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잘알]인도네시아 참사로 본 축구장 비극의 역사
지난 1일 인도네시아 프로리그서 축구 역사상 두 번째로 많은 사망자 발생
역대 최악의 참사는 1964년 도쿄올림픽 예선 당시 페루-아르헨티나전 328명 사망
'헤이젤 참사'와 '힐스버러 참사' 등 축구계 대표적 비극
2012년 이집트 리그에서도 난투극으로 70여 명 이상 숨져
K리그도 그라운드 난입 있었지만, 인명피해 볼 만큼 심각하진 않아
[말랑=AP/뉴시스]인도네시아 축구장서 최소 127명 사망. 2022.10.01.
사건이 일어난 건 현지시간으로 1일 인도네시아 동부 자바 말랑 리젠시의 칸주루한 경기장에서 열린 인도네시아 프로축구 1부리그 아레마FC와 페르세바야 수라바야의 경기가 끝난 뒤 발생했는데, 홈팀인 아레마가 2-3으로 패하자 흥분한 관중들이 그라운드에 난입했고, 경찰의 최루탄을 피해 달아나던 팬들이 출입구에 몰리면서 대규모 인명피해가 났다.
아레마가 안방에서 페르세바야 수라바야에 패한 건 무려 23년 만으로, 예상치 못한 결과에 흥분한 팬들을 과잉 진압하면서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인도네시아 중앙 정부에 따르면, 이번 사고로 125명이 사망했고 부상자는 300여 명 이상이다. 특히 사망자에는 어린이 17명도 포함돼 큰 충격을 줬다. 인도네시아 축구장 참사로 발생한 사망자 수는 1964년 페루와 아르헨티나의 도쿄올림픽 예선(328명 사망) 다음으로 많다.
결국 인도네시아 프로리그는 1주일간 중단하기로 했고, 이후 무관중 경기를 계획하는 등 후속 조치에 나설 예정이다. 또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도 이뤄질 방침이다.
[말랑=AP/뉴시스]인도네시아 축구장서 최소 127명 사망. 2022.10.01.
축구 역사상 최악의 사망 사고는?
100년의 역사가 넘는 축구계에서 역사상 최악의 참사로 불리는 건 196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페루 리마국립경기장에서 열린 페루와 아르헨티나의 1964 도쿄올림픽 남미예선 경기에서 최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당시 홈에서 0-1로 끌려가던 페루가 경기 종료직전 동점골을 넣었으나, 주심이 무효를 선언해 격분한 페루 관중이 경기장으로 난입했고, 무려 328명이 사망했다.
[말랑=AP/뉴시스]인도네시아 축구장서 최소 127명 사망. 2022.10.01.
'헤이젤 참사'와 '힐스버러 참사'
먼저 1985년 5월 벨기에 브뤼셀의 헤이젤 스타디움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의 전신인 유러피언컵 결승전 리버풀(잉글랜드)과 유벤투스(이탈리아)의 맞대결에선 양 팀 팬들이 충돌해 39명이 사망했다.
부상자만 무려 450여 명에 달한다. 관중 간의 폭력사건이었기 때문에 '헤이젤 폭동'으로도 불린다.
[브뤼셀=AP/뉴시스]헤이젤 참사. 1985.05.29.
리버풀 팬들은 당시 훌리건으로 불리며 유럽에서도 악명이 높았는데, 유벤투스 팬들과 결승에서 만나면서 두 구단 서포터스의 충돌이 발생한 것이다. 게다가 결승전이 열린 경기장도 1930년대 지어진 낡은 스타디움으로 안전상의 문제가 있었다. 양측 서포터스를 나눌 벽도 없었고, 출입구도 별도로 마련돼 있지 않았다. 말 그대로 예견된 사고였다.
리버풀 서포터스의 공세에 밀린 사람들이 출구 쪽으로 도망가다가 무게를 견디지 못한 경기장 외곽 콘크리트 벽이 무너지면서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훌리건 29명이 구속됐고, UEFA는 잉글랜드 클럽팀들의 향후 5년간 국제대회 출전을 금지했다. 또 리버풀에는 7년간 국제대회 출전 금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셰필드=AP/뉴시스]힐스버러 참사. 1989.04.15.
스코틀랜드 '아이브록스 참사'
[리버풀=AP/뉴시스]힐스버러 참사. 1989.04.15.
번든 파크 참사도 잊을 수 없다. 1946년 3월 잉글랜드 볼튼 원더러스의 홈구장이던 영국 볼튼의 번든 파크에서 열린 볼튼과 스토크시티와의 FA컵 경기에서 경기장 장벽이 무너져 33명이 세상을 떠났다.
끊이질 않는 축구계 비극의 역사
[카이로=AP/뉴시스]이집트 카이로에서 일어난 축구장 참사. 2013.01.18.
아프리카 축구도 예외는 아니다. 2012년 2월 이집트 포트사이드에서 열린 프로리그 경기에서 홈팀 알 마스리가 라이벌 관계에 있던 알 아흘리에 승리한 뒤 홈팀 관중들이 그라운드에 난입해 원정팀 응원단을 공격하는 난투극이 벌어져 70여 명 이상이 숨지고 1000여 명이 부상당했다.
2022년 1월에는 카메룬 야운데에서 열린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16강전에서 홈팀 카메룬이 코모로에 2-1로 승리해 8강에 진출하자, 흥분한 팬들이 경기장으로 난입해 6명이 숨졌다.
다행히 국내 프로축구 리그에선 현재까지 축구장 사망 사건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그라운드에 뛰어든 사례는 있지만, 인명 피해를 볼 만큼 심각한 상황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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