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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움직인다]①이재용의 '목숨 걸고'…인텔CEO 만나고, 유럽 출장까지

등록 2022.06.04 10:11:00수정 2022.06.04 12: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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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8일 유럽 출장…네덜란드서 반도체 장비 협의

대형 M&A 임박설…독일·영국 등 방문 가능성도

인텔 CEO와 서울서 회동…양사 협력 강화될 듯

[평택=뉴시스] 전신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설에 앞서 인사말하고 있다. 2022.05.20. photo1006@newsis.com

[평택=뉴시스] 전신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설에 앞서 인사말하고 있다. 2022.05.2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현주 기자 = 삼성전자가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 속 위기 타개를 위해 대대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다. 특히 각종 사법 리스크 속 소극적인 행보를 보이던 이재용 부회장은 5월 이후 대외 활동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오는 7~18일 유럽 출장길에 오른다. 법원은 지난 2일 검찰의 동의를 확인한 후 경영상 필요한 출장이라는 점을 들어 이 부회장의 두 차례 불출석 재판을 인정했다.

먼저 이 부회장은 반도체 미세공정 필수 장비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수급을 위해 네덜란드로 향한다. 반도체 미세공정에 필수적인 EUV 장비를 독점 생산하고 있는 ASML 임원진들을 직접 만나 협상을 진행할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2020년 10월에도 ASML 본사를 방문, 피터 버닝크(Peter Wennink) 최고경영자(CEO) 등을 만난 바 있다.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의 회동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월 당선 후 뤼터 총리와 전화 통화를 통해 반도체를 포함한 양국 간 협력 강화를 논했다.

대형 인수·합병(M&A)에 대한 기대도 나온다. 방문 일정이 확정된 네덜란드에는 그간 M&A 유력 후보로 거론된 차량용 반도체 업체 'NXP'가 있다. 영국 반도체 설계(팹리스) 기업 'ARM', 독일 '인피니온' 등도 M&A 유력 후보군인 만큼 영국, 독일 등 다른 유럽 국가 방문 가능성에 대해서도 관심이다. 특히 이 부회장이 지난달 30일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를 만난 것을 두고 M&A 작업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31일 신라호텔에서 열린 삼성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했던 한종희 부회장도 행사 직후 기자들과 만나 M&A 관련 질문에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이 부회장이 2주간 유럽으로 장기 출장을 떠나는 만큼 네덜란드 외 다른 유럽 국가들도 들러 M&A를 포함한 다양한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31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2 삼성호암상 시상식'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수상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예술상 김혜순 시인, 사회봉사상 하트-하트재단 오지철 회장, 신인숙 이사장, 공학상 차상균 서울대 교수 부부, 김황식 호암재단 이사장. 뒷줄 왼쪽부터 과학상 화학·생명과학부문 카이스트 장석복 특훈교수, 과학상 물리·수학부문 오용근 포스텍 교수 부부, 의학상 키스 정 하버드의대 교수 부부. (사진=호암재단 제공) 2022.05.3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31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2 삼성호암상 시상식'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수상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예술상 김혜순 시인, 사회봉사상 하트-하트재단 오지철 회장, 신인숙 이사장, 공학상 차상균 서울대 교수 부부, 김황식 호암재단 이사장. 뒷줄 왼쪽부터 과학상 화학·생명과학부문 카이스트 장석복 특훈교수, 과학상 물리·수학부문 오용근 포스텍 교수 부부, 의학상 키스 정 하버드의대 교수 부부. (사진=호암재단 제공) 2022.05.3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매년 7월 미국 아이다호주 휴양지 선밸리에서 열리는 미디어·정보기술(IT) 업계 거물들의 모임인 '선밸리 콘퍼런스' 참석 가능성도 거론된다. 일명 '억만장자 클럽'으로 알려진 선밸리 콘퍼런스는 미국 투자사 '앨런앤드컴퍼니'가 1983년부터 매년 주최하는 행사로 초청장을 받지 않은 인물은 참석할 수 없다. 구글, 애플, 뉴스코퍼레이션, 타임워너 등 글로벌 미디어와 빅테크 거물 300명이 참석하며 한국에서는 이 부회장이 유일하게 초대를 받고 있다.

이 모임은 대형 M&A나 협력 등이 논의되는 자리로 이 부회장 역시 상무 시절인 2002년부터 2016년까지 매년 꾸준히 참석했다. 그는 국정농단 사태로 구속 수감된 2017년 법정에서 "선밸리는 1년 중 가장 바쁜 출장이고 가장 신경 쓰는 출장"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이 올해 콘퍼런스에 참석하면 6년 만에 다시 찾는 셈이다.

아울러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 달러, 약 21조원을 투자해 설립하는 신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착공식 참석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테일러 공장은 2024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약 500만㎡(150만평) 규모로 조성된다.

삼성전자는 본격적인 공사 시작 전 대규모 착공식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참석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테일러 공장 신설과 관련, 이 부회장과 삼성전자에 직접 감사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0일 오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외빈 초청 만찬에서 애국가 연주를 듣고 있다. 2022.05.10.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0일 오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외빈 초청 만찬에서 애국가 연주를 듣고 있다. 2022.05.10. [email protected]


국정농단 사태 이후 재판 외 일정을 삼가며 두문불출하던 이 부회장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을 기점으로 삼성을 이끄는 수장으로서 적극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과 외빈 초청 만찬에 참석한 데 이어 17일에는 서울 용산구 주한 아랍에미리트(UAE) 대사관에 마련된 고(故) 셰이크 할리파 빈 자이드 나하얀 대통령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지난 20일 바이든 대통령의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캠퍼스를 방문 당시에는 이 부회장이 직접 양국 정상을 안내했고, 25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중소기업인 대회에서는 전날 삼성이 5년간 450조원 투자를 결정한 것을 두고 "목숨 걸고 투자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30일에는 한국을 방문 중인 팻 겔싱어 CEO와 서울 모처에서 회동했다. 이 부회장과 겔싱어 CEO는 양사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차세대 메모리 ▲팹리스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PC·모바일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며 릴레이 회의를 가졌다.

31일에는 삼성가(家)를 대표해 6년 만에 삼성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했다. 이달 말에는 상반기 글로벌전략회의를 개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부회장은 회의 이후 결과를 직접 보고받을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삼성전자가 끝없는 부진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작동한 듯 하다"며 "유럽 출장을 계기로 향후 이 부회장이 주요 현장을 직접 찾는 일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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