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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하듯 릴레이 먹통…디지털 정부 '흑역사'[전산망 장애 쇼크①]

등록 2023.12.02 08:00:00수정 2023.12.02 10: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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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행정망 마비 사태 발생, 정확한 사고 원인 오리무중

이후 조달청 행정망 마비 등 유사한 사고 5번이나 이어져

최근 5년 간 지방행정 전산망 장애는 연평균 1만7000건

철저한 원인규명, 근본적 대책 마련해야 한다는 지 나와

정부는 행정망 마비 사태 정확한 원인은 아직도 오리무중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전국 지자체 공무원들이 사용하는 행정전산망 오류로 민원 업무 차질이 빚어진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청 민원실에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전국 지자체 공무원들이 사용하는 행정전산망 오류로 민원 업무 차질이 빚어진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청 민원실에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 최근 정부의 행정전산망이 잇따라 말썽을 부린 사건은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정부라는 위상에 '흑역사'로 기록될 수 밖에 없다.

지난 17일 온·오프라인에서 민원서류 발급이 전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 이후 곳곳에서 행정망 장애가 도미노처럼 이어졌다는 점에서 그렇다.

정부는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아직 정확한 원인 규명도, 납득할 만한 재발 방지책도 사실상 내놓지 못해 여전히 진땀을 빼는 형국이다. 명실상부한 디지털 정부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행정망 릴레이 먹통' 사태는 지난달 17일 시작됐다. 금요일이던 당일 오전 9시부터 지자체 공무원들이 사용하는 행정망인 '새올 시스템'에 오류가 생기면서 주민센터 등 민원서류 발급 업무가 중단된 것이다.

이어 오후 2시께부터는 온라인 민원서류 발급이 가능한 '정부24' 작동까지 전면 중단됐다. 국민들이 온라인, 오프라인에서 모두 민원서류 하나 발급 받지 못하게 된 '대형 사건'이었다.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가 긴급 복구에 나섰지만 전국에서 혼란이 지속됐다. 민원서류를 발급 받으려던 시민들은 관공서뿐 아니라 인터넷 발급까지 중단되자 영문도 모른 채 발을 동동 굴렀다. 그러나 그 흔한 재난 문자메시지 한 통 받지 못했다.

시스템이 정상화 되는 데는 이틀이 넘게 걸렸다. 정부는 사고 발생 56시간 만인 19일 오후 5시께 새올과 정부24 시스템이 모두 정상화됐다고 밝혔다. 새올 인증 시스템에 연결된 네트워크 장비인 L4스위치의 오작동이 장애 원인이라고 했다. 오작동 원인에 대해서는 '조사 중'이라고만 했다.
 
그러다 25일에 행정망 마비 사태 원인을 네트워크 연결장비인 라우터 포트 접속 불량 때문이라고 번복했다. 그런데 해당 장비가 왜 접속 불량이 됐는지는 아직도 대답을 못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지난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행정복지센터에 민원서비스 정상화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2023.11.20. kmn@newsis.com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지난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행정복지센터에 민원서비스 정상화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2023.11.20. [email protected]

정부가 애초 지목한 행정망 마비 사태 원인을 번복하고 분석에 시간이 오래 걸리자 행정 전산망에 대한 국민 불신은 커질 수 밖에 없다. 디지털 강국의 위상은 허울 뿐이라는 강도 높은 비판까지 나온다.

공교롭게도 사고 발생 당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디지털 정부' 홍보를 위해 해외출장 중이었다. 이 장관은 이번 사태로 출장길에서 조기 귀국해 수습에 나섰지만, 원인 규명도 되지 않은 채 또 다시 영국과 디지털 정부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 체결을 위한 출장길에 올랐다.

그런데 이 장관이 자리를 비운 사이 전산망 장애는 또 이어졌다.

22일에 주민등록정보시스템이, 23일 조달청 입찰 사이트 나라장터가, 24일 모바일 신분증 웹사이트 및 앱이, 29일에는 공무원들의 회계처리 전산망인 'e호조'가 접속 장애 등 사고가 잇따랐다. 사고 이유도 제각각이었다. 새올과 정부24 만큼 중단 상황이 길진 않았지만, 단기간 내 유사한 사고가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이어진 것이다.

사실 정부의 전산 시스템이 장애를 일으킨 건 한두 번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먹통, 법원 전산망 마비, 4세대 교육행정 정보 시스템 ‘나이스(NEIS)’ 먹통 사건도 있었다.

이 같은 행정망 장애는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대통령 직속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가 발표한 '디지털플랫폼정부 실현 계획' 보고서에 따르면, 지방행정 전산망인 '시도 행정정보시스템'과 '새올 행정정보시스템'에는 최근 5년(2018~2022년)간 연평균 1만7113건의 장애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 평균 46건 꼴로 문제가 일어났던 것이다.

우리나라는 유엔의 전자정부 평가에서 2010년 세계 1위에 올라선 후 줄곧 3위권을 지키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정부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이번 행정망 마비 사태로 그 위상에는 선명한 오점이 남았다.

철저한 원인규명과 함께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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