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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동맥 고혈압 위험 높이는 유전자 경로 찾았다

등록 2022.10.20 10:36:28수정 2022.10.20 10:5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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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박준빈 교수·박찬순 전임의 공동연구팀

Sox17유전자 결핍→HGF/c-MET유전자 경로 활성→폐동맥 고혈압

Sox17 결핍 시 저산소환경 노출되면 폐동맥 고혈압 악화 가능성↑

[서울=뉴시스]왼쪽부터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박준빈 교수·박찬순 전임의. (사진= 서울대병원 제공) 2022.10.20

[서울=뉴시스]왼쪽부터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박준빈 교수·박찬순 전임의. (사진= 서울대병원 제공) 2022.10.20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희귀난치성 질환인 폐동맥 고혈압을 촉진하는 구체적인 유전자 경로가 밝혀졌다. Sox17 유전자가 결핍되면 암세포 성장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HGF/c-MET 신호 전달 경로를 통해 폐동맥 고혈압 발생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 경로를 표적하는 약을 개발한다면 폐동맥 고혈압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박준빈 교수(박찬순 전임의),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김인준 교수 공동연구팀은 Sox17 유전자로 인해 유발되는 폐동맥 고혈압의 유전적 기전에 대해 연구한 결과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20일 밝혔다.

폐동맥 고혈압은 폐동맥의 압력이 높아져 폐의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기는 병으로 특히 급사 위험이 높은 심혈관 질환이다. 여러 치료제가 개발됐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발병 원인이 명확하지 않고 사망률도 높아 난치성 질환으로 분류된다.

최근 유전체 분석 기술이 발전하면서 폐동맥 고혈압과 연관된 유전체들이 발견되고 있다. 혈관내피세포에서 발현돼 혈관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Sox17 유전자도 그중 하나다. Sox17이 결핍되면 폐동맥 고혈압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폐동맥 고혈압의 발생 기전을 확인하기 위해 혈관내피세포 Sox17 결핍 생쥐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Sox17 결핍 그룹은 일반 그룹에 비해 간세포성장인자(HGF)가 혈관 내피세포에서 더 많이 발현된 것으로 나타났다. HGF는 간세포성장인자 수용체(c-MET)와 결합해 세포의 성장과 형성에 영향을 끼친다. HGF/c-MET 경로는 암의 생성 및 악화와 연관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연구팀은 또 HGF/c-MET 경로와 폐동맥 고혈압의 상관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Sox17 결핍 생쥐를 ▲기존 폐동맥 고혈압 치료제군 ▲c-MET 수용체 억제제군 ▲기존 폐동맥 고혈압 치료제와 c-MET 수용체 억제제 병용군으로 나눠 각각 투여했다.

3주 후 폐동맥 고혈압의 대표적인 증상인 우심실 수축기 압력, 폐 근육화 정도, 우심실 비대 정도를 비교한 결과, c-MET 억제제 그룹의 폐동맥 고혈압 개선 효과는 기존 치료제 그룹과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두 약물 모두 투여한 그룹은 다른 그룹들에 비해 현저히 개선됐다. HGF/c-MET 경로가 폐동맥 고혈압에도 영향을 미치며 이 경로를 차단할 경우 질환을 완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3주간 저산소 환경에 노출된 Sox17 결핍 모델이 Sox17 단독 모델(정상 산소 환경)보다 폐동맥 고혈압이 심하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산소 부족 등 후천적·환경적 요인이 폐동맥 고혈압 발생에 관여하는 잠재적인 위험 요소라는 것이 확인된 만큼 산소 부족 환경에 대한 노출을 줄이는 것이 폐동맥 고혈압의 예방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연구팀이 추가로 폐동맥 고혈압 환자의 폐조직을 분석한 결과 인체에서도 실험과 유사하게 Sox17는 감소, HGF는 증가하는 모습이 확인됐다. HGF/c-MET 경로가 실제 폐동맥 고혈압 환자의 치료에 활용될 가능성을 높여준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박준빈 교수는 “폐동맥 고혈압은 환자마다 임상 양상과 약물에 대한 반응이 다양한 질환”이라면서 “향후 환자들에게 유전체에 기반한 효과적인 맞춤형 치료를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찬순 전임의는 “암의 예후와 관련된 HGF/c-MET 경로가 폐동맥 고혈압과도 관련 있음을 확인했다”며 “이 경로를 약물 표적으로 활용한다면 난치성 질환으로 알려진 폐동맥 고혈압을 보다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심혈관분야 국제학술지 ‘서큘레이션 리서치(Circulation Research)’ 온라인판에 실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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