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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늘려도 공백 여전할 것"…의료계 냉소적인 까닭은?

등록 2023.01.15 07:00:00수정 2023.01.15 08: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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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의료 근무환경·처우개선 '유인책' 마련해야

저수가 현실화해 전공의 뺑뺑이 관행 바뀌어야

특례법 제정해 필수의료 의료소송 부담 덜어야

[서울=뉴시스]임철휘 기자 = 의료계는 의사 수를 늘리는 것 만으로는 필수의료 공백을 해소할 수 없다며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2023.01.14. fe@newsis.com

[서울=뉴시스]임철휘 기자 = 의료계는 의사 수를 늘리는 것 만으로는 필수의료 공백을 해소할 수 없다며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2023.01.1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정부가 의과대학 입학정원(의대 정원) 확대를 위해 조만간 의료계와 논의에 다시 나설 전망이다. 하지만 의료계는 의사 수를 늘리는 것 만으로는 필수의료 공백을 해소할 수 없다며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15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지난 2020년 9월 코로나19가 안정된 이후 의정협의체에서 의대 정원 확대 등을 다시 협의키로 했다. 정부는 오는 17일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 회의를 열고 코로나19 안정화 기준으로 삼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해제 시기를 본격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의대 정원 확대 재논의 시점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국내 절대적인 의사 수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건의료 통계에 따르면 2019년 우리나라 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활동 의사는 평균 2.4명(한의사 포함)으로 OECD 회원국 평균(3.4명)에 못 미친다.

정부와 의협 모두 소아청소년과·외과·산부인과·내과 등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지만 의료진 기피 등으로 위기에 직면한 필수의료를 살려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하지만 필수의료를 살리는 방법을 두고 견해를 달리하고 있다. 정부는 의사 수 부족부터 해결하지 않으면 필수의료 인력을 확대할 기회조차 없다고 보고 있지만, 의협은 의료시스템 개선이나 유인책 없이 단순히 의대 정원만 확대하면 10~15년 후 의사 수가 늘어나도 필수의료 인력은 확보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의협은 필수의료 분야 의사의 근무환경과 처우개선 없이 의대 정원만 확대하면 최근 종합병원의 소아청소년과 의료진 부족 사태처럼 기존 의료시스템만 더 왜곡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이연 의협 홍보이사는 "의대 정원을 늘려도 필수의료 현장에 인력이 유입되고 진료를 유지할 수 있는 동인이 없으면 늘어난 인력이 피부미용, 성형, 안과 같은 분야로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간호대 입학 정원을 늘려 현재 국내 간호사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1.5배 많지만, 대부분의 병원들이 간호사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

필수의료가 확충되려면 낮은 수가(진료비)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대부분의 진료과는 선진국에 비해 수가가 낮아 환자를 보면 볼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다. 특히 외과,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의 경우 더욱 그렇다. 현재 뇌출혈 수술에 필요한 수가는 일본의 20~30% 수준이다. 소아청소년과 진료비는 미국의 약 20분의 1, 대만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현재와 같은 수가 체계에선 의대 졸업생 수가 늘어나도 병원들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전문의 대신 몸값이 싼 전공의를 계속 투입하거나 아예 이마저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목소리도 있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A 전공의는 "외과, 응급의학과 등 생명을 다루는 특성상 의료사고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데, 낮은 수가 체계에서 적은 인원의 전공의(레지던트)를 '뺑뺑이' 돌리는 방식으로 유지하는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다면 필수의료 기피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필수의료 확충을 위해 '공공정책수가제' 도입 방침을 밝혔지만, 민간병원의 적극적인 참여를 담보할 수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정책수가제란 공공의료 기능을 담당하는 곳에 건강보험이 병원에 지급하는 수가를 올려주는 것을 말한다. 의료민영화저지와 무상의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무상의료운동본부) 관계자는 "민간병원이 올라간 수가를 필수의료 지원에 제대로 사용하지 않으면 건강보험 재정만 축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을 제정해 필수의료를 기피하는 주원인 중 하나인 고위험 진료에 따른 의료소송 부담을 덜어내는 것이 시급하다는 견해도 있다.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이란 고위험 수술과 응급환자 치료, 분만 등 국민이 생명과 직결된 진료 중 의료사고가 나더라도 의사의 중대 과실이 아니라면 형사처벌을 가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가 안정화된 후 의정협의체를 통해 논의를 재개해 2006년 이후 올해까지 17년째 3058명으로 동결돼온 의대 정원을 확대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의협이 여전히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빠른 시일 내 합의에 이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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