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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명맥⑦]어찌 남한테 넘기랴…대를 이어온 장계장

등록 2023.09.01 13:50:38수정 2023.09.01 14: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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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뉴시스] 김얼 기자 = 전북 장수군에 위치한 장계시장 간판. 2023.08.28. pmkeul@nwsis.com

[장수=뉴시스] 김얼 기자 = 전북 장수군에 위치한 장계시장 간판. 2023.08.28. [email protected]


전통시장의 매력은 따뜻한 인심과 정으로 사람 사는 냄새가 가득하다는 점이다. 싱싱하고 질 좋은 농수산물을 저렴하게 판매, 가격경쟁력을 갖췄다는 평도 받는다.

5일장이 서는 날이면 인산인해를 이루던 시절도 있다. 그러나 현재는 대형 할인마트와 온라인 쇼핑몰에 손님을 빼앗겨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경쟁에 밀린 전통시장이 생존하는 길은 무엇일까.

시대의 변화 속에서도 과거부터 지역 주민들의 삶과 추억을 간직한 전통시장은 지금도 우리 곁을 지키고 있다. 지역의 역사를 되짚어볼 때도 전통시장은 빼놓을 수 없다. 게다가 지역 경제에 기여하는 비중과 역할도 자못 크다.

뉴시스 전북본부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침체한 지역 경제를 살리고, 지역 주민들에게는 소소한 추억을 되살리기 위해 연중기획으로 월1회씩 10회에 걸쳐 우리 동네 전통시장을 찾아 소개한다.

[전주=뉴시스]최정규 기자 = 경상남도와 전라북도 두 지역의 주민들이 모여 물건을 사고 팔며 영호남이 교류한 시장이 있다. 바로 전북 장수군에 위치한 장계장이다.
[장수=뉴시스] 김얼 기자 = 전북 장수군에 위치한 장계시장을 찾은 시민들로 장내가 북적이고 있다. 2023.08.28. pmkeul@nwsis.com

[장수=뉴시스] 김얼 기자 = 전북 장수군에 위치한 장계시장을 찾은 시민들로 장내가 북적이고 있다. 2023.08.28. [email protected]


◇교통의 중심에 형성된 시장

전북 장수군 장계면은 군산-대구선과 남해-원주선(구도 26번, 19번)이 교차되는 곳에 위치해 있다. 때문에 이곳에 시장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장계시장은 1391년 처음 형성됐으며 3·8일장이다.
1960년대 장계시장의 모습. (장수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960년대 장계시장의 모습. (장수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장계는 경상남도 함양, 서상과 전북 진안, 무주 등과 인접했기 때문에 장계장날이면 인근 경상남도 함양, 서상과 전라북도 무주, 안성, 진안, 남원, 금산, 전주 등 각지에서 모여들어 문전 성시를 이뤘다.

주요 거래 품목은 곡물과 어물은 물론이고 가축과 옹기, 철물과 비단까지 거래되면서 없는 것이 없는 시장으로 정평이 나있다.

장계장의 현대화 시설은 비교적 일찍됐다. 인구감소와 교통의 발달로 시장이 날로 침체되어가자 장수군은 장계시장에 대한 현대화사업에 착수한다.

중소기업청으로부터 10억원을 지원받고 군비 12억 5000만원 등 총 22억 5000여만원을 투입해 2005년 3월 23일 현대화 환경구로 개선사업을 착공했다. 6개동 39개의 점포와 주요시설을 갖췄다.

이곳에는 장계시장의 명물인 옹기점과 철물점, 토목점, 그릇가게, 옷가게, 건어물가게 등이 입주해 현재도 운영 중이다.

[장수=뉴시스] 김얼 기자 = 전북 장수군 장계시장에 4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는 양지가마솥 순대국밥집에서 주인이 육수를 내고 있다. 2023.08.28. pmkeul@nwsis.com

[장수=뉴시스] 김얼 기자 = 전북 장수군 장계시장에 4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는 양지가마솥 순대국밥집에서 주인이 육수를 내고 있다. 2023.08.28. [email protected]

◇대를 이어오는 시장의 명물

장계장의 장점이라 한다면 대를 이어 이곳에서 장사를 하는 상인들이다. 장계장의 명물 중 하나는 4대째 이어져오고 있는 순대국밥이있다.

장터에서 파는 국밥은 따끈한 국물 냄새가 진동하며 시장을 찾는 이들의 발걸음을 유도한다. 장계장에서는 가마솥을 사용한 양지국물로 만든 순대국밥집이 현재도 운영 중이다.

"이야~ 이건 맛이 없을 수가 없어."

지난달 28일 찾은 장계장날에서도 순대국밥집은 시장을 찾은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김종환(32)씨는 "25살 때부터 부모님을 도와주기 위해 틈틈히 일을 해왔다"면서 "자연스럽게 가업을 이어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씨의 아버지도 "증조할머니 때부터 이곳에서 터를 잡고 시장상인들과 시장을 찾는 이들의 끼니를 챙겨왔다"면서 "그렇게 장사를 시작한 지 벌써 100년 가까이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4대째 이어져 온 순대국밥이 있다면 대를 이어오다가 이제는 볼 수 없는 것도 있다.

장계장하면 가장 먼저 떠오른 가게는 바로 대장간이었다. 3대를 이어 이곳에서 대장간을 운영하던 이는 10년 전 세상을 떠나면서 이제는 장계장의 명물을 볼 수 없게 됐다.

우시장으로 가는 서쪽, 공중화장실 근처에 자리 잡은 대장간 입구에 ‘장계 三代 대장간 철공소’라는 나무팻말을 달아놨었고, 벽 하나로 작업장과 전시·판매장을 구분해놓았다고 한다.

[장수=뉴시스] 김얼 기자 = 전북 장수군에 위치한 장계시장에 대장간이 오랫동안 자리 잡고 있었지만 10여년 전 문을 닫아 다른 가게 간판이 걸려 있다. 2023.08.28. pmkeul@nwsis.com

[장수=뉴시스] 김얼 기자 = 전북 장수군에 위치한 장계시장에 대장간이 오랫동안 자리 잡고 있었지만 10여년 전 문을 닫아 다른 가게 간판이 걸려 있다. 2023.08.28. [email protected]

대장간은 단순한 가게가 아니라 사랑방 역할도 할 정도였다고 한다. 시장상인들은 이제는 볼 수 없는 대장간에 많은 아쉬움을 표했다.

40년째 시장에서 뻥튀기 장사를 이어온 강만서(73)씨는 "상인들이 장날이 되면 대장간에 모여들어 이야기 꽃을 피우는 곳이었다"면서 "시장의 명물로 자리를 잡았는데 이제는 볼 수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1960년대 우시장.(장수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960년대 우시장.(장수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장계장과 함께하는 우시장

장계장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우시장이다. 한우를 사고 파는 공간으로 장계장이 열리는 날에 맞춰 우시장도 함께 열린다.

하지만 현재 우시장 규모는 많이 줄어들었다. 소를 키우는 축산농가가 줄어들었고 대규모 농장들이 등장하면서 거래량이 줄어들다보니 시대의 흐름에 따라 쇠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현재는 매월 3일과 18일 한 달에 두 번의 시장이 열린다.

[장수=뉴시스] 김얼 기자 = 전북 장수군 장계시장에 우시장이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장계시장 우시장은 매번 장날마다 북적이는 모습을 보였지만 인구 감소 등의 이유로 달에 두 번만 운영되고 있다 2023.08.28. pmkeul@nwsis.com

[장수=뉴시스] 김얼 기자 = 전북 장수군 장계시장에 우시장이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장계시장 우시장은 매번 장날마다 북적이는 모습을 보였지만 인구 감소 등의 이유로 달에 두 번만 운영되고 있다 2023.08.28. [email protected]



장계장의 명물인 우시장을 살리기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월 장수군은 총사업비 2억원을 들여 장계 스마트 가축시장을 준공했다.

장계 스마트 가축시장은 한우의 정보를 제한적으로 제공했던 기존의 종이인쇄 형식의 계류대를 전자식 스마트 계류대로 바꿔 매수인에게 한우에 대한 다양한 정보 제공한다.

또 한우에 대한 실시간 정보변경이 가능해 매도인이 편리하게 바로바로 사용할 수 있으며, 경매상황을 실시간 방송·송출할 수 있는 설비와 전자식 경매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매도인과 매수인 모두가 가축시장을 방문하지 않고도 전국 어디서든 스마트폰을 통해 신속하고 정확한 경매를 할 수 있도록 했다.

현대화가 이뤄지고 있지만 재래시장의 면모를 아직도 유지하고 있는 장계장. 경매를 통해 한우를 사고 파는 모습도 볼 수 있는 만큼 더 늦기 전에 대를 이어온 상인들의 모습을 찾아가보는 것은 어떨까.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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