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고비' 춘천레고랜드, 대규모 유적 발견
강원도 춘천시 중도 유적 전경
북한강과 소양강이 만나는 곳에 위치한 중도는 이미 레고랜드 사업이 추진되기 훨씬 이전인 1980년도부터 8차에 걸쳐 시·발굴조사가 진행돼 왔으며 신석기 시대부터 삼국 시대에 이르는 집터와 고인돌 등이 270여 기 이상 확인된 곳이다.
그런데 지난 28일 문화재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도 레고랜드 조성계획 부지'내 1차 발굴조사 지역(12만2025㎡)에서 고인돌 100여기를 비롯해 집터와 도랑 등 총 1400여 기의 청동기 시대 유물들이 확인됐다.
발굴조사단은 "중도 유적에서 확인된 시기별 변화 양상과 특징을 보여주는 집터와 고인돌, 다양한 종류의 석기와 토기 등은 강원도 지역은 물론 우리나라 청동기 시대 문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중도 레고랜드 사업계획으로 지난 2011년 10월 문화재 발굴 허가를 받은 뒤 지난 2012년 7월 매장문화재 시굴조사가 완료됐다. 이후 지난해 4월 문화재청이 발굴조사를 시작해 그해 10월부터 동절기를 제외하고 5개 조사기관이 합동으로 정밀 발굴조사를 시행해 왔다.
이번 발굴조사에 참여한 기관은 문화재청(청장 나선화)을 허가를 받은 (재)한강문화재연구원, (재)고려문화재연구원, (재)예맥문화재연구원, (재)한백문화재연구원, (재)한얼문화유산연구원이다.
세부적으로 ▲고인돌(支石墓) 101기 ▲집터 917기 ▲구덩이(竪穴) 355기 ▲바닥 높은 집터 9기(高床式 건물지) ▲긴 도랑(溝狀遺構) 등을 비롯해 청동기 시대와 삼국 시대 이후의 밭도 일부 확인됐다.
전체 둘레 약 404m에 이르는 네모난 대형 환호(環濠)
이번에 발견된 고인돌은 석재를 이용해 원형 또는 장방형의 묘역 시설을 갖추고 그 중심에 시신을 안치한 돌널무덤(석관묘) 위에 상석을 올린 구조다.
돌널무덤은 지하에 직사각형의 돌널 시설을 만들고 주검과 함께 부장품 등을 넣은 청동기 시대의 무덤 양식으로 이번에 발견된 돌널무덤들은 묘역 시설과 동시에 축조하거나 먼저 축조한 후 그 위에 묘역 시설을 설치한 것 등 다양한 형식들이 확인됐다.
(재)한얼문화유산연구원 조사 구역에서는 남한 지역의 집터에서 출토된 예가 없는 비파형동검과 청동도끼등이 집터(40호·37호) 내부에서 각각 1점씩 출토됐다. 이 중 청동도끼는 함경남도 북청군 토성리에서 출토된 것과 유사한 것으로 나타나 두 지역간의 비교 연구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이 조사 구역에서는 대형 환호(環濠)와 내부 집터, 출입구 시설 등이 확인됐다. 환호는 마을 주변을 둘러 도랑을 판 시설을 말한다.
이번에 발굴된 환호는 네모 형태로 전체 둘레가 약 404m(내부 면적 약 1만㎡)에 달하며 청동기 시대 마을 유적의 구조와 성격을 이해할 수 있는 획기적인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청동도끼와 청동검
'돋을띠 새김무늬토기(刻目突帶文土器)'가 출토된 집터는 기원전(B.C.) 11세기 이전 청동기 시대의 가장 이른 단계에 속하며 기원전 9∼6세기 시기의 장방형 집터들도 확인됐다.
이처럼 유래없는 대규모 유적지 발견에 학계에서는 큰 관심을 보이며 반기고 있지만 중도에 지어질 예정인 레고랜드 사업 추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강원도 관계자는 "레고랜드 사업지인 중도에서의 유물 출토는 예상했던 일"이라며 "레고랜드 코리아 사업은 정부의 투자활성화를 위한 5대 현장대기 프로젝트로 선정된 만큼 문화재청과 협조해 차질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발굴조사로 중요 유물과 유적들이 쏟아져 나온 중도가 도내 최대 유적지로 떠오르면서 현장 보존과 개발을 둘러싼 논란과 유적지 터에 관광 사업을 추진했다는 비판 등이 거세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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