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팽목항 찾은 시민들의 기도 "세월호, 온전히 올라오라"
【진도=뉴시스】배동민 기자 = 진도 앞 바다에 가라앉아있던 세월호가 1073일 만에 물 위로 모습을 드러낸 23일 오전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한 60대 노인이 사고 해역 방향의 바다를 바라보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2017.03.23. [email protected]
2014년 4월16일 진도 앞 바다에 가라앉아있던 세월호가 1073일 만에 물 위로 모습을 드러낸 23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
'세상에서 가장 슬픈 항구'가 돼버린 항구를 찾은 60대 노인이 가방에서 꺼낸 과자 봉지를 뜯었다.
세월호 미수습자 9명의 사진이 붙은 현수막 위에 과자 봉지를 올려둔 그는 "내 조카, 오늘은 꼭 돌아오자"고 나지막이 말했다.
미수습자 중 한명이 자신의 외조카라고 밝힌 그는 "서울에서 왔다. 매일 눈물을 머금고 살고 있다"고 말했다. "세월호가 인양되고 있다. 꼭 돌아올거라 믿는다"는 그의 눈의 빨갛게 충혈돼 있었다.
세월호 인양을 가까이 지켜보기 위해 사고 해역으로 떠난 미수습자 가족들의 빈자리는, 많지 않지만 추모객들의 발길이 대신 채우고 있다.
이들 모두가 마음을 모아 세월호의 온전한 인양을 염원했다.
해남에서 온 강정식(51)씨는 "세월호 선체가 처음으로 물 위로 드러났다는 소식을 듣고 팽목항을 찾았다"며 "성공적으로 인양이 마무리돼 9명이 가족 품으로 돌아가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전남 장성에서 남편과 함께 팽목항을 찾은 조순연(65·여)씨는 세월호 미수습자 9명의 얼굴을 하나하나 살펴본 뒤 두 손을 모아 기도했다.
조씨는 "세월호가 인양된다는 소식을 듣고 왔다"며 "내 가족은 아니지만 용기를 잃지 말고 힘내라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반드시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올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더는 말을 잇지 못한 조씨는 사고 해역 방향의 바다를 한참 동안 바라보며 또 다시 기도했다.
서울에서 아내와 함께 온 조현국(69)씨는 "세월호가 인양되길 온 국민이 성원하고 있다. 9명 모두 물에서 나와 가족들에게 돌아갈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진도=뉴시스】신대희 기자 = 침몰 1073일만에 세월호가 물 위로 떠오른 23일 오후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 방파제에 '세월호 인양'라고 적힌 노란 리본이 걸려 있다. 2017.03.23. [email protected]
3년이나 걸린 정부의 세월호 인양을 비판하기도 했다.
광주에서 온 김수빈(23·여)씨는 "왜 이제야 인양이 되는 건지 모르겠다"며 "온전히 올라와 미수습자 9명이 가족들에게 돌아가고 반드시 진실 규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팽목항에 차려진 세월호 분향소 방명록에도 많은 이들의 염원이 모아졌다.
한 일반인 유가족은 '배가 인양돼 차가운 바다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육지로 돌아오길 두 손 모아 기도합니다'고 적었다.
제자들을 마지막까지 지키다 미처 세월호에서 나오지 못한 단원고 양승진 선생의 동생은 '형님! 많이 기다렸습니다. 꼭 나오셔서 어머니의 마음을 편히 해 드리십시오'라고 기도했다.
또 '모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세요', '어서 엄마 품에 돌아오렴. 기다릴게, 기도할게', '다시 만나자' 등의 글이 방명록을 채웠다.
이날 팽목항을 찾은 안희정 충남지사는 '국민의 안전과 생명이 제일 소중합니다. 국가가 있는 이유입니다. 1073일 우리의 각오입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잊지 않겠습니다. 다시는 이 땅에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깨어 있겠습니다' '잊을수도 잊어서도 안 될 시간입니다. 진실을 찾을 때입니다'라며 새로운 세상과 진실 규명을 다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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