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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 '소아투석' 교수들 사직…아픈 아이들 어디로?

등록 2024.04.23 11:40:22수정 2024.04.23 11:4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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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소아투석 환자 절반 이상 서울대병원 찾아

소아투석 환자 진료 중인 병원은 5곳 정도 그쳐

"고난도·고위험·저보상 개선없이 의대증원 반대"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에서 사직서 제출 시기 논의를 위한 총회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2024.03.18. kmn@newsis.com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에서 사직서 제출 시기 논의를 위한 총회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2024.03.1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정부의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반대해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소아신장분과 교수 2명이 최근 사직서를 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환자들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소아청소년 콩팥병센터를 운영하는 서울대병원 교수들은 환자들에게 전원을 안내하는 등 병원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소아신장분과 강희경·안요한 교수는 지난달 28일부터 환자들을 대상으로 "사직 희망일이 8월31일로, 믿을 수 있는 소아신장분과 전문의 선생님들께 환자분을 보내드리고자 하오니 희망하시는 병원을 결정해 알려주시길 부탁드린다"는 안내문을 공지하고 있다.

소아신장분과는 체중 35㎏ 미만 만성 콩팥병 환아를 대상으로 투석 치료를 한다. 이들은 "소변검사 이상, 수신증 등으로 내원하시는 환자분들께서는 인근의 종합병원이나 아동병원에서 진료받으시다가 필요 시 큰 병원으로 옮기셔도 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여러분 곁을 지키지 못하게 돼 대단히 죄송하다"고 밝혔다.

전국에서 만성 콩팥병 등으로 투석을 받는 소아 환자는 50~60명 가량이다. 현재 2명인 서울대병원의 소아신장분과 교수들이 절반 이상을 진료하고 있다. 국내에서 소아 전용 투석실을 갖춘 곳은 서울대병원 뿐이다.

서울대병원 소아신장분과 교수들은 안내문을 통해 서울 강북(3곳)과 강남(3곳), 경기(7곳), 지역병원(9곳) 내 전원이 가능한 병원들을 공지했다. 소아 환자들을 받지 못 한다는 입장을 밝힌 소아 신장 전문의는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선천적 장애로 콩팥의 기능이 저하된 소아들이 뇌사자의 콩팥을 이식 받으려면 대개 4년은 대기해야 한다. 콩팥을 이식받을 때까지 1주일에 세 차례 병원을 찾아 4시간씩 혈액 투석을 받거나 매일 집에서 최대 10시간에 달하는 복막 투석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소아 투석 환자를 진료 중인 병원은 한 손에 꼽을 정도다.

서울의 주요 대학병원 A 교수는 "몸 속 노폐물을 걸러내는 콩팥(신장)이 망가진 경우 투석기로 노폐물을 빼내주지 않으면 바로 생명이 위태해질 수 있다"면서 "하지만 소아 투석 환자를 진료 중인 병원은 삼성서울·서울아산·경북대·전남대·제주대 등 5곳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소아 투석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병원이 적은 것은 소아신장분과는 '고난도·고위험·저보상' 진료 영역이기 때문이다. 소아는 성인보다 체구가 작아 투석이 어려울 뿐 아니라 감염 등 합병증 위험도 높고 소아 전문 인력이나 치료재, 장비를 갖추는 데에도 많은 비용이 들어가지만, 적절한 수가 등 보상은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B 교수는 "의료개혁은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주장이 아닌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하고,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친 후 수립되고 추진돼야 한다"면서 "적절한 의대 정원 책정과 함께 필수의료, 지역의료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 수립까지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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