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미국 대선…북한 매체 결과 보도 시기 관심
트럼프 당선부터 우회적으로 선거 결과 보도
바이든 당선 때는 석달 지나 선전매체로 보도
[서울=뉴시스]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6월30일 경기도 파주 판문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했다고 조선중앙TV가 7월1일 보도했다. 사진은 군사분계선을 두고 북미 정상이 악수하고 있다. 2024.11.05. (사진=조선중앙TV 캡쳐)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남빛나라 기자 = 미국 대선 투표가 5일 치러지는 가운데 북한 매체가 어떤 형식으로 새로운 미국 대통령 당선 사실을 보도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거 북한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는 대내매체 노동신문을 통해 미국 대선 결과를 보도하다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부터는 우회적으로 알리는 방식을 취했다.
이날 통일부 당국자에 따르면 2000년 이후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을 기준으로 조지 W.부시·오바마 대통령이 승리한 대선 결과가 보도됐다.
2000년 11월7일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당시 공화당 후보인 부시가 승리했지만 수작업을 통한 플로리다주 재개표를 둘러싼 분쟁이 5주간 지속했다.
미국 연방 대법원이 12월12일 플로리다주 대법원의 수작업 재개표 결정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결한 데 따라 부시 대통령 당선이 확정됐다.
북한은 대선 결과 확정에 혼선이 있다고 11월18일 보도하고, 연방 대법원 판결 닷새 뒤인 12월17일 이 내용을 실었다.
부시 대통령 재선 때는 선거 엿새 뒤 '재선된 미국 대통령'이라는 표현으로 당선을 알렸다.
오바마 대통령 1기와 2기 때는 각각 선거 나흘 만에 당선 사실을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부터는 당선 결과를 알리는 보도 대신 간접적인 형식을 택했다.
2016년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예상을 깨고 승리하며 대이변을 연출하자 노동신문은 선거 약 열흘 만인 11월19일에야 결과를 에둘러 알렸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트럼프 당선인에게 축전을 보낸 것을 '친미사대'라고 비난하는 보도를 통해서였다.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로 국제사회 제재가 본격화한 시점에 예상 밖의 결과에 직면한 북한이 새로운 미국 대통령에 대해 입장을 정리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을 꺾은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을 전하는 데는 약 석달이나 걸렸다. 북한 대외 선전매체 '조선의 오늘'은 2021년 1월23일 한국 인터넷 언론 '자주시보'를 인용해 "미 의회는 이날 끝내 바이든을 당선인으로 선포하지 못하고 다음날이 되어서야 바이든을 당선인으로 확정 지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1월20일)도 넘긴 시점이었다.
대미 외교를 주도하는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현 외무상)은 두 달 뒤인 3월18일 담화를 통해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 철회되지 않으면 그 어떤 북미 접촉이나 대화도 이뤄질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관영매체가 아닌 선전매체를 통해 석달이나 지나 대선 결과를 알린 것은 대미 정책방향에 대한 북한의 고민이 깊었음을 알려준다.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됐지만 여전히 두 정상이 친서를 주고 받으며 교감하던 상황에서 트럼프와 다른 대북정책 기조를 내세운 바이든이 승리한 데다, 코로나19로 인한 국경봉쇄 이후 불확실성이 커진 시기였다.
통일부 당국자는 "전례를 참고해 북한이 언제 (미국 대선 결과를) 공식 보도하는지, 또 대미 메시지를 언제쯤 낼 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 47대 대통령 선거는 5일 자정 뉴햄프셔주 딕스빌 노치를 시작으로 실시된다. 초접전 양상일 경우 결과 확정에 수일이 걸릴 수 있다. 지난 대선의 경우 선거 나흘 만에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승리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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