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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존폐기로 재정준칙, 이대로 포기할건가

등록 2023.11.13 13:40:00수정 2023.11.13 14:2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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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존폐기로 재정준칙, 이대로 포기할건가



[세종=뉴시스] 박영주 기자 = "한국의 재정준칙은 굉장히 잘 만들어졌다. 중기적 재정관리에 있어 좋은 프레임워크라고 생각한다. 재정준칙을 통해 현재의 공공부채 국내총생산(GDP) 비율을 60% 밑으로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지난달 모로코에서 진행된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중 크리슈나 스리니바산 IMF 아시아 태평양 국장이 국내 취재진과 만나 한 발언이다. 한국의 긴축재정 기조는 다른 나라도 배워야 할 적절한 정책이며 재정준칙 또한 잘 만들어졌다는 취지였다.

국제기구조차 한국의 재정준칙을 추켜세우며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막상 당사국인 한국은 1년 넘게 제대로 된 논의 조차 하지 않으며 미지근한 반응이다. 지난해 9월 한국형 재정준칙을 발표하며 시행령이 아닌 법률로 규정해 구속력을 높이겠다는 정부의 공언이 '빈말'이 될 상황에 놓였다.

재정준칙은 관리재정수지 적자 한도를 GDP 대비 3% 내로 관리하되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60%를 초과하면 2% 내로 축소하는 것이 핵심이다. 실제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불어난 국가채무 올해 1134조4000억원까지 치솟고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50%를 넘기게 된다. 관리의 필요성이 대두되지만, 그 기준이 되는 재정준칙 도입 노력은 더디기만 하다.

재정준칙 도입을 위해 누구보다 부지런히 움직여야 할 국회는 여전히 복지부동이다. 지난 5월 재정준칙이 일반화된 유럽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보겠다며 여야 의원 5명이 사이좋게 프랑스·스페인·독일 출장을 다녀왔지만 어떤 결과물도 내놓지 않고 있다. '확장 재정'과 '긴축 재정' 사이에서 지지부진한 싸움만 반복하다 출장이 여행으로 마무리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재정준칙이 국회 문턱에서 막힌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경제 수장들은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며 재정준칙 도입에 나섰지만, 다른 정치 현안에 밀리면서 번번이 실패했다. 재정 건전성을 국정과제로 내세우며 '3수'에 도전했던 윤석열 정부의 재정준칙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또다시 폐기 기로에 섰다.

폐기가 반복되면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며 재정준칙 도입 목소리를 높였던 정부는 ‘양치기 소년’과 다를 바 없다. 정부와 국회를 바라보는 국민의 신뢰도는 땅에 떨어지고, 한국형 재정준칙 도입에 호응했던 국제 신용평가사와 국제기구도 정부의 '공수표'에 고개를 저을 것이다.

재정을 관리할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할 정치권이 총선을 앞두고 선심성 공약을 언급하는 모습은 우려를 더한다.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 여러 지표는 적신호가 켜졌다.

나라 곳간을 지켜야 할 이들이 곳간을 열고 퍼갈 생각만 해서는 안 된다. 총선 표심도 중요하지만 비어가는 곳간과 미래세대를 생각할 때다. 이번 정기국회 기회마저 놓치면, 4번째 도전은 기약이 없고, 4수는 응원하는 이들 없이 치러질 것이다. 국회의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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