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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표 소설가 위화 "여전히 소설보다 현실이 더 황당"

등록 2022.12.16 11: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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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원청' 출간 기념 5년 만에 내한 간담회

[서울=뉴시스] 15일 위화 작가가 서울 종로구 한 서점에서 기자들과 만나 간담회를 진행했다. (사진=푸른숲 제공) 2022.12.1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15일 위화 작가가 서울 종로구 한 서점에서 기자들과 만나 간담회를 진행했다. (사진=푸른숲 제공) 2022.12.1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40년의 작가 인생도 원청을, 아름다움과 희망을 찾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해요. 아직 찾지 못했고 앞으로도 찾지 못하겠지만 계속해서 찾을 겁니다."

중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작가 위화(62)는 자신의 소설 속 인물들이 미지의 도시 '원청'을 찾듯 자신도 소설을 쓰며 다다를 수 없는 곳을 향하고 있다. 소설 '원청'을 출간하며 5년 만에 내한한 그는 "나에게 원청은 위대한 작품을 쓰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15일 서울 종로구 교보 컨벤션홀에서 대산문화재단의 '2022 세계 작가와의 대화' 강연을 위해 내한한 그는 기자들과 만나 "이곳에 오기 직전에 코로나에 걸려 고열을 앓았고 비자 문제로 한국에 오지 못할 수도 있었다"며 어려웠던 출국 과정을 설명했다. 코로나19 이후 첫 해외 방문이자 5년 만에 찾은 곳이 한국이다.

8년 만에 펴낸 신작 '원청: 잃어버린 도시'는 주인공 린샹푸가 딸을 낳고 사라져버린 부인 샤오메이를 찾는 여정을 그렸다. '원청'은 소설 속에서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도시로 린샹푸에게는 사랑의 상징과 같은 곳이다. 위화는 찾을 수 없는 도시를 향한 린샹푸의 유랑을 통해 1900년대 초반 중국의 모습을 재현한다.

1900년대 중국을 묘사하는 것은 위화 작가의 특기다. 1950년대 대약진운동을 그린 그의 대표작 '인생'부터 1960년대 문화대혁명기를 다룬 '허삼관 매혈기', 문화대혁명 이후 중국을 배경으로 한 '형제'와 '제7일'까지. 위화는 100년의 중국 사회를 소설로 담았다.

그의 소설은 중국 현지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1993년 출간된 '인생'은 현재까지도 한 해 80만 부가 판매되며 그의 책은 중국 대학생이 가장 좋아하는 책 1위로 뽑히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중국 장편소설 '허삼관 매혈기' 작가 위화가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교보빌딩 교보컨벤션홀에서 열린 '세계 작가와의 대화' 행사에서 중국의 1900년대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2022.12.15. kgb@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중국 장편소설 '허삼관 매혈기' 작가 위화가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교보빌딩 교보컨벤션홀에서 열린 '세계 작가와의 대화' 행사에서 중국의 1900년대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2022.12.15. [email protected]


"20세기 중국사는 중국 작가에게 있어서는 반드시 써야 하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이야기들을 통해서 중국인들이 정말 힘들게 이런 시기를 겪어왔구나, 인생을 이렇게 힘들게 살아왔다는 것 쓰고 싶었어요."

그는 "(이번 소설을 통해) 100년의 중국이 드디어 완성됐다"며 "1900년대 초반 신해혁명기는 무정부 상태와 같았다. 이 시기는 오늘날 중국에 있어서 아주 귀한 역사라 꼭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집필 배경을 설명했다. 그가 '원청'을 처음 구상한 것은 1998년이다. 20여 년 전 자료 조사를 하며 필기한 7권 분량의 노트를 참고해 그는 지난해 작품을 완성하고 중국에서 출간하게 됐다.

특히 "옛 중국어를 사용해야 해 힘들었다"는 그는 "류신 작가의 작품을 다시 읽으며 대화를 되살리려 했다"며 "당시의 단어를 그대로 쓰는 것은 어색해 요즘 쓰는 단어를 섞어 썼지만 단어는 바뀌어도 말하는 방식은 통한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번 소설은 1부를 린샹푸의 시각으로, 2부를 샤오메이의 시각으로 서술하며 위화가 처음으로 여성 서사에 집중한 작품이다. 그는 "2부를 여성의 시각으로 쓰면서 샤오메이가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말하려고 했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던 시대의 이야기를 다루려고 했다"며 "아내에게 샤오메이의 이야기를 보여주며 수정을 반복하다 '비로소 내가 샤오메이를 사랑하게 됐구나'라고 느꼈을 때 아내에게 보여주지 않고 출판사에 원고를 보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 그는 중국의 봉쇄 조치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드러냈다. 지난 2013년 '제7일'을 출간하고 한국 언론과 만나 "소설이 아무리 황당해도 중국 현실을 따라가진 못한다"고 말했던 그는 10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소설보다 현실이 더 황당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하이와 베이징이 봉쇄 조치에 대응하는 방식이 달랐다. 상하이는 공직자 거버넌스 수준이 높아 시민들이 지방 정부 정책을 믿었지만 베이징은 베이징시가 하는 말을 시민들이 안 믿는다"며 "공산당이 통치하지만, 지역마다 시민 반응이 다르다. 그럼에도 상하이 봉쇄 이후 인터넷에 웃긴 말이 많이 올라와 중국인들은 힘든 일이 있어도 참 유쾌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며 코로나19 기간을 회상했다.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위화는 "노벨문학상이 그저 굉장히 큰 광고라고 생각한다"며 "전 세계 사람들이 수상한 작가의 이름을 알게 되는 기회지만, 중국에서 가장 사랑 받는 소설이 저에겐 중요한 소설"이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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