면 우리나라 4대 금융지주의 지난 1분기 이자이익은 총 9조1436억원으로, 전년 동기(7조6939억원) 대비 18.8%가 늘어, 이자이익 의존도가 점차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우리나라도 이젠 선진국 스타일로 비이자이익과 이자이익에 대한 밸런스를 6 대 4 정도로 맞춰야 한다"며 "그래야 예대금리차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있고, 안정적으로 수익도 가져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하기 보다는 예대금리차 상한제를 도입, 은행간 경쟁을 촉진시켜 과도한 (금리)격차를 해소하는 방법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미국 등 주요국들의 경우 예대 금리의 차이는 시장에서 결정된다고 기본적으로 보기 때문에 그 자체에 대해 관여하지 않는다"며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은 기준금리에 대한 것이고, 개별 금융기관은 자율적으로 정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역시 경쟁을 좀 더 촉진시키기 위해 예대금리차 정도는 공개하는 것이 필요하나, 세부 원가 항목 공개 등 과도한 개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은행의 금리와 예대마진 등은 가격변수여서 기본적으로 시장원리에 따라 시장에서 경쟁을 통해 결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물론 이 과정에서 담합이나 여타 경쟁제한 행위 등이 있어서는 안되며 금융 및 경쟁당국은 이러한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 예방조치 및 모니터링을 하고, 만일 이러한 행위가 있을 경우 엄격히 제재하는 등 시장경쟁 확보를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현재 해외 주요국 현황 등을 검토하고 있으며, 금융권과 공시 제도와 관련한 세부적인 항목을 협의 중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은행권과 공시제도를 강화한다는 기본방향에 대해 공감을 이뤄냈고, 현재 공시 세부항목 범위를 놓고 논의하고 있는 단계"라며 "해외 주요국들의 사례도 검토해 구체적인 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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