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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70% 가설건축물 생활…인권위, 개선 권고

등록 2022.09.20 12:00:00수정 2022.09.20 14: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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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 장관에 공공기숙사 설치 등 개선안 마련 권고

"동료 노동자 사망한 기숙사에 거주시켜" 인권위 진정

고용부 조사 결과 노동자 77.4%, 임금서 숙식비 선공제

인권위 "고용부 조치 적절, 진정 기각…정책 권고 결정"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이주여성노동자가 비닐하우스 기숙사에서 사망한 사건과 관련, 2020년 12월30일 포천 비닐하우스 숙소 앞에서 이주노동자 기숙사 산재사망사건 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진상 규명과 근본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이주노동자 기숙사 산재사망사건 대책위원회 제공) 2020.12.30.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이주여성노동자가 비닐하우스 기숙사에서 사망한 사건과 관련, 2020년 12월30일 포천 비닐하우스 숙소 앞에서 이주노동자 기숙사 산재사망사건 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진상 규명과 근본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이주노동자 기숙사 산재사망사건 대책위원회 제공) 2020.12.3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전재훈 기자 = 이주노동자에게 제공되는 숙소의 70%가 비닐하우스 등 가설건축물이라는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가 나온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이주노동자의 생존권과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하라고 고용부 장관에게 권고했다.

인권위는 지난 16일 "고용부 장관에게 농업 이주노동자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받으며 건강하고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공공기숙사 설치와 합리적인 숙식비 기준 마련 등 지원대책 강구를 권고했다"고 20일 밝혔다.

아울러 인권위는 사업주가 근로기준법이 규정하는 임금 전액 지급 원칙을 준수할 수 있도록 숙식비 선공제를 법령으로 금지하고, 숙식비를 이주노동자 임금에서 공제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 '외국인근로자 숙식정보제공 및 비용징수 관련 업무지침'을 폐지할 것을 권고했다.

이 사건 진정인 이주노동자 기숙사산재사망 대책위원회(대책위)는 2020년 12월20일 기숙사에서 사망한 이주노동자의 사인 중 하나로 '열악한 기숙사 환경'이 지적됐음에도 동료 이주노동자 4명을 해당 기숙사에 그대로 거주하게 하는 것은 인권 침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고용부는 해당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관련 수시감독을 실시한 결과 기숙사 운영기준 미달 등 4건의 위반 사항을 확인해 시정조치를 지시했다고 답변했다.

또 피해자들에게 사업장 변경 의사를 3회 확인했으나 계속 근무 의사를 밝혔으며, 향후 피해자들이 사업장을 변경하고자 할 경우 적극 조치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에 인권위는 ▲사업주에게 기숙사 변경을 지시하고 건강검진 미실시에 대한 과태료를 부과하면서 조속한 시일 내 건강검진을 실시하도록 조치한 점 ▲농지에 있던 기존 기숙사가 아닌 시내의 주택형 숙소가 제공된 점 등을 고려하면 조치 미흡으로 인한 인권침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진정을 기각했다.

다만 인권위는 이주노동자가 열악한 숙소에서 자다가 사망한 사례, 비닐하우스 숙소에 폭우가 쏟아져 다수의 이주노동자가 이재민이 된 사례 등 문제가 계속 발생하고 있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판단, 정책 권고를 검토했다.

인권위는 "이주노동자 의존도가 높은 농촌에서 이주노동자들은 가설건축물을 숙소로 사용하고,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열악한 시설임에도 사업주에게 개선을 요구하지 못하거나, 요구해도 무시되는 사례가 여전히 확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용부의 '고용허가제 외국인근로자의 주거환경 실태조사 및 법·제도 개선방안 마련'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이주노동자들에게 농지 등에 설치한 컨테이너, 조립식 패널, 비닐하우스 내 시설 등 가설건축물이 숙소로 제공되는 경우가 70% 이상이다. 또 사업주가 이주노동자의 숙식비를 임금에서 선공제하는 경우가 77.4%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권위는 "이주노동자들은 1인당 매달 약 40만원을 숙소비로 공제하는데, 총 4명이 비닐하우스 안에 있는 방 1개, 화장실 1개, 부엌 1개짜리 컨테이너에 거주하면서 월세 160만 원을 내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정부의 실효성 있는 정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주거 환경 개선에 따른 부담이 농업 이주노동자와 현장의 농가에 전가될 우려가 있다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해서 단계적으로 이주노동자 전용 공공기숙사를 설치하는 등의 지원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또 고용노동부의 '외국인근로자 숙식정보제공 및 비용징수 관련 업무지침'이 ▲숙식비 산정 기준으로 건물 시세, 숙소 형태, 식단·식사의 품질 등 숙식 관련 사항이 아닌 '통상임금'을 일괄 적용해 징수 기준이 합리적으로 설정돼 있지 않은 점 ▲정당한 노동의 대가이자 생존의 기본 수단인 임금에서 숙식비를 공제함으로써 실제 수령 임금을 감액하는 근거로 남용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이주노동자에게 제공되는 주거환경 실태를 정확히 조사하여 합리적인 숙식비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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