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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 지옥' 언제까지③]부담 경감 핵심…"국가책임 강화" 이구동성

등록 2023.12.25 08:00:00수정 2023.12.26 15: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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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병원 빠지고 환자·간병인 개인 거래

재난적 의료비 등 의료 복지 체계서 제외

외국, 병원 제공 서비스에 간병 개념 포함

건강보험·장기요양 아우르는 개편안 필요

복지부 "간병 급여 기본 방향…모델 연구"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지난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간병비 걱정없는 나라’ 당·정 협의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2023.12.21. 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지난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간병비 걱정없는 나라’ 당·정 협의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2023.12.2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조 단위로 늘어난 간병비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전문가들 사이에서 다양한 대안들이 제시되지만 그 중에서도 국가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에는 대체로 의견이 일치한다.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료기관에서 간병비를 부담하거나 지원하는 제도는 사실상 없다.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의료기관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유일한 간병 관련 제도다. 장기요양보험 적용을 받는 요양시설의 경우엔 간병비가 급여화됐지만 요양시설은 의료기관이 아니어서 입원 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해당되지 않는다.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요양병원 일일 평균 간병비는 일대일 간병 12만1600원, 통상 주로 사용하는 간병인 1인 당 환자 4명 간병비는 환자 1인당 2만9000원이다.

간병인은 주로 병원에서 용역업체를 환자와 연결을 해주고, 용역업체 또는 간병인이 환자와 사적 계약을 통해 근무를 하게 된다. 비용 지불 방식은 현금 또는 계좌 이체가 대다수다.

이 때문에 사적 간병 비용의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기도 힘들고, 본인부담상한제, 재난적 의료비, 긴급복지 등 각종 의료 복지 체계에서도 간병 항목은 제외돼있다. 또 정부나 병원이 간병인을 고용한 게 아니고 사적 계약에 따른 행위이다보니 일정한 전문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근무 형태나 비용도 제각각이다. 간병 과정에서 사고가 났을 때도 개인 간 해결을 해야 한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게 된 배경은 우리나라의 의료 시스템, 특히 수가 체계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종명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대표는 "그간 병원의 입원료가 워낙 저렴해서 병원이 간병 부담까지 떠안지 못해 애초부터 간병은 환자에게 책임을 떠넘겼고 그게 하나의 문화로 고착화됐다"며, "그러다보니 우리나라는 간병은 의료가 아니고, 병원이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는 없다는 식의 태도를 계속 가져왔고 건강보험 체제에서도 간병은 제외가 돼있다. 외국의 경우엔 병원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에 '케어'가 포함돼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달라지는 가족 형태와 간병에 대한 인식 변화 등으로 간병에 국가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9월 대한요양병원협회가 요양병원 환자와 보호자, 직원 등 131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간병비를 국가와 가족이 공동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응답이 75.4%로 나타났다.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응답은 21.9%였고 가족이 전적으로 부담해야 한다는 응답은 2.4%뿐이었다.

간병비 부담을 경감하는 방안 중 하나로는 요양시설 모델을 의료기관에도 적용하는 것이다. 요양원의 경우 장기요양보험을 통해 요양보호사 간병비의 일부를 정부가 부담한다.

김원일 '간호와 돌봄을 바꾸는 시민행동' 활동가는 "간병비 급여화의 핵심은 간병비를 건강보험 제도로 편입하는 것"이라며 "지금처럼 간병 문제를 환자 개인의 책임으로 놓고 국가가 약간 질 관리 해주는 식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비용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간병비 급여화를 할 경우 매년 최소 15조원 이상 건보 재정 소요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또 의료기관에 입원하지 않아도 되는데 간병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입원하는 '사회적 입원'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는 "이미 우리나라는 장기요양보험제도나 장애등급 같은 판별 체계를 잘 갖추고 있기 때문에 간병비 급여화 적용 대상을 선별하는 건 어렵지 않다"며 "물론 재원이 한정돼 있으니 모두에게 할 수는 없는데, 예를 들어 예산이 1조원이면 그만큼의 대상자를 뽑으면 된다. 건보 재정 흑자가 20조원이라고 하는데, 돈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의 기능 정립도 해결해야 하는 과제 중 하나다. 의료기관, 특히 요양병원에 간병비 급여화가 되면 현재 간병 급여가 적용되는 요양시설은 상대적으로 타격을 입는다. 지난해 10월에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실에서 '간병 급여화, 간병비 국가책임제 확보' 토론회를 열었는데 밀실 협의라는 이유로 요양시설 관계자들이 항의하며 토론회 시작 후 1시간 만에 파행되기도 했다.

윤석준 고려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을 아우르는 형태의 간병 서비스 개편 방안이 설계돼야 한다. 그러면서 현재 국가에서 배출하고 있는 요양보호사를 지금은 장기요양보험에서만 활용하고 있는데, 이 부분을 건강보험과 연계하는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지난주 간병 부담 경감 방안을 발표한 복지부도 향후 간병비 급여화와 관련한 다양한 모델을 연구해 나갈 계획이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지난 22일 기자단 간담회에서 "요양병원 간병은 현재 사적 간병을 주로 쓰는데 이걸 급여화 해보자는게 기본적 방향"이라며, "어떤 모델과 형식으로 할 것인지는 시범사업을 통해 찾아보겠다. 건강보험 재정으로 할 수도 있고 장기요양 재정으로 할 수도 있고 사회서비스 방식으로 할 수도 있다. 적절성 검토를 해서 실제 제도화했을때 현실에 맞게 제도가 안착될 수 있게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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