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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쓸통]세계 휩쓴 K-콘텐츠 '숨은 별' 스태프…제작 환경은?

등록 2022.09.18 12:00:00수정 2022.09.18 12:2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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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콘텐츠진흥원 '2021 방송제작 노동환경 실태조사'

방송 제작 인력들 '정기적인 월급 받는다' 응답 32.3%

불공정 관행 개선 필요…표준계약서 경험률 50%그쳐

4대 보험 가입 전체 평균보다 낮아…산재 가입률 56%

OTT서비스 보수 올려줘 긍정 인식…반면 양극화 심화

직업의식 부문은 평균 '이상'…근로환경 평가는 '이하'

[서울=뉴시스] '오징어게임' 포스터. 2022.09.16. (사진=넷플릭스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오징어게임' 포스터. 2022.09.16. (사진=넷플릭스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 김성진 기자 =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미국 최대 규모 프로그램 콩쿠르인 에미상 시상식에서 감독상·남우주연상 등 6관왕을 차지하면서 다시 한 번 K-콘텐츠의 저력을 보여줬습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시의회는 '오징어 게임'이 미국 대중문화에 미친 영향력과 성과를 기려 매년 9월17일을 '오징어 게임의 날'로 선포하기로 했습니다.

'오징어 게임'의 빛나는 영광 뒤에는 스태프들의 숨은 노력도 빼놓을 수 없겠지요. 특수효과·스턴트퍼포먼스·미술상을 석권한 것도 이들의 노력이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스태프들의 뛰어난 활약상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한편으로는 해마다 지적되는 열악한 방송 제작자들의 노동 환경에 대해서 떠올리게 됩니다.

어느 젊은 방송 프로듀서나 작가의 돌연사 혹은 극단적 선택 등 잊을 만하면 뉴스에 나오는 안타까운 소식들에 고개가 숙여집니다.

실제 우리 방송 제작 인력의 현실은 어떠할까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말 발간한 '2021 방송제작 노동환경 실태조사'에서 이 같은 방송 제작 인력의 현실을 일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방송 제작 인력의 일주일 평균 노동일수는 4.9일, 일주일 평균 노동시간은 43.9시간이며, 32.3%만이 보수를 정기적인 월급으로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제작 인력 대부분이 방영이나 제작에 따라 비정기적으로 보수를 받고 있어 전반적으로 소득 안정성이 낮다는 의미입니다.

방송 제작 인력의 세전 월 평균 소득은 334만7000원이며, 상위와 하위 30%의 세전 월 평균 소득 차이는 약 232만2000원으로 제작 인력 특성별로 격차가 큰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특히 경력별 차이가 커서 경력 10년 이상 제작 인력의 월 평균 소득은 403만1000원이었지만, 경력 2년 미만의 경우 세전 월 평균 소득은 226만7000원에 그쳤습니다.

제작 인력들은 기본보수 외에 식비(51.8%), 교통비(42.3%), 초과근무 수당(22.9%), 숙박비(21%), 성과급·상여금(16.1%) 등을 받고 있었으나, 21%는 기본보수 외 수당을 지급받은 경험이 없다고 응답했습니다.

보수를 받지 못한 경험을 한 제작 인력도 6%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보수 체불 이유는 제작비 등 예산부족(25.4%), 회사 또는 사업주 개인의 파산(23.9%), 고의적인 보수 미지급(22.4%) 등이 꼽혔습니다.

업계의 불공정 관행 등을 개선하기 위해 만든 표준계약서를 경험한 비율도 평균 50%에 그쳤습니다. 특히 고용형태별 편차가 컸습니다.

방송,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정규직 제작 인력의 표준계약서 경험률은 90.7%였지만, 계약직, 프리랜서는 각각 39.4%, 37.9%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4대 보험 가입률은 각각 국민연금 74%, 건강보험 90.5%, 고용보험 67.8%, 산재보험 56.1% 등으로, 건강보험을 제외하고 국민 전체 평균보다 매우 낮은 편이었습니다.

참고로 고용노동부 근로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전체 근로자 4대 보험 가입률은 국민연금 91.7%, 건강보험 91.5%, 고용보험 90.5%, 산재보험 97.8%였습니다.

[로스앤젤레스=AP/뉴시스] 배우 이정재(왼쪽)와 황동혁 감독이 12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마이크로소프트 극장에서 열린 제74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으로 각각 남우주연상과 감독상을 수상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09.13.

[로스앤젤레스=AP/뉴시스] 배우 이정재(왼쪽)와 황동혁 감독이 12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마이크로소프트 극장에서 열린 제74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으로 각각 남우주연상과 감독상을 수상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09.13.


방송 제작 인력은 실내·사무실에서 작업하는 비율이 63.0%였으며, 드라마 장르 제작 인력은 장르의 특성상 실내·사무실(43.2%)보다 야외(53.5%)에서 작업하는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방송 제작 업무가 위험하거나 건강을 해친다고 생각하는 제작 인력은 32.6%였으며, 방송 제작 업무 관련 부상(이차사고 포함)이나 질병과 관련해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제작인력은 15.5% 수준이었습니다.

현장 업무가 많지만 안전 교육을 실시하지 않는 경우는 40.9%였으며, 부상·질병 발생 시 개인비용이나 개인 상해보험으로 처리하는 경우는 78.7%로 나타나 사전 예방뿐 아니라 후속조치도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신체·언어적 폭력, 성차별, 위협, 성희롱, 왕따·괴롭힘 경험이 있는 방송 제작인력은 15.4%였습니다. 직군별로는 프리 프로덕션에서의 기획 직군(22.7%), 작가 직군(30.8%)에서 경험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방송 제작 인력은 넷플릭스와 같은 OTT 서비스에 대해선 보수를 올려주고 제작 참여 가능성을 높였다고 평가했지만, 불공정 거래와 양극화를 심화시켰다고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설문에서 OTT가 국내 방송 제작 산업의 보수를 증가시켰다는 응답(17.8%)은 감소시켰다는 응답(12.8%)보다 높았고, 서면 계약 가능성을 증가시켰다는 응답(39.2%)은 감소시켰다는 응답(8.2%)보다 높았습니다.

또 저작권 보유 가능성을 증가시켰다는 응답(24%)은 감소시켰다는 응답(14%)보다 높았으며, 제작 참여 가능성을 증가시켰다는 응답(52.1%)은 감소시켰다는 응답(7.8%)보다 높았습니다.

반면 불공정 거래 건수를 증가시켰다는 응답(24.9%)은 감소시켰다는 응답(16.3%)보다 높았으며, 제작 인력 양극화를 증가시켰다는 응답(34.5%)이 감소시켰다는 응답(8.7%)보다 높았습니다.

끝으로 방송 제작 인력의 전반적인 직업 만족도에 대한 조사로 글을 마무리할까 합니다.

이번 실태조사에서 14개 항목을 조사한 제작 인력의 직업 전반 만족도는 5점 만점 척도에서 2.79점을 받아 '보통 이하'였습니다.

특히 전반 만족도(2.79점)보다 낮은 항목은 보수 수준(2.74점), 워라벨(2.69점), 복리후생(2.63점), 노후준비(2.31점), 고용의 안전성(2.75점) 등 대부분 근무 환경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반면 성취감(3.50점), 업무의 자율성(3.29점), 산업의 발전 가능성(3.17점) 등은 전반 만족도(2.79점)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를 통해 방송 제작 인력들이 열악한 근로 환경에서도 전체적으로 높은 직업의식, 사명감 등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습니다.

과거에 비해 많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있는 만큼, 빛나는 무대 뒤에서 묵묵히 일하는 제작 인력들에게 세계적인 수준의 K-콘텐츠 위상에 맞는 근무 환경이 제공됐으면 합니다.

해당 조사는 지난해 9월16일~10월26일 방송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 중이거나 참여 경험이 있는 방송 제작인력 1121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웹 기반의 설문조사를 통해 이뤄졌으며, 표본오차는 ±2.93%포인트(95% 신뢰수준)입니다.

※세쓸통 = '세상에 쓸모없는 통계는 없다'는 일념으로 통계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 알기 쉽게 풀어내고자 합니다.

[세쓸통]세계 휩쓴 K-콘텐츠 '숨은 별' 스태프…제작 환경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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