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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 내 마음을 그리다' 김선현 "이젠 '미술 치료' 필요한 시대"

등록 2024.02.20 14:51:34수정 2024.02.28 15:5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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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선현 대한임상미술치료 학회장이 20일 서울 중구 복합문화공간 순화동천에서 '자화상 내 마음을 그리다' 출간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사진=한길사 제공) 2024.02.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선현 대한임상미술치료 학회장이 20일 서울 중구 복합문화공간 순화동천에서 '자화상 내 마음을 그리다' 출간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사진=한길사 제공) 2024.02.2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자화상을 통해 우리 인생의 분노, 화, 사랑, 슬픔까지 다 다뤘습니다.“

신간 '자화상 내 마음을 그리다'를 출간한 김선현 대한임상미술치료 학회장이 수많은 명화 가운데 자화상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화가의 내면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하고 그 과정에서 나의 욕망, 아픔, 스트레스를 마주할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일 기자들과 만난 김 회장은 이번 책에 수록된 총 104점의 작품 가운데 일부 자화상에 대해 직접 소개했다.

그중에는 나치 정권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의 그림도 포함됐다. 독재자가 되기 이전에 화가 지망생이었던 히틀러의 자화상 속에는 당시 열악했던 그의 삶과 자기 부정의 심리상태가 그대로 나타나 "내면을 표현하는 자화상"의 훌륭한 예시다.  "1910년의 '자화상'을 보면 튼튼하지 못한 돌다리 한쪽 구석에 히틀러가 앉아있고 눈코입도 정확하지 않다. 이는 세상에 자신이 없고 위축돼 있는 히틀러의 모습"이라며 "반면 1918년의 '전장의 벽'을 보면 1차 대전에서 독일은 패배했지만 전쟁의 폐허를 보면서 히틀러가 정치인으로 마음을 굳힌 중요한 순간인 만큼 인물이 커져 있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자화상 내 마음을 그리다'에 수록된 아돌프 히틀러의 자화상(사진=한길사 제공) 2024.02.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자화상 내 마음을 그리다'에 수록된 아돌프 히틀러의 자화상(사진=한길사 제공) 2024.02.2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그가 애정하는 자화상은 1920년대 활동한 폴란드 작가 타마라 드 렘피카의 자화상 '녹색 부가티를 탄 타마라'라고 했다.

표지로 사용되기도 한 작품에 대해 김선현 회장은 "1920년대에 여성이 운전한다는 건 대우 드문 일인데 특히 앞을 바라보고 있는 당당한 화가의 모습을 볼 수 있다"며 "렘피카는 실제로 어릴 때부터 조부모로부터 여자지만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교육을 받았다. 그리고 여성이자 화가로 활동하기 어려운 시대에도 이런 당당함을 그려 넣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팬데믹 기간을 거치면서 다들 위축되고 혼란 상태에 빠져있는 것 같아요. 요즘 특히 젊은이들 사이에선 MBTI가 유행하는데 그만큼 다른 사람의 심리를 알고 싶고 나를 알고 싶고 평가를 하고 싶어 하는 거잖아요. (이런 시기에) 조금 더 당당하게 세상에 맞서라는 의미를 담아봤어요."

이 외에도 책에는 마리안네 폰 베레프킨, 파블로 피카소, 에드바르 뭉크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작가들의 자화상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서울=뉴시스] '자화상 내 마음을 그리다'에 수록된 파블로 피카소의 자화상(사진=한길사 제공) 2024.02.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자화상 내 마음을 그리다'에 수록된 파블로 피카소의 자화상(사진=한길사 제공) 2024.02.2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대학 시절 미술을 전공했지만 작가나 교사의 삶이 아닌 치료에 관심을 갖게 돼 미술 치료의 길을 걷게 됐다.

"미술이 치료적인 힘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병원 내 봉사에서 시작해 동양인 최초로 독일 훔볼트대학 부속병원에서 인턴 과정을 수료했다. 이어 일본에서 외국인 최초로 임상미술치료사 자격을 취득, 미국 미술치료학회 정회원으로 활동하는 등 영역을 넓혔다.

소장 하기 좋은 그림은 "계속 봐도 좋은 그림"이라고 했다. 단순히 비싸거나 유명한 그림이 아닌 "계속 눈앞에 아른거리는 그림은 조금 무리하더라도 사면 그 작품이 계속 남는다"면서 "특히 아이들이 있는 집은 우울한 그림이 아닌 라울 뒤피와 같이 가벼운 그림을 걸어두는 게 좋다. 그리고 그림을 산다면 프린팅보다는 최소한 판화, 가능하면 원화를 사야 한다"고 권했다.

갈등과 압박, 치유가 필요한 이 사회에 이젠 미술 치료의 힘이 필요하다고 했다.

"제가 암 환자에게 그림을 그리라고 이야기할 때 처음엔 불만을 제기했던 분도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 울기 시작하고 마음을 이야기하세요. 그리고 하나둘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는 모습을 봤어요. 이처럼 그림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분의 내면이 드러나는 걸 볼 수 있어요. 그림으로 암이 낫느냐 하면 그건 아니죠. 암 환자가 갖고 있는 우울, 불안 등을 그림을 통해서 치유하는 '2차 치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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