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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타사 제품 종합한 '공정흐름도'도 영업비밀"

등록 2024.05.05 09:00:00수정 2024.05.05 09:2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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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심 무죄 판단한 공정흐름도 부분 파기환송

[서울=뉴시스] 대법원 전경(사진=뉴시스DB)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대법원 전경(사진=뉴시스DB)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제품의 공정 과정을 도식화한 '공정흐름도'가 단순히 타사 제품을 종합하는 수준에 그쳤더라도 영업비밀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지난달 12일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누설,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전직 대기업 임직원들에 대한 상고심에서 일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파기환송했다고 5일 밝혔다.

국내 유명 가전업체에서 임원으로 재직한 A씨는 가정용 수제맥주제조기 프로젝트팀에서 만난 피고인 B·C·D·E씨와 공모해 가정용 수제 맥주 제조기의 제조 공정이 담긴 공정흐름도와 미국 시장조사 결과 등을 빼돌려 미국에 새 법인을 설립한 후 같은 사업을 추진하려 했다.

A씨는 1심에서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누설,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가 모두 인정돼 벌금 1500만원을 선고받았다. 나머지 피고인과 미국에 차린 법인에 각각 벌금 750만원이 선고됐다.

이들은 양형이 지나치다고 항소했지만 2심에서는 A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나머지 피고인들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당시 피해 기업 측은 "영업비밀 유출로 해외시장을 선점당할 경우 5년간 1조5000억원의 경제적 피해가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1심과 2심에선 공정흐름도 부분을 영업비밀로 판단하지 않아 무죄로 봤다. 이 사건에서 유출된 공정흐름도가 타사 제품의 공정 순서를 단순 종합한 수준으로, 영업상 주요한 자산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공정흐름도는) 전체 자동화 공정의 순서 정도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개인의 취향과 미묘한 맛 차이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맥주 제조기 시장에서 일정한 품질 수준을 곧바로 구현할 수 있을 정도의 구체적인 정보를 포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2심 재판부도 '공정흐름도에 있는 양조 공정은 선행기술들을 조합해 쉽게 발명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감정의견서를 인용해 "1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어떠한 위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이 사건의 공정흐름도는 피해 회사가 2014년 9월경 가정용 맥주 제조기 개발을 시작해 관련된 공지 정보들을 수집, 종합하고 여러 실험 등을 거쳐 2015년 작성한 것"이라며 "경쟁자가 피해 회사를 통하지 않고 이러한 정보를 입수하려면 적지 않은 비용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피해 회사의 가정용 맥주제조기를 구성하는 개별 구성 부분들이 기존의 타사 제품에 부분적으로 포함돼 있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유기적으로 조합한 전체 구성과 유로의 구조는 해당 업계에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다"고 했다.

대법원은 "파기 부분은 원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나머지 부분과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돼야 하므로, 결국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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