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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커플 20년 만에 보안 스타트업 창업한 이 부부…"사무실에선 콩 대표, 초 선생이라 불러요"

등록 2024.02.20 08:30:00수정 2024.02.20 10:3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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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파이오니아] 윤두식 이로운앤컴퍼니 대표·김은주 CCO

지란지교시큐리티 CEO 10년 만에 아내와 보안 스타트업 창업

입사 면접 채용자→사내 커플(CC)→스타트업 창업동료…"이 정도라야 인생동지"

지천명 창업 후회없다…"국내 인공지능 보안 분야 넘버원 회사로 키울 것"

(왼쪽부터) 이로운앤컴퍼니 김은주CCO, 윤두식 대표(사진=이로운앤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왼쪽부터) 이로운앤컴퍼니 김은주CCO, 윤두식 대표(사진=이로운앤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송혜리 기자 =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뜻밖의 소식이 들려왔다. '윤두식 지란지교시큐리티 대표의 스타트업 창업'

지난 25년간 중견 소프트웨어(SW) 기업인 지란지교그룹에서 보안 사업을 이끌어온 그가 지란지교와 이별하고 홀로서기를 선언한 것이다. 그는 오치영 지란지교 창업자의 대학 후배로, 지난 10년간 지란지교시큐리티 최고경영자(CEO)를 맡아 경영을 총괄했다. 보안업계에서 최장수 전문경영인 중 한명이다. "직업이 사장이냐"는 소리까지 듣던 그다.

그래서 그의 창업 소식이 놀라울 수 밖에 없었다. 지천명(知天命·50세)의 나이에 스타트업 창업이라니. 그는 왜 그런 나이에 가시밭길, 아니 도전의 길을 선택했을까.

"더 늦기 전에 저의 철학과 가치관을 담은 회사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진짜 인공지능(AI) 보안 사업으로 승부를 걸겠습니다."

윤 대표가 독립 결심을 하게 된 건 '챗GPT' 열풍이 한창이던 지난해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가 등장하면서 전세계에 AI 패권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정보기술(IT) 패러다임이 바뀌는 일대 변혁기이자 다시 올 수 없는 창업 기회로 봤다고 한다.

윤 대표가 창업한 이로운앤컴퍼니는 AI 보안 회사다. 상당수 전통 회사들이 'AI 보안'을 외치고 있지만, 주력 보안 솔루션에 AI기술을 얹혀 성능을 높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로운앤컴퍼니의 AI 보안은 생성형 AI를 만들거나 도입하는 기업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보안 서비스다. 윤 대표가 "진짜 AI보안"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아직 제품이 나온 것도 아닌데 시장 반응은 뜨겁다. 제품 컨셉트만으로 벌써 시드투자도 받았다.

이로운앤컴퍼니의 창업 멤버는 총 7명. 이 가운데 특별한 멤버가 있다. 김은주 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COO)다. 바로 그의 아내다.  지란지교에서 만나 결혼에 골인하고 19년간 그곳에서 함께 근무한 사내커플(CC). 지금은 윤 대표와 함께 스타트업 창업까지 함께 한 진짜 '인생동지'가 됐다.

설립 한 달 보름을 갓 넘긴 '스타트업 대표'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던 윤두식 대표와 김은주 CCO를 지난 13일 서울 강남 사무실에서 만났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로운앤컴퍼니 윤두식(왼쪽) 대표, 김은주 CCO가 13일 서울 강남구 한 사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2.19.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로운앤컴퍼니 윤두식(왼쪽) 대표, 김은주 CCO가 13일 서울 강남구 한 사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2.19. [email protected]


보안 전문기업 CEO 10년 만에 늦깎이 창업 나선 사연

윤 대표가 창업을 결심한 건 50살이 되던 지난해. 지란지교시큐리티 CEO를 맡은 지 딱 10년이 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자신의 철학을 담은 새로운 사업을 해야겠단 결심이 섰다고 했다. 때 마침 아내인 김CCO도 지란지교를 퇴사하고 리프레시 기간을 가지던 중이었다.

"창업, 그리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에 대한 생각은 예전부터 해왔던 과제였습니다. 다만 언제 실행에 옮길 것인가, 시점의 문제였죠."

그는 "지란지교에서 일하면서 지란지교 조직의 일원으로 제가 달성해야 하는 목표가 있었다"면서 "일례로 상장, 인수합병(M&A)을 통한 성장 같은 것들이었는데, 나이 50세 되니 그 목표들을 이루면서 바로 그 '(창업)시점'이 됐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오치영 지란지교 창업자와 의논했고, 여러 차례 설득 끝에 흔쾌히 응원해줬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로운앤컴퍼니. 스타트업 사명이 왠지 사회적 기업 간판에 어울린다. 윤 대표의 설명은 이렇다. 처음에는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기업이 되고자 하는 마음에 '해결.SA(해결사)'라고 회사명을 지을까 했다고.  아내인 김 COO는 이 얘기에 그야말로 '경악'했다고 한다. 특히 "SA가 사우디 도메인 아니냐"며 웃었다.

김은주 CCO는 "차라리 앞에 이로운을 붙여서 '이로운해결사'가 어떻냐고 제안했다"면서 "해결사란 단어를 다들 낯설어 해서 이로운으로 할까 했는데, 결국 지금의 사명으로 최종 낙점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은주 COO와 공동 창업한 걸 두고 '부부창업'을 떠올릴 법도 한데 윤 대표에겐 부부로서의 관계를 떠나 천군만마와 같은 '인재'다. 김 CCO는 지난 19년간 지란지교 그룹에서 일본 진출·사회공헌·조직문화·신사옥 프로젝트매니저(PM) 등을 두루 경험했다. 특히 지란지교 그룹의 일본 진출 초창기에 오치영 창업자를 도와 해외 시장 공략을 함께 했다.

'연봉협상을 잘했느냐'고 물었더니 김 CCO는 "그런 것 같지는 않다"면서 웃었다.

두 사람의 첫 만남은 어땠을까. 윤두식 대표는 자신이 '첫눈에 반했다'고 했다. 윤 대표는 "부서장으로 있을 때 제가 뽑았다"며 "면접 본 그날 반했는데, 그때는 이야기를 못 했다"며 멋쩍게 웃었다.

김 CCO는 "제가 전에 다니던 회사 상사분이 지란지교 면접을 추천해 줬는데, 알고 보니 그 상사분이 아는 사람이 이분이었다"며 "면접만 이분이 보고, 일은 오치영 창업자와 함께했다"고 설명했다.

지란지교에서 윤두식 대표의 짝사랑(?)으로 시작된 이들의 동행은 이로운앤컴퍼니란 보안스타트업의 CEO와 CCO 관계로 이어지게 됐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로운앤컴퍼니 윤두식 대표가 13일 서울 강남구 한 사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2.19.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로운앤컴퍼니 윤두식 대표가 13일 서울 강남구 한 사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2.19. [email protected]


"진짜 AI보안 사업 펼치겠다"

이로운앤컴퍼니의 도전 무대는 '생성형AI 보안'이다.

공공기관과 민간기업들 사이에서 AIX(AI 전환)가 대세가 되고 있다. 챗GPT와 네이버 하이퍼X 등 생성형 AI 서비스를 도입·활용하는 기업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하지만 부작용 우려도 만만치 않다. 그 중 하나가 개인정보나 기밀정보 등 보안 문제다.

윤 대표가 점찍은 사업도 그것이다. 이로운앤컴퍼니가 선보일 '세이프엑스(SAIFE X)'는 공공기관이나 민간 기업이 생성형 AI를 활용할 때 개인정보와 민감·중요 정보를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필터링하는 시스템이다. 데이터를 탐지하는 필터가 명령어 입력단과 결과값단에서 작동해 생성형AI 이용 첫 단계부터 마지막 단계까지 민감정보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해준다.

보안 회사들의 'AI보안' 신사업이 주로 생성형AI 기술을 접목해 제품 기능을 고도화하는 형태가 대부분인데, 생성형 AI 활용과정에서의 보안 서비스는 이번이 처음이라는 게 윤 대표의 설명이다.
 
윤 대표는 "화면상으론 기존의 생성형AI 화면과 다름이 없다"면서 "그룹웨어에 로그인 하는 것처럼 로그인 하면, 선택할 수 있는 생성형AI가 뜨고,  활용하지만 시스템 뒤에서 세이프엑스 필터가 작동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용자가 입력한 키워드 혹은 결과값에 기업 기밀정보, 중요 소스코드,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키 등의 정보가 있다면 필터가 모두 걸러준다. 이들 정보를 가명정보로 바꿔줄 지 관리자에게 통지할 지 여부도 모두 설정할 수 있다.

민감정보 필터링 기능 뿐만 아니라 필터링된 정보들을 관리자가 확인하고, 또 기업내부 생성형AI 사용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관리 툴도 제공해 생성형AI '플랫폼'으로 운영하겠단 것이 윤 대표의 구상이다.

윤 대표가 초기 타깃 시장은 공공 시장이다. 공공 레퍼런스를 통해 안정성을 입증한 뒤 이를 바탕으로 민수 시장으로 제품 공급을 확대하겠단 전략이다. 시스템을 구축해줄 수도 있지만 클라우드에서 구독할 수 있는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로도 선보일 예정이다. 오는 4월 MVP(Minimum Viable Product)버전이 출시되며, 올해 말 베타버전 공급을 시작할 예정이다. 정식버전 출시는 내년 상반기다.

윤 대표는 "이미 개념검증(PoC)를 요청한 공공 산하기관이 있다"고 귀띔했다.

1000억 기업 성장 시동…대표님·이사님 아닌 '콩'과 '초피'가 근무하는 위트 있는 조직

"2030년 1000억 매출 기업 만들겠다."

보안 스타트업 대표로 인생 제2막을 시작한 윤두식 이로운앤컴퍼니 대표의 포부다.

이미 이로운앤컴퍼니는 이미 시드 투자도 유치했다. 내년 프리A를 거쳐, 내후년 이후 시리즈A 유치를 기대하고 있다. 해외 진출도 도전한다. 먼저 일본을 공략하고, 이후 중동시장도 두드려볼 생각이다.

윤 대표는 "일단 국내에서는 거대언어모델(LLM) 시큐리티 분야 톱 기업이 되는 것이 단기 목표"라고 했다.

윤두식 대표와 김 CCO가 꿈꾸는 비전이 또 하나 있다. 이로운앤컴퍼니를 '명랑하고 위트있는 사람들의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고 한다. 사안에 대해 격의 없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고 토론해 결국 이로운앤컴퍼니만의 방식으로 답을 찾아내는, 그런 사람들이 일하는 곳을 지향한다고 했다.

서로의 이름도 닉네임으로 부르기로 했다. 윤두식 대표의 닉네임은 이름 중 '두'를 따서 '콩'이고, 김은주 CCO의 닉네임은 그가 좋아하는 단어를 조합한 '초여름 히피'다. 윤 대표는 "저는 초여름 히피를 줄여 '초 선생'이라 부른다"면서 웃었다.

김 CCO는 "콩과 저는 즐거운 사람들이 만드는 서비스와 제품의 퀄러티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훨씬 더 좋아진다고 믿는 사람들"이라며 "이로운앤컴퍼니는 즐거운 프로들이 많은 회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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