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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이체된 비트코인으로 15억 이득...파기환송심도 "배임 아냐"

등록 2022.06.19 10: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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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00비트코인 입금되자 자기 계좌로 이체

1·2심, 징역 1년 6개월 → 대법서 파기환송

"가상화폐 형법 적용해 보호해야 할 대상 아냐"

[수원=뉴시스] 변근아 기자= 수원법원종합청사. 2022.04.26. gaga99@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뉴시스] 변근아 기자= 수원법원종합청사. 2022.04.2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뉴시스]변근아 기자 = 자신의 전자지갑에 잘못 이체된 남의 가상화폐를 돌려주지 않고 사적으로 쓴 사람이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9일 수원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김성수)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는 아무런 계약 관계가 없고 피고인이 어떠한 경위로 이 사건 비트코인을 이체 받은 것인지 불분명하다"면서 "이에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는 주체가 피해자인지 거래소인지 명확지 않다"라고 판시했다.

이어 "설령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직접 부당이득 반환 의무를 부담한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가상자산을 이체 받은 사람을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가상자산을 이체 받은 경우에는 피해자와 피고인 사이에 신임관계를 인정하기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A씨는 2018년 6월20일 자신의 주거지에서 알 수 없는 경위로 입금된 외국인의 199.999 비트코인 중 199.994 비트코인을 자신의 두 계좌에 나눠 이체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이 비트코인이 자신의 것이 아님을 알고 있었음에도 약 14억8724만원 상당의 이득을 취해 개인적으로 사용하기도 하는 등, 같은 금액만큼 비트코인의 원소유주에게 손해를 입힌 것으로 조사됐다.

1, 2심은 A씨가 비트코인을 그대로 보관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고 배임 혐의로 A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배임은 서로의 신뢰 관계에 바탕을 두고 타인의 재산을 보호 혹은 관리할 의무를 가진 사람이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취하면 성립된다.

그동안 대법원은 일관되게 '착오송금'의 경우에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상 보관 관계'가 성립된다고 판단해왔다. 아무 거래관계가 없는 타인에게서 예금이 이체돼도 이를 보관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가상화폐가 법정화폐와 동일하게 취급되지 않고, 거래에 위험이 수반되는 만큼 형법을 적용해 보호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고 보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법률상 원인관계 없이 다른 사람의 가상자산이 자신의 전자지갑에 이체된 경우, 가상자산을 이체 받은 자는 가상자산의 권리자 등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하게 될 수 있다"면서도 "이는 당사자 사이의 민사상 채무"라고 판시했다.

이어 "현재 원인불명으로 재산상 이익인 가상자산을 이체 받은 자가  가상자산을 사용·처분한 경우 형사처벌하는 명문의 규정이 없는 상황"이라며 "착오송금 시 횡령죄 성립을 긍정한 (대법원) 판례를 유추해 신의칙을 근거로 배임죄 처벌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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