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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내달 홍콩 ELS 제재 착수…은행CEO 책임은 딜레마

등록 2024.03.24 10:00:00수정 2024.03.24 10:3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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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홍콩ELS 제재절차·제도개선 이르면 내달 본격화"

판매 정책 문제 있지만…지배구조법상 CEO 책임 묻기 어려워

단기실적주의 등 영업관행 책임은 어디로…'반쪽짜리 제재' 우려도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피해자 모임 회원들이 15일 오후 서울 중구 NH농협은행 앞에서 열린 '대국민 금융 사기 규탄 집회'에서 투자 원금 전액 배상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03.15. kgb@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피해자 모임 회원들이 15일 오후 서울 중구 NH농협은행 앞에서 열린 '대국민 금융 사기 규탄 집회'에서 투자 원금 전액 배상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03.1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최홍 기자 = 금융감독원이 다음달부터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사태와 관련해 본격적인 제재 절차에 돌입한다. 다만 당국 내부에서는 법리적 구조상 은행 최고경영자(CEO)에게 직접적으로 불완전판매의 책임을 묻기가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렇게 될 경우 단기실적주의라는 잘못된 영업관행을 주도한 CEO가 제재에서 제외됐다는 점에서 '반쪽짜리 제재'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르면 다음달부터 홍콩ELS 불완전판매 제재 절차에 착수할 방침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21일 "금감원은 금융위원회의 법적 검토를 통해 홍콩ELS 판매사에 대한 제재절차와 제도개선 방안을 4~5월부터 본격화할 것"이라며 "제재절차를 신속히 진행해야 그 과정에서 나온 문제점들을 제도개선에 반영할 수 있다. (불완전판매) 원인이 무엇인지 바로 다음주부터 점검 작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금감원은 적합성 원칙·설명의무 위반 등 은행의 불완전판매 사례를 대거 적발했다. 금감원 검사 결과 은행 직원들은 고위험 상품이 불가한 투자자에게 '상품에 가입하고 싶어요'라고 말하라고 유도하고 지점 방문이 어려운 투자자를 대신해 가입신청서 등을 대리작성하며 녹취를 고객인 것처럼 허위로 진행했다.

은행의 경영전략 차원 문제도 있었다. 은행은 과도한 영업목표를 설정해 직원들이 공격적 영업을 지속하도록 하고, 성과평가지표(KPI)를 ELS 판매에 유리하게 설계하는 방식으로 지점 판매를 유인했다.

금감원은 본점 판매 정책, 지점 창구 현장에서 심각한 불완전판매가 발견됐다는 점에서 자본시장법·금융소비자보호법 위반을 근거로 제재를 부과할 계획이다. 이럴 경우 기관제재, 임직원 제재, 그리고 과징금·과태료 부과가 가능하다.

특히 금감원은 은행 이익에 준하는 과징금을 부과해 금전적 책임을 묻는 방안에 주력하고 있다. 과징금이 소비자 금전 피해에 상응하는 가장 효과적인 제재 수단이라는 취지다. 은행 이익 수준에 달하는 과징금인 만큼 그 금액은 수천억원에서 조단위 규모일 수 있다.

다만 은행 CEO까지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은행 직원과 영업 담당 임원의 불완전판매(자본시장법·금소법 위반)를 CEO 책임으로 연결하기에는 법리적·논리적으로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내부통제 관리 부실(지배구조법)을 근거로 CEO에 책임을 물을 수도 있으나 현행법에서는 경영진의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만 있을 뿐 '준수' 의무는 명시돼 있지 않아 사실상 제재가 불가능하다. 이를 무시하고 제재를 강행할 경우 금융당국은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중징계 사례처럼 행정소송을 비롯한 법적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CEO의 내부통제 책임이 아예 없다고 할 순 없지만, DLF 때와 비교했을 때 상당 부분 (내부통제 관리가) 갖춰진 경우가 많다"며 "CEO에 지배구조법 등 법적 책임을 적용하기도 어려워 딜레마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단기실적주의 등 잘못된 영업관행의 원인 제공자인 CEO를 제재하지 않는 것은 결국 '반쪽짜리 제재'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년간 반복되는 불완전판매 사태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금소법 개정을 통해 규제 조항을 기계적으로 늘리는 것보다 CEO에 직접적인 책임을 물어 올바른 영업관행을 확립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고 중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금융당국도 '우선 팔고 보자'는 식의 은행 단기성과주의에 따른 문제점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은행의 영업관행을 전반적으로 개선할 방안을 고심 중이다.

금융당국의 다른 관계자는 "금융소비자보호법 등 법 개정을 통해 규제를 강화한다고 불완전판매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실질적으로 규율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될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은행들은 이사회를 열고 홍콩ESL 배상에 대해 논의를 시작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22일 임시이사회를 개최하고 홍콩 ELS 자율조정을 논의했다. 하나은행은 27일, NH농협은행과 SC제일은행은 28일에 이사회를 연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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