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고려아연 유증에 제동…주가 급등락 예고
금감원, 조사 착수…'고의 누락' 의혹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함용일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31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자본시장 현안 관련 내용을 브리핑하고 있다. 2024.10.31. [email protected]
금감원은 지난달 31일 브리핑을 갖고 고려아연 공개매수와 유상증자 위법 여부를 집중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공개매수 사무취급자이자 유상증자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에 대한 검사에도 착수했다.
금감원은 고려아연이 공개매수 신고 당시 재무구조상 중대한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음에도 공개매수 기간 중 유상증자를 위한 기업실사를 진행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만약 고려아연이 차입을 통해 자사주를 취득·소각한 후 유상증자를 통해 차입금을 상환하겠다는 계획을 미리 세웠다면 증권신고서 허위기재, 중요사실 누락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결정은 지난달 14~29일 미래에셋의 기업실사 후 이사회를 통해 확정됐다. 고려아연은 지난달 2~23일 자사주 공개매수를 진행했는데 이 기간이 실사 시기와 일부 겹친다.
함용일 금감원 자본시장·회계 담당 부원장은 "공개매수와 유상증자가 동시에 진행된 과정 등에 있어 법 위반 여부에 대해 신속히 점검하고 처리하겠다"며 "회계 부정 심사와 관련해 회계 처리 기준 위반 개연성이 높은 다수의 회계 처리 사실을 확인했고, 정식 감리 전환 여부를 조속한 시일 내에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공개매수 기간 중 유상증자를 동시에 추진하게 된 경위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살펴보고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위계를 사용하는 부정거래 등 위법행위가 확인되는 경우 해당 회사 뿐만 아니라 관련 증권사에 대해서도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영풍·MBK파트너스 연합과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고려아연은 지난달 30일 이사회를 열어 보통주 373만2650주를 주당 67만원에 일반 공모 형태로 신규 발행키로 했다. 발행주식의 20%에 육박하는 규모다.
고려아연은 유상증자 물량의 20%를 최윤범 회장 우호지분이 될 것으로 여겨지는 우리사주 조합에 우선 배정할 계획이다. 또 우리사주조합을 제외한 청약자는 특별관계자와 합산해 공모주식수의 3%(11만1979주) 내에서만 배정키로 했다.
고려아연의 계획대로 유증이 마무리되면 MBK·영풍 연합의 의결권 지분율은 기존 43.9%에서 36.4%로 희석된다. 최 회장과 백기사 베인캐피탈의 의결권 지분율도 기존 40.4%에서 33.5%까지 줄지만 신주를 보한 우리사주물량 3.4%가 최 회장 편에 서면 의결권 지분율이 36.9%까지 늘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금감원이 고려아연의 계획에 제동을 걸고 고강도 조사를 예고하며 이번 사태가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형사 사건으로 번질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고려아연이 비교적 잡음이 적은 자사주 활용 대신 대규모 유상증자를 택한 것이 자충수로 돌아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가 급락과 이에 따른 주주가치 훼손이 투자자들의 불만을 불러일으키고, 결과적으로 금감원 조사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고려아연의 유증 소식이 전해진 후 지난달 29일 154만3000원(종가)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30일 하한가를 기록했다. 31일에도 7.68% 내린 99만8000원으로 장을 마감, '황제주(주당 가격 100만원)' 자리를 반납했다. 투자자들은 고려아연이 증자로 조달하는 2조5000억원 중 2조3000억원(92%)을 채무상환에 쓰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서도 주주들 돈으로 빚을 갚는 유상증자라는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경영권 분쟁이 과열된 상황에서 주가 변동성이 커지며 소액주주들이 큰 피해를 볼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차입을 통해 89만원에 자사주를 매입하고, 유상증자를 통해 67만원에 주식을 발행하는 행위는 자해 전략"이라며 "회사의 주인이 전체 주주라고 생각한다면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발상"이라고 질타했다.
글로벌 독립 투자 리서치 플랫폼 스마트카르마는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결정은 최악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사례"라며 "향후 몇 주간 유상증자 결정이 고려아연의 주가에 부정적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대부분의 투자자는 이번 유증이 소액주주들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 아니라, 최 회장 경영권 유지를 위한 최선의 방편이라는 점에 동의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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