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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T 개통식 참석한 황 총리 "균형발전 대동맥" 축사

등록 2016.12.09 06:22:01수정 2016.12.28 18: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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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신동립 기자 = ‘질서(秩序)’가 유행어가 됐다. 또 다른 유행어 ‘엄중(嚴重)’과 쌍벽을 이루며 대한민국을 흘렀다.  등급이나 유별(categorization)이라는 뜻도 있지만, 지켜야 할 도리로 간주되는 차례나 절차(order)로 더 많이 쓰는 단어가 ‘질서’다. 하늘의 ‘질서’로 선택된 삼위태백에서 하늘의 이치를 심고 깨달아가야 하는 집단이 바로 배달민족이라는 대종교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질서’가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겠다.  최순실의 존재가 들통난 박근혜 대통령에게 박지원 의원이 “질서 있는 퇴진”을 주문했다. 시끌시끌 여러 명이 몰린 상황이 아니니, 한 사람을 보고 질서 있게 퇴진하라는 요구는 ‘법 질서에 맞는 퇴진’을 의미한다.  ‘秩’자는 곡식을 나타내는 ‘禾’(벼 화)와 ‘失’(잃을허물 실)자로 구성돼 있다. 벼의 허물은 알갱이를 털어내고 남은 볏짚이다. 秩은 모양이 바뀐 나중의 글자체다. 변하기 전 본래 글자는 ‘豊(풍)’과 ‘弟(제)’의 합침인 ‘豊+弟’다. 풍년(豊)이 들어 순서(弟)대로 차곡차곡 볏짚을 쌓는 모습에서 ‘순서, 차례’를 가리키게 됐다.  박대종 대종언어연구소 소장은 “차례, 순서를 뜻하는 질서의 출전은 중국에서 가장 이른 시문선집인 ‘문선’이다. 남조 양나라 태자 소통(501~531)이 진·한나라 이후 제나라와 양나라의 대표적인 시문들을 모아 엮은 책인데 서진의 저명한 문학가 육기(261~303)가 지은 ‘문부(文賦)’에 질서라는 말이 보인다”고 밝혔다.  박 소장은 “육기는 문장을 지을 때 말의 아름다움과 조화, 음운의 규율 등을 강조하면서 ‘如失機而后會, 操末以續, 謬玄黃之秩序, 故而不鮮’라고 말했다. 축자식 단순 풀이를 하면 ‘가령 기회를 놓친 후에 모인다면, 늘 끝에 닥쳐서 계승함이 거꾸로 돼, 현황(玄黃; 하늘과 땅)의 질서가 뒤바뀌는 고로, 때가 끼어 더러워져 선명하지 못하게 된다’다. 의역하면 ‘말의 음운이 원칙을 잃게 된다면, 그것은 마치 오색의 수(繡)를 종류별로 순서를 정할 때 천지 색의 순서가 어긋나 색채에 때가 끼어 선명하지 않게 되는 것처럼 문의가 선명치 않게 된다’다”라고 설명했다.  법질서에 맞게 깨끗하게 물러나야 어지럽지 않고 국가와 국민의 안녕을 도모할 수 있다는 얘기다.  조선 정조 때 최현중의 상소에도 질서가 나온다. “기강을 세워 퇴폐한 풍속을 격려함은 곧 전하의 초기의 정사였으나 단속할 사람이 없어 법금(法禁)은 땅을 쓴 듯이 없어졌으며, 수령의 출척(黜陟)은 혹 친소에 따라 움직이고 묘당에는 뇌물이 먼저 행해져서 지위와 봉록의 고하는 거의 체통이 없어졌으며, 진신(搢紳) 사이에 해학이 풍속을 이루고 궁정의 표석(標石)은 조정 의식(儀式)이 질서를 잃은 것을 바로 잡지 못하고, 궁궐 문의 방수(防守)는 소원하는 백성이 제멋대로 들어오는 것을 막지 못하며, 규찰은 폐단을 끼칠까 지나치게 우려해 법부(法府)는 드디어 쓸모 없는 관사가 됐고, 교만하고 완고함은 은혜를 믿는 데에서 쉽게 생기고, 소민(小民)은 도리어 관장(官長)을 업신여기니, 전하의 기강이 섰다고 할 수 없습니다.” 어떤 데자뷔다.  생전의 법정 스님도 질서를 일렀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때가 되면 그 생을 마감한다. 이것은 그 누구도 어길 수 없는 생명의 질서이며 삶의 신비이다. 만약 삶에 죽음이 없다면 삶은 그 의미를 잃게 될 것이다. 죽음이 삶을 받쳐 주기 때문에 그 삶이 빛날 수 있다.” 역시 박지원 의원의 표현인데, “정치는 생물”이라고 한다. 죽어야 생물이다.  작금의 소설 같은 시국은 질서 소설로 옮겨질 수도 있다. 작가 복거일씨에게 문학이란 “사람의 혼란스러운 경험들에서 질서를 찾아내서 그런 질서들을 되도록 높은 차원의 지식들로 다듬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질서 있는 퇴진’의 작자 박지원 의원이 5일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직에서 질서 있게 퇴진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질서의 반대말은 혼돈일 수도, 자유일 수도, 탄핵일 수도 있다. 질서 없이 여럿이 어지럽게 어울리는 아사리판(阿闍梨判)이 새로운 질서를 낳으려 하고 있다.  reap@newsis.com  

朴, 한달여 전까지도 참석 예정…탄핵정국에 축사도 못해

【서울=뉴시스】신정원 기자 = 박근혜정부 대형 국책사업인 수서고속철도(SRT) 개통식에 박 대통령 대신 황교안 국무총리가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한 달여 전만 해도 직접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탄핵 정국이 불거지면서 최종 불참했다.

 국토교통부는 SRT 본격 개통을 하루 앞둔 8일 오후 SRT 수서역사에서 황 총리를 비롯한 정·관계 인사, 지역주민 등 8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통식을 열었다.

 이날 행사에선 황 총리가 축사를 했다. 한 달여 전만 해도 직접 참석할 예정이었던 박 대통령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황 총리는 축사에서 "SRT는 이 곳 수서에서 부산과 광주, 목포를 직접 연결함으로써 국가 균형발전을 촉진하는 새로운 대동맥이 될 것"이라며 "한국 철도 역사상 처음으로 간선철도 경쟁체제를 도입하는 것인 만큼 철도 운영 혁신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축하했다.

 이어 "정부는 SR과 코레일이 공정한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며 "또한 SRT 개통에 이어 평택~오송 추가 복선화를 추진해 철도 운행 효율성을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SRT는 2011년 5월 첫 삽을 뜬 지 5년 7개월 만에 개통했다. 수서~평택 총 61.1㎞ 구간으로 시속 300㎞ 고속열차가 운행된다.

 SRT 개통은 국내 117년 철도 역사상 처음으로 간선철도에 경쟁체제가 시작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대형 국책사업이 적었던 박근혜 정부 입장에서도 이날 행사는 결코 작은 행사가 아니었다. 이 때문에 정부는 당초 박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수서역에서 열린 수서발 고속철도(SRT) 개통식에서 황교안 국무총리와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 등 내빈들이 개통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수서발 고속철도는 수서역에서 출발해 동탄역과 지제역을 거쳐, 천안아산역부터는 KTX와 같은 선로로 대전, 대구, 부산, 광주, 목포 등을 오가며 기존 고속철도 보다 요금이 10% 정도 저렴하다. 한편, SRT는 내일(9일)부터 본격 운행한다. 2016.12.08.  yesphoto@newsis.com

 실제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지난달 15일 기자들에게 개통식 참석 신청을 받으면서 개인 정보를 요청했다.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는 보안상 참석자들의 정보를 미리 제출해야 한다.

 당시 한국철도시설공단은 "12월 개통을 앞둔 수서고속철도 개통식 참가신청서를 받고 있다"며 "이번 행사는 '대통령이 주빈'인 관계로 주민번호를 포함한 참가신청사와 개인정보 수입 및 이용 동의서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청와대 경호실에서 참가신청서를 토대로 비표를 제한적으로 배부한다"며 "현재는 수요조사 단계이고, 신청서를 보내준다고 하더라도 100% 참석하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참가신청서에선 성명과 주민등록번호, 소속, 직위, 전화번호, 팩스번호, 이메일 등의 정보를 기재하도록 했다. 그리고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동의' 내용을 고지한 뒤 서명하도록 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탄핵 정국의 중심에 서면서 철도 역사의 한 변곡점이 될 행사조차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

 이 행사를 준비한 한 정부 관계자는 "원래 박 대통령이 참석할 예정이었던 게 맞다"며 "그러나 탄핵 정국이 지속되면서 황 총리가 대신 참석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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