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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조6674억원 규모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앞으로도 ‘첩첩산중’

등록 2023.03.06 16:05:00수정 2023.03.06 17: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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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전략환경영향평가 본안 제출 3년 6개월만 '조건부 협의' 의견

기본계획고시-환경영향평가-실행계획 수립-토지보상 등 절차 산적

반대단체 주민투표·주민의견조사 요구…국토부·도 수용여부도 관건

[제주=뉴시스] 우장호 기자 = 기상 악화로 한때 활주로가 일시 폐쇄되는 등 항공기 운항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26일 오후 제주국제공항에서 항공기가 강한 바람을 뚫으며 이륙하고 있다. 2021.12.26. woo1223@newsis.com

[제주=뉴시스] 우장호 기자 = 기상 악화로 한때 활주로가 일시 폐쇄되는 등 항공기 운항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26일 오후 제주국제공항에서 항공기가 강한 바람을 뚫으며 이륙하고 있다. 2021.12.26. [email protected]

[제주=뉴시스] 이정민 기자 = 환경부가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를 대상으로 한 제2공항 사업의 전략환경영향평가(국토교통부 제출)에 대해 6일 '조건부 협의' 의견을 발표했다.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에 제출된 시점부터 따지면 3년 9개월만, 본안 첫 제출로부터 3년 6개월 만이다. 2015년 11월 사전타당성용역으로 입지(서귀포시 성산읍)가 발표된 때부터 따지면 6년 4개월 만이다. 지금까지 진행된 과정과 앞으로 전망을 짚어본다.

◇ 제주 제2공항 사업은 어떤 사업인가

제주 제2공항 사업은 정부(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국책사업이다. 2015년 사전타당성검토용역에서 제시한 제주 제2공항은 성산읍 일대 계획 부지만 545만6437㎡에 이르고 사업비만 4조1000억원이다. 활주로는 남북 방향 폭 45m 길이 3200m로 계류장은 여객계류장 37개 및 제빙계류장 7개 등 34개로 계획됐다.

사업비는 2016년 기획재정부가 승인한 예비타당성조사에서 4조8740억원으로, 2019년 국토부기본계획수립 시에는 5조1200억원으로 늘었다. 이날 환경부가 전략환경영향평가 '조건부 협의'를 발표하면서 내놓은 제2공항 총 사업비는 약 6조6674억원이다. 지가와 인건비, 자재비 상승 등을 고려하면 향후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제2공항은 현 제주국제공항의 항공 수요 증가로 활주로 및 터미널 혼잡이 발생하면서 수요 처리를 위해 추진되고 있다. 제주의 경우 관광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데 관광객의 대부분이 항공교통을 이용하고 있어 공항 수용 능력이 부족해 제약이 생긴다면 제주 경제 활성에도 지장이 있을 수 있다는 부분도 반영됐다.

제주 제2공항 후보지로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를 지목한 사전타당성검토용역을 기준으로 할 때 2014년 현 제주공항 항공기 운항횟수는 14만5533회다. 국내선은 2094만명이, 국제선은 226만명이 이용했고 최근 5년(2010~2014년) 여객 연평균 증가율은 10.2%로 나타났다.

제주공항 이용객은 계속 증가해 2019년 3132만명으로 국내 공항 중 최고를 기록했다. 김포공항 2545만명보다 587만명이 많다. 활주로 용량도 이 때 이미 102%로 초과했고 기상여건에 따른 결항만 2019년 기준 최근 5년간 5585건에 달한다.

도가 2021년 내놓은 '제주 제2공항 추진상황을 알려드립니다'를 보면 장래 항공수요 조사에서 제주공항 이용객은 연간 4000만명 이상으로 예측됐다.

◇ 지금까지 추진 과정

제주 제2공항 사업은 지금으로부터 30여년 전인 지난 1990년 4월 당시 교통부가 제주권 신국제공항 개발 타당성 조사로부터 시작됐다. 1992년 2월에는 제주도의회가 정부에 제주국제공항 조기 이설을 건의하기도 했고 15년 뒤인 2007년 이명박 대통령 공약으로 제주신공항 개발사업이 채택된 바 있다.

제2공항은 이 때만해도 '제주 신공항'으로 추진됐다. 2009년 도의회에 신공항건설관련특별위원회가 구성됐고 2년 뒤인 2011년엔 제4차 정부 공항개발중장기 종합계획(2011~2015)에 고시되고, 제주도에 신공항건설추진단이 발족했다. 이듬해 민주통합당 제주도당은 2012년 정책방향에 '신공항건설'을, 새누리당 제주도당도 정책공약에 '제주 신공항 건설'을 내놨다.

[제주=뉴시스] 제주 제2공항 예정지.

[제주=뉴시스] 제주 제2공항 예정지.

그 해 말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으로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이 채택됐고, 국토부는 2014년 9월 '제주 항공수요연구 용역' 조사에 이어 2015년 11월 사전타당성용역을 통해 제2공항을 추진하되 부지로 성산읍을 제1후보지로 제시했다.

도와 의회는 곧바로 제2공항 결정을 환영했고 같은 해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조사에서도 '타당'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2017년 4월 문재인 대통령 공약으로 '제2공항 조기개항'이 공약에 반영됐고 2018년 12월 국토부가 제2동항 기본계획 수립용역에 착수해 2019년 6월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가 환경부에 처음 제출된 것은 2019년 6월이다. 이 때는 초안이고 석달 뒤인 2019년 9월 전략환경영향평가 본안이 제출됐다.

환경부는 2019년 10월 1차 보완을 요구했고 국토부가 보완서를 제출하자 12월 2차 보완을 요구했다. 국토부는 2020년 6월 재보완서를 제출했지만 2021년 7월 최종 반려됐다.

국토부는 올해 1월 다시 보완서(재재보완서)를 환경부에 제출했다. 2월에는 제주도가 제2공항 사업을 중점평가사업으로 지정해달라고 환경부에 요청했지만 '수차례에 걸쳐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이 이뤄져, 현 시점에서는 전문적인 검토가 중요하다'는 이유로 불가 통보를 받았다. 결국 환경부는 6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해 '조건부 협의'라는 결정을 내렸다.

[제주=뉴시스]우장호 기자 =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가 6일 오후 제주도청 앞에서 '제2공항 반대 도민결정 사수 결의대회'를 열어 제주도와 정부를 상대로 제2공항 건설 계획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2021.04.06. woo1223@newsis.com

[제주=뉴시스]우장호 기자 =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가 6일 오후 제주도청 앞에서 '제2공항 반대 도민결정 사수 결의대회'를 열어 제주도와 정부를 상대로 제2공항 건설 계획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2021.04.06. [email protected]

◇도민 갈등 문제 해결은?

제주에서 제2공항 사업에 대한 반대가 본격화하기 시작한 것은 2016년부터다. 사전타당성용역 발표 후 '주민 동의 없는 대규모 개발계획 강행'이라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2016년부터 (후보지로 거론됐던) '정석비행장 안개일수 조작', '소음피해 산정 문제 및 주민수용성 왜곡' 등 다양한 아젠다로 확대됐다. 각종 선거 때마다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로 논란이 됐다.

제2공항 사업 반대 단체도 처음엔 제2공항반대온평리비상대책위원회, 제2공항반대성산읍대책위원회, 제2공항전면재검토와새로운제주를위한도민행동, 제주군사기지저지와평화의섬실현을위한범도민대책위원회 등 여러 갈래로 시작됐다.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가 환경부로 제출될 즈음인 2019년 8월 '제주제2공항저지비상도민회의'라는 연대기구로 통합 출범했다. 출범 시 80여개 시민단체가 함께했다.

제주제2공항건설촉구범도민연대 등 찬성 단체도 있지만 지역에서는 반대 단체 목소리가 더 큰 상황이다. 2020년엔 제2공항 사업에 관해 공개 및 비공개 연속 토론회가 열렸다.

2021년 2월 제2공항 사업에 관한 2개 기관으로 나눠 여론조사가 시행되기도 했다. 여론조사는 제주도민과 제2공항이 들어설 예정인 성산읍 주민으로 나눠 이뤄졌다.

그 결과 한국갤럽의 도민 조사(만19세 이상 남녀 2019명 대상)에서는 찬성 44.1%.반대 47.0%로, 엠브레인퍼블릭 도민 조사(만19세 이상 남녀 2000명 대상)에서는 찬성 43.8%.반대 51.1%로 나타났다. 성산읍 주민만 대상으로 한 조사의 경우 한국갤럽(504명 대상)은 찬성 64.9%.반대 31.4%, 엠브레인퍼블릭(500명 대상)은 찬성 65.6%.반대 33%였다.

제주제2공항저지비상도민회의는 이를 토대로 제2공항 사업의 원점화를 요구해왔다. 현재도 이 같은 입장에 변화가 없고, 재차 도민의 자기결정권 행사를 위한 주민투표를 시행하거나 관련 조례에 근거한 주민의견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제주=뉴시스] 이정민 기자 =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강원보(왼쪽) 공동대표가 3일 오후 제주도지사 집무실에서 오영훈 제주도지사에게 ‘도민결정권 실현을 위한 제2공항 주민투표 촉구 건의문’을 전달하고 있다. 2023.03.03. 73jmlee@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제주=뉴시스] 이정민 기자 =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강원보(왼쪽) 공동대표가 3일 오후 제주도지사 집무실에서 오영훈 제주도지사에게 ‘도민결정권 실현을 위한 제2공항 주민투표 촉구 건의문’을 전달하고 있다. 2023.03.0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 앞으로 남은 절차와 과제, 전망

행정적으로 보면 환경부가 이날 '조건부 협의'(조건부 동의)를 발표하면서 국토부는 앞으로 제2공항 기본계획고시 준비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2019년 6월 기본계획이 수립됐지만 고시되지는 않았다.

기본계획고시에 앞서 지자체(제주도)의 의견을 받아야 한다. 제주도가 주민의견 수렴을 통해 최종 적으로 어떤 의견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지자체 의견을 수렴한 기본계획고시는 주민열람 방식이다. 고시 전에 의견을 수렴했기 때문에 별도 의견을 받지 않는다. 일종의 공람이다.

기본계획고시 이후에는 환경영향평가 절차에 돌입한다. 새만금공항(8770억원 규모)의 용역 기간만 15개월인만큼 제주 제2공항도 최소 15개월 이상으로 보인다. 제주는 도의회 동의도 받아야해 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

환경영향평가가 끝나면 시행계획을 수립이 시작된다. 시행계획 고시가 끝나야 토지 보상이 이뤄지고 50% 이상 보상이 마무리돼야 실질적인 공사가 시작된다. 새만금공항의 경우 2022년 6월 기본계획이 고시됐는데 완공 목표가 2029년이다. 제주 제2공항이 새만금공항보다 규모도 크고 환경영향평가 도의회 동의도 거쳐야 해 기본계획 고시 후 최종 완공까지 8~10년은 걸릴 것으로 추산된다.

제주 제2공항 위치도 및 토지이용계획도. (그림=환경부 제공) 2023.03.06. *재판매 및 DB 금지

제주 제2공항 위치도 및 토지이용계획도. (그림=환경부 제공) 2023.03.06. *재판매 및 DB 금지

여기에 제2공항 반대단체가 요구하는 주민투표 혹은 주민의견조사가 있다. 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는 주민투표법 제8조(국가정책에 관한 주민투표)를 근거로 제주도에 주민투표 시행해달라는 건의를 요구하고 있다. 제주도가 이를 받아들일 경우 국토부에 건의하게 되고, 국토부가 이를 수용 시 행정자치부와 협의를 거쳐 다시 제주도지사에게 주민투표를 의뢰하는 형태가 된다. 비용은 국가가 부담한다.

제2공항 반대 측은 국토부가 주민투표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시 '제주도 숙의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주민참여 조례' 제11조(주민의견조사)를 기반으로 한 주민의견조사 실시를 제주도에 요청했다. 해당 조례 제11조는 '도지사가 주민의 의견을 직접 청취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주민의견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고 규정했지만 주민의견조사 방식을 특별히 제한하지 않고 있어 주민투표 방식으로 주민의견조사를 하자는 것이다. 주민의견조사 대상에 국가사무가 포함되는지 여부가 관건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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