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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체중계 숫자와의 싸움? 생체에너지 구석구석 잘 돌아야"[비만돋보기]

등록 2022.12.30 06:00:00수정 2022.12.30 11: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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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욕억제 통한 단순한 체중감소 한계

생체에너지 상태따라 비만유형 달라

비만유형별로 치료법도 각각 달라져

생활습관 개선 생체에너지 순환 촉진

약제 최소투입 지방대사 촉진 한약도

귀에 침놓아 식욕억제·비만관리 '이침'

벌독 이용하거나 전기자극 활용 침도

좌우 비대칭 균형잡고 실넣어 자극도

[서울=뉴시스]이재동 경희대 한의과대학 학장(경희대한방병원 침구과 교수). (사진= 경희대병원 제공) 2022.01.31

[서울=뉴시스]이재동 경희대 한의과대학 학장(경희대한방병원 침구과 교수). (사진= 경희대병원 제공) 2022.01.31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다이어트는 숫자와의 싸움이다. 단기간 다이어트를 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체중이 원래대로 돌아가거나 오히려 더 증가해 낙심하는 이들이 많다. 급격히 오르락내리락하는 체중은 혈압·혈당·콜레스테롤 수치 같은 건강지표 악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

한의학에서는 생명활동에 필요한 생체에너지의 문제를 개선하는 것을 비만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방법으로 본다. 30년 이상 비만 관련 치료 경험과 노하우를 쌓아온 이재동 경희대 한의과대학 학장(경희대한방병원 침구과 교수)은 "식욕억제를 통한 단순한 체중감소로는 몸이 바뀌지 않기 때문에 다시 비만해지기 쉽다"면서 "몸 속 생체에너지의 상태를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에너지의 생성·순환·균형조절에 문제가 생기면 각각 마른복부 비만, 전신 비만, 상체 비만으로 비만의 유형이 달라지고 이에 따라 치료법도 달라진다.

이 학장은 "선천적인 요인도 중요하지만 결국 생활습관인 식습관, 운동, 수면 3가지가 생체에너지의 상태에 영향을 미쳐 비만의 유형을 결정한다"면서 "건강한 식습관과 적절한 운동으로 생체에너지를 원활하게 순환시켜주고 숙면을 통해 생체리듬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생활습관을 개선하지 않으면 '비만의 굴레'를 벗어나기 힘들다는 것이다.

'비만 잡고 질병 극복 프로젝트' 15편은 '비만을 치료하는 한방치료법'을 소개한다. 한의학에서 대표적인 치료법인 한약과 침치료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봤다. 

-비만의 유형에 따라 치료법을 달리 해야 한다고요?

"생체에너지의 상태에 따라 비만의 유형이 달라지기 때문인데요. 에너지 생성이 부족하면 '마른복부비만', 에너지의 순환기능에 문제가 생겨 전신으로 잘 순환되지 않으면 '전신비만', 호르몬의 불균형으로 에너지의 상하균형이 깨어져 위로 상기하게 되면 '상체비만'으로 봅니다."

-비만유형별 치료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다면요.

"전신비만은 심폐의 순환기능을 강화해 전신에 에너지 순환이 잘 되도록 해야 하고요. 마른복부비만은 비위 소화기능을 강화해 음식을 통해 에너지 생성이 잘 되도록 하여 근육량을 늘리는데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상체비만은 간신의 비뇨생식기능을 강화해 에너지의 균형조절, 즉 체내 물(水)의 기운은 상승하고, 불(火)의 기운은 하강하는 '수승화강(水升火降)'이 잘 되도록 해야 합니다. 수승화강은 인체 에너지 순환의 중심축으로 생체리듬유지에 대단히 중요합니다."

-TV나 인터넷을 보면 비만에 좋다는 약이 참 많은데요. 지방대사를 촉진하는 한약도 있을까요?

"2012년부터 7년간 보건산업진흥원의 연구과제로 지정돼 연구비용을 지원받아 개발한 '한슬림'이 있습니다. 한방 비만치료의 대표적 한약제로 마황이라는 약이 있는데요. 어떻게 한약을 조합하면 효과는 높이고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고요. 7년간의 연구 끝에 적은 양의 마황으로 비만치료의 효과는 높이고 부작용은 줄이는 방법을 개발 했죠."

-구체적으로 소개해 주신다면요.

"한의학 문헌과 논문을 분석해보면 비만 치료처방만 해도 925개나 되더라고요. 그런데 그 처방에는 공통적으로 마황이라는 약재가 포함돼 있어요. 그리고 마황의 주요성분인 에페드린과 녹차의 카페인이 결합되면 지방대사를 촉진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요. 그래서 저희 연구팀은 이런 아이디어를 가지고 적은 양의 마황으로 처방을 구성해 지방대사를 높이는 한슬림을 개발해 특허등록까지 마쳤죠."

-한의사가 진단하고 처방한 치료용 한약은 대개 고가인데요.

"한슬림은 경제적이면서 효과적입니다. 정부로부터 연구 지원금을 받아 많은 실험연구를 통해 가장 효과적인 약제의 조합을 찾았고요 약제를 최소한으로 사용한 거죠."

-유효성과 안전성은 어떻게 검증하셨나요?

"안전성은 전임상(동물실험) 연구의 독성연구에서 안전하다는 것을 확보 하였고요. 유효성은 3T3-L1 지방세포에서 중성지방(트리글리세라이드)과 지방을 줄이고 지방세포 생성을 억제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비만쥐 모델에서 46%의 체중감소와 복부비만을 예방하는 지방대사 촉진 효과를 확인했죠. 그리고 205명의 비만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 결과 열흘 복용 시 1~1.5kg, 두 달 복용 시 6~8kg, 3개월 복용 시 54.1%의 환자에서 전체 체중의 5% 이상 체중감량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메디신(Medicine)'에 발표됐고, 국제침술학회(ICMART)에서 우수연구 포스트상을 받았죠."

-비만유형별로 한슬림을 달리 처방하신다고요.

"전신비만형은 온몸의 에너지순환이 잘 되도록 지방대사를 촉진하는 한슬림과 생체에너지 순환을 강화하는 한약으로 처방합니다. 마른복부 비만형은 지방대사를 촉진하는 한슬림과 에너지 생성기능을 강화하는 한약으로 처방해 근육량을 늘릴 수 있도록 합니다. 상체비만형의 경우 지방대사를 촉진하는 한슬림과 에너지 균형조절을 이루도록 해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합니다."
[서울=뉴시스]이재동 경희대 한의과대학 학장(경희대한방병원 침구과 교수). (사진= 경희대병원 제공) 2022.01.31

[서울=뉴시스]이재동 경희대 한의과대학 학장(경희대한방병원 침구과 교수). (사진= 경희대병원 제공) 2022.01.31


-귀에 침을 놓아 식욕을 억제해 비만을 관리할 수도 있다고요.

"네. 이침 요법이라고 하는데요. 귀의 모양이 자궁 속 태아의 형상과 유사하다는 점에 착안한 침법으로 소화기능에 해당하는 구점(口點), 비점(脾點), 위점(胃點), 대장점(大腸點)과 신문(神門), 내분비점(內分泌點), 기점(飢點)을 자극하면 귀에 분포돼 있는 미주신경과 설인신경이 자극되면서 대뇌 피질의 식욕중추를 억제시키고 위장관 활동을 약화시켜 식후 소화속도를 지연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특히 미주신경을 자극하면 식욕조절 호르몬인 렙틴과 그렐린을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부분적 지방분해 침법도 있다던데요.

"지방세포를 둘러싸고 있는 섬유질을 풀어주고 혈액·림프순환을 촉진시키는 것인데요. 벌독을 이용한 '봉독요법'과 전기 자극을 주어 대사율을 높이고 지방 세포를 분해하는 '전기 지방분해침 요법'이 있습니다. 봉독요법은 환자의 체질이나 질병에 따라 침 치료점인 경혈에 주입해 체지방을 분해하는 것인데요. 봉독이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는지 피부 테스트를 한 후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침으로 몸 좌우 불균형을 개선하여 비만을 치료하는 방법도 있다고요.

"네. 몸의 좌우 비대칭이 지속되면 척추와 근육의 불균형으로 전신순환 장애가 생기게 됩니다. 좌우 비대칭과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만으로도 지방의 소비를 촉진시키고 에너지의 순환을 개선시켜 체지방을 줄일 수 있는데요. 또 환부에 실을 넣어 근육의 균형을 잡아주고 실이 몸 속에서 녹아 흡수될 때까지 지속적인 자극을 주는 '매선 침'이 있습니다. 경락을 소통시키고 말초신경과 근육에 자극을 주기 때문에 지방분해에 도움이 되고요. 최근에는 주름개선 안면 리프팅에도 많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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