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치]분노의 성토장된 영등포역사 설명회장···롯데百 임차업체들 "철도공단, 생존권 보장하라"
【서울=뉴시스】최선윤 기자 =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상인들이 21일 3개 민자역사 상업시설의 국가 귀속 추진으로 일자리를 잃게 될 위기에 놓이자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17.09.21. [email protected]
2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롯데백화점 5층 회의장. 한 임차업체 상인은 한국철도시설공단 측이 마련한 간담회에서 현재 상황이 답답한 듯 연거푸 한숨을 내쉬며 불만 섞인 목소리를 쏟아냈다.
다른 임차업체 상인들도 "갑자기 문을 닫고 나가라면 우리는 어떻게 하냐"며 "결국 서민들 밥그릇 빼앗아 돈 더주는 대기업에게 사용허가 주고 돈 더 받겠다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간담회는 정현숙 철도공단 민자역사관리단 팀장의 모두 발언으로 시작됐다.
정 팀장은 "이 자리는 일부 언론에서 금년 말 매장을 당장 철수하거나 마치 일자리를 잃는 것처럼 잘못 보도돼 상인 여러분들이 불안하지 않도록 사실 관계를 설명드리기 위해 마련한 자리"라며 "여러분들이 겪는 어려움과 불안이 어떤 것들인지 직접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말해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설명에도 상인들은 철도공단을 향해 높은 불신을 나타내며 곳곳에서 코웃음을 쳤다.
한 상인은 "유예 기간을 준다고 해도 결국 좋은 쪽으로는 변화되지 않을 것 같다"며 "정부가 대책을 만들어야지 유예 기간 동안 영업하고 나가라는 접근은 아닌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날 한 상인은 "상가임대차보호법도 5년을 보장해준다"며 "건물주가 바뀌어도 영업을 유지하는 마당에 국가와 관련된다고 피해보려 입점하는 업체가 세상 어디에 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상인도 "여러 상인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하려면 미리 준비했어야되는 것 아니었냐"며 "일처리 하는 데 순서가 없다. 갑자기 나가라는 결과를 내놓으니 문제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화를 냈다.
또 다른 상인도 "전부 롯데 측에 책임을 미루고 넘어가려고 하는 것 같은데, 지금 보니 공문만 보내놓고 사후 관리를 전혀 안했다는 것 아니냐"며 "국가가 책임지고 하는 일인데 그냥 시정잡배가 하는 행동하는 모습만 보이니 우리가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상인은 "우리는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서민들인데, 결국 돈 더주는 대기업 들어오게 해서 국가가 돈 더 받겠다는 것 아니냐"며 "다른 기업으로 바뀌면 그 기업이 우리를 쓰겠냐. 그동안 우리가 해온 것들이 있다. 말장난을 하러 온 자리가 아니다"라고 쏘아붙였다.
이 자리에서 상인들은 "그냥 점포 하나가 없어지는 게 아니라 우리가 할복 자살할 일이다", "죽는 건 롯데가 아니다. 죽는 건 우리들일 뿐이다", "도저히 밤에 잠이 오지 않는다", "당신들이 우리를 먹여살릴 것이냐" 등 목소리를 높이며 정부 관계자들을 향해 질타를 이어갔다.
또 영등포역에 어떠한 유통업체도 들어오지 않을 경우, 그 때는 또 어떠한 대안이 있느냐며 롯데가 영업을 이어가면 안되는 합당한 이유에 대해 말해달라는 요청도 빗발쳤다.
은찬윤 철도공단 민자역사관리단장은 롯데에 재임대를 주라는 상인들의 요구에 "모든 기업에 기회를 공평하게 드려야 하지 않겠느냐"며 "(롯데에만 기회를 줄 경우) 국유재산을 60년 독점 사용하겠다는 것밖에 안 된다. 국유재산이라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공평하게 사용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못박았다.
이에 상인들은 어이없다는 듯 수군거리며 관계자들을 향해 성토의 목소리를 높였다. 곳곳에서는 욕설도 터져나왔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서울역 등 다른 민자역사에 파급되는 효과에 대해 정부가 검토해 본 적 있냐'는 질문과 '재임대가 되지 않을 경우 운영을 못하게 되는 업체가 발생하는 것에 대해 알고 있냐'는 지적도 나왔다.
빗발치는 상인들의 질문에 철도공단 측은 "충분히 감안하겠다", "검토하겠다"는 말만을 되풀이했다. 이 때문에 상인들은 "결국 내용도 모르고 와서 헛소리를 하고 있다"며 "주먹구구식이다"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한편, 이날 간담회가 개최된 이유는 국토교통부가 오는 12월 말 점용허가기간(30년)이 만료되는 영등포역·구 서울역·동인천역 등 3개 민자역사를 국가로 귀속시키기로 결정한 데 있다.
국토부는 대규모 실업사태를 막기 위해 앞으로 1~2년간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에 임시 사용허가를 부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유재산법에 따라 이후엔 공개경쟁입찰을 통해 새로운 사업자를 선정하게 될 전망이라 약 3000여명의 일자리가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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